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기술탈취 진실 공방'과 홍종학 장관의 과제

  • 오유신 성장기업센터 기자
  • 입력 : 2017.12.06 10:00

    [기자수첩] '기술탈취 진실 공방'과 홍종학 장관의 과제
    평소 기자들의 취재 통화와 노트북 타이핑 소리만 들리던 기자실에서 중년 남성의 울먹이는 호소가 한동안 울려 퍼졌다. 지난 5일 ‘현대차의 갑질을 폭로한다’며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 풍경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가 “기자실이 좁아 붐비지만 양해해 달라. 얼마 전 대기업 갑질 피해를 본 한 중소기업도 언론의 도움으로 잘 해결됐다”는 당부의 말로 시작됐다.

    “직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몇 년째 빚을 내서 월급을 주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습니다. 매월 돌아오는 급여일, 제반 비용 결제일이 지옥 같습니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대차의 기술탈취 피해 사례를 설명하던 중 두세 차례 울먹였다. 기자실에는 침묵이 흐르고,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 모습은 여러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그는 “초기에 수사기관이 조사하면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며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대기업이 직원들에게 기술탈취를 장려하는 잘못된 관행도 해결할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사업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20년 동안 일본과 독일에서 공부하며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대기업 문화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기자들 앞에 선 그들의 모습은 초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장해 보였다. 그들에겐 삶의 전부를 바친 작은 기업이 벼랑 끝에 선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는 ‘현대차 불매운동 해야 한다’, ‘귀족노조에는 꼼짝 못하더니 힘없는 중소기업 기술을 등쳐먹다니’ 등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현대차 측의 입장도 단호했다. 내년 1월 19일이면 민사소송 판결이 나오는데 현 시점의 기자회견은 언론 플레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반론 보도문도 즉각 언론에 배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당 중소기업들이 제기한 문제를 놓고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소송과 공정위 재심에 성실히 임하려고 했으나, 너무 지나친 주장을 펼쳐서 반론을 냈다”고 말했다.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 아래 4398개의 글자로 A4 용지 8매 분량을 가득 채웠고, 서두에 ‘사실관계가 틀리다’는 표현을 썼다. 당사자 간에 벌어진 하나의 팩트를 외면한 채 일방적 주장이라는 것이다. 뉘앙스나 시각의 차이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없다는 의미였다.

    이번 당자자 간 기술탈취 진실은 공정위 재심 결과와 민사소송 판결로 드러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승자가 밝혀져도 서로에게는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홍종학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취임 후 1호 정책으로 기술유용(탈취) 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많은 논란 속에서도 임명된 홍종학 장관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 중 하나다. 홍 장관 스스로 밝혔듯이 이 분야 전문가로서 나섰기 때문이다.

    나아가 산업 전반에 걸쳐 뿌리내린 불공정 거래 관계는 없는지 꼼꼼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신설된 중기부가 ‘동반성장과 상생’을 위해 한국경제의 중병을 어떻게 수술해 나갈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