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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가상화폐 투자로 잠을 잃은 그대에게

  • 송기영 금융증권부 금융팀장
  • 입력 : 2017.12.07 06:00

    [팀장칼럼] 가상화폐 투자로 잠을 잃은 그대에게
    지난 주말 금융사 종사자들이 꽤 모인 자리에 참석했다. 최근 관심사에 대한 대화가 오갔는데 기자는 “블록체인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다들 “비트코인이 얼마까지 오를까”, “가상화폐가 화폐로서 가치가 있나”, “가상화폐로 돈 좀 벌었냐” 등 가상화폐에 대한 질문만 쏟아냈다. 참석자 다수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금융권 종사자들도 이런데, 일반인이라면… 난감함과 아찔함이 동시에 밀려 왔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해외 선진국이나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하면 ‘가상화폐 호재’라며 환호한다. ‘○○화폐 호재’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가짜뉴스 뿐이다. 이런 글을 읽고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부지기수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오해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투자자들이 기본적인 사실을 몰라 가짜 뉴스에 호도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첫째,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다르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기술(DLT·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이다. 분산원장기술은 금융거래 장부를 분산·저장하는 전자 공공 거래 장부 기술이다. 대표적인 분산원장기술이 ‘블록체인’이다. 분산원장기술은 발행 주체가 없는 가상화폐를 거래하기 위해 고안됐다.

    가상화폐라고 모두 블록체인으로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 이더는 이더리움이라는 자체 개발된 분산원장 기술에서 거래된다. 하지만 편의상 분상원장기술을 통칭해 블록체인으로 부르는 추세다. 버버리코트,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등 일반명사가 고유명사로 등극했듯 말이다.

    둘째, 가상화폐를 정식 화폐로 인정한 국가는 없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대목이다. 특히 일본이 지난 4월 자금결제법을 시행하면서 가상화폐를 공식 화폐로 인정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 참의원이 지난해 4월 가상화폐 조항을 추가한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은 맞다. 개정안은 1년 후인 올해 4월 시행됐다. 다만 개정 법안은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에 사용되는 재산적 가치’, ‘매매를 통해 법정통화와 교환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했을 뿐이다. 이를 ‘일본 정부가 가상화폐를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혹자들은 더 나가 ‘일본이 가상화폐를 정식 화폐로 인정했다’며 투자자를 속이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상화폐를 정식 화폐로 인정한 국가는 없다.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는 말에도 너무 현혹되지 말자. 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일본에서 가상화폐를 받는 소매점은 수천곳에 달했다.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도 일부 소매점에서 가상화폐로 물건을 살 수 있다.

    셋째, 가상화폐는 해킹이 불가능한 안전자산이 아니다.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플랫폼인 블록체인은 해킹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 해킹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가상화폐를 불법으로 편취하기 위해 꼭 블록체인을 해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킹하거나 투자자의 거래소 인증값을 해킹하는 등 방법도 다양하고,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2014년에는 일본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콕스가 해킹으로 4억7000만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고 파산했고, 지난해 8월엔 홍콩 비트파이넥스가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당해 6500만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잃고 파산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블록체인은 해킹이 어렵다’는 이유로 가상화폐를 절도가 불가능한 안전자산으로 인식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최근에는 합의 가로채기(Consensus Hijack), 디도스(DDoS)공격 등으로 블록체인을 해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네번째, 가상화폐 투자에 호재는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차트를 분석하고 가상화폐 호재를 정리한 글들이 많다. 이런 글에 속지 말자. 가상화폐 시세 흐름을 보면 이유 없이 오르고 이유 없이 떨어진다. 호재와 악재에 움직이는 차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화폐 호재’라며 가짜 뉴스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속인다.

    가상화폐를 두고 ‘새로운 화폐의 등장이냐, 거품이냐’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수 없다. 가상화폐는 그야말로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신(新)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가상화폐 시장은 한탕을 노리는 욕망만 수면 위로 넘실댈 뿐,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은 수면 밑으로 깊숙이 가라 앉았다. 이 욕망이 만든 거대한 파도에 함부로 발을 담가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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