산업ㆍ통상

탈원전 대세 되니 핵연료세까지 만들자는 지자체... 산업부 반발 속 국회는 "원점 재검토"

  • 세종=전성필 기자

  • 입력 : 2017.12.07 05:59

    일부 지자체 “핵연료세 신설로 지방세수 확보해야”
    산업부·한수원 “전기요금 인상 우려” 반대 입장 표명
    국회 “핵연료세 기초 조사 우선”…법안 원점부터 재검토 결론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핵연료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서는 핵연료세가 도입되면 원전 발전원가가 약 950억원 늘어나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또 원전 사업자가 이미 부담하고 있는 지역자원시설세와 과세 목적 및 대상이 중복돼 이중과세라며 핵연료세 도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기초 자료 조사를 다시 한 뒤 핵연료세 신설 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바다에서 바라본 고리 원전 1호기. /한수원 제공
    바다에서 바라본 고리 원전 1호기. /한수원 제공
    ◆핵연료세 도입하면 발전원가 年 1000억 늘어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의원 자격으로 핵연료세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핵연료세는 발전용 원자로에 삽입된 핵연료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고 노후 원전이 가동을 중지할 경우 원전에서 나오는 지방세수가 줄기 때문에 지방세에 핵연료세를 신설해 원전 지역의 세수를 확보하자는 게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핵연료세를 걷어 지자체가 원전 주변 지역 안전 대책 비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원전 주변 지역 사회는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특히 부산시는 원전소재지의 희생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지방 재원으로 쓰일 핵연료세 도입하자는 입장을 정부에 전했다. 부산시는 또 올해 하반기 울산에서 열릴 예정인 광역협의회 실무회의에서 원전 소재 지역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핵연료세율은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 가격의 10%다. 핵연료세의 납세의무자는 발전용 원자로 및 관계시설을 운영하는 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 핵연료세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수원은 핵연료세 도입에 반대하고 나섰다. 핵연료세가 도입될 경우 발전원가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지역자원시설세와 중복 과세라는 이유에서다.

    조선비즈가 단독으로 입수한 ‘핵연료세 신설 관련 적정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핵연료세가 도입돼 우라늄 등 핵연료에 10%의 지방세가 붙을 경우 원자력 발전원가가 연간 948억5000억원 늘어난다. 이는 한수원의 2015년 결산서 기준 핵연료 가액인 9485억원의 10%다. 핵연료를 구매하거나 사용할 때는 한수원이 핵연료세를 부담하더라도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원가에 핵연료세가 반영돼 결국 전체 국민들이 전기요금으로 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핵연료세 신설의 타당성을 공동으로 검토한 뒤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윈회 법안 심사 소위에서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법안 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전기요금 가격은 정부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발전원가가 오르더라도 곧바로 전기요금이 인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발전원가가 오르면 전기 도매가격도 올라 한수원이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는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용도 늘어난다. 전기요금이 그대로일 경우 전력구입비가 늘어 한전의 수익성은 악화한다. 한전의 경영 부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핵연료세는 발전원가를 직접적으로 상승시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법인이나 개인이 나눠 부담해야 하는데 단순 계산만으로는 국민 1인당 약 2000원씩 발전원가 상승분을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핵연료세 신설 관련 적정성 검토’ 보고서 내용 중 일부. 보고서에는 국제적 형평성 위배·국내 타발전원간 형평성 위배·이중과세 해당·국민부담 가중 등의 이유로 핵연료세 신설은 부당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핵연료세 신설 관련 적정성 검토’ 보고서 내용 중 일부. 보고서에는 국제적 형평성 위배·국내 타발전원간 형평성 위배·이중과세 해당·국민부담 가중 등의 이유로 핵연료세 신설은 부당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 “지역자원시설세 과세 원인과 목적과 중복…이중과세 원칙 위배”

    보고서에는 핵연료세가 지역자원시설세와 중복으로 과세된다는 주장도 담겨있다. 이미 발전사들은 지역자원시설세를 내고 있기 때문에 ‘납세자가 갖는 동일한 담세력의 원천에 대해 두 번 이상 과세가 불가하다’는 이중과세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지역자원시설세는 지역자원 보호, 안전관리사업, 환경보호, 지역균형개발사업에 필요한 재원 확보 등을 위해 원자력·화력발전 등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보고서는 “지난 1월 법무법인 율촌의 법률 자문을 받아본 결과 핵연료세 신설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며 “핵연료세와 지역자원시설세는 과세 물건과 목적, 원인과 납세자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며 별도의 조정조항이 없어 이중과세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세 대상이 핵연료세는 핵연료, 지역자원시설세는 원자력발전량이라 형식적으로는 다르지만, 핵연료는 과세 중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재료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과세 대상이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또 핵연료세와 지역자원시설세 모두 원자력발전을 과세 원인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과세 원인도 겹친다고 봤다.

    한수원은 발전소 소재 지역 사회에 대한 환원의 의미로 ㎾h(킬로와트)당 1원을 내고 있다. 한수원은 영구 폐로한 고리 1호기에 대한 지방세로 지난해 47억원(47억㎾h 분량)을 납부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는 각각 ㎾h당 0.3원을 지역발전시설세로 내고 있다.

    보고서는 또 핵연료세가 국내 다른 발전원과의 형평성과 국제적 형평성에도 위배된다고도 주장했다. “세금 및 부담금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자력 발전의 과세수준은 다른 발전원에 비해 낮지 않기 때문에 핵연료세를 별도로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단계에서 사업자에게 과세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어떤 지역에서 일어난 경제활동에 한해 지역세가 부과되면 문제가 없지만, 핵연료세는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전기요금에 직접 반영되고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방세 부과 차원에서만 논의돼서는 안 된다”며 “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먼저 정확하게 측정한 뒤 이를 어떤 방식으로 국민들이 공평하게 부담할지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핵연료세가 지역자원시설세와 과세 목적·납세자·원인 등에서 중복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핵연료세가 지역자원시설세와 과세 목적·납세자·원인 등에서 중복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 행안위 “핵연료세 관련 조사 진행 후 다시 검토 후 심사”

    핵연료세 신설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진행 중이다. 국회는 핵연료세 신설 반대 입장을 받아들여 법안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행안위 법안 심사 소위에는 핵연료세 신설 법안이 상정됐다. 하지만 핵연료세 신설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이 명확하게 갈려 핵연료세에 대한 기초적인 효과 분석이 우선이라는 데 의원들의 의견이 모였다.

    국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는 개정안에 찬성하고, 산업부와 한수원 등은 반대하는 등 양측의 입장이 소위에서 확연하게 갈렸다”며 “소위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핵연료세 도입에 대한 확고한 방향을 잡지 못해 법안 심사를 추후에 다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핵연료세 신설 논란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핵연료세 신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뿐만 아니라 핵연료세 신설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부정적인 외부 효과 등을 다각적으로 조사한 결과가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도 핵연료세에 대해 뚜렷한 방향성을 정하지 않고 국회 결정에 맡긴다는 입장이라 법안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법안을 소위에 재상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 안으로는 개정안 심사를 마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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