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에 獨은 부가세, 美·日은 양도세… 한국은?

  • 최규민 기자

  • 입력 : 2017.12.06 03:00

    [국세행정포럼, 가상통화 과세 토론]

    원화 거래 가상화폐가 달러화 거래보다 많은데 한국은 아직 과세기준 없어
    "상속·증여세와 사업소득세 등 현행 세법으로도 과세 가능"
    TF 주관부처 금융위→법무부… 규제와 단속 강화 움직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 시장이 과열되며 투기 심리가 확산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부가 다시 규제와 과세를 검토하고 나섰다. 하지만 관계기관 합동TF가 구성된 지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데다 관련 부처별로 가상통화를 보는 시각도 크게 엇갈려 언제쯤 가시적인 대응 방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가상통화에 양도세·거래세 부과 필요"

    국내 가상통화의 거래 규모가 코스닥시장은 물론 유가증권시장에 육박할 정도로 커지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원화로 거래되는 가상화폐가 달러화 거래보다 많다"며 "한국만큼 가상화폐 열기가 뜨거운 곳이 없다"고 보도했다. 5일 서울 여의도에선 가상통화 과세에 대한 논의가 등장했다. 이날 국세행정개혁위원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국세행정포럼'을 열고 가상통화 과세 문제를 집중 토론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병일 강남대 교수는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4월 말 140만원에서 11월 말 894만원(5일 현재 1390만원)으로 급등하는 상황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 기준을 정립하고, 조세회피에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통화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어떤 세금을 매길지 달라지고,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정의는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가상통화에 아무런 과세도 하지 않는 한국과 달리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국가는 나름대로 가상통화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가상통화에 獨은 부가세, 美·日은 양도세… 한국은?
    독일 등 일부 국가는 가상통화를 일종의 재화로 규정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 반면 미국·영국·일본 등 가상통화를 지급 수단 또는 통화로 규정해 부가가치세는 매기지 않되 양도세와 소득·법인세 등을 매긴다.

    김 교수는 "개인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가상통화를 거래하고 매매차익이 발생한 경우 관련 규정을 보완해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행 세법상으로도 가상통화에 대해 상속·증여세와 사업소득세·법인세도 과세할 수 있다"며 "다만 가치 측정 방법 등에 대한 회계 기준 등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승희 국세청장도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가상통화 거래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부가세나 양도세 과세 여부를 기재부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주관부처 금융위→법무부… 규제·단속 강화 신호탄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 움직임과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각계 전문가와 함께 가상통화 규제 방안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고, 정부는 가상통화 태스크포스(TF) 주관부처를 금융위원회에서 법무부로 이관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 TF를 첫 구성한 후 몇 차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 조달 규제, 가상통화 거래 시 본인 확인 강화 등 주로 지엽적인 대책에 그쳤다. 이 때문에 거래소 해킹이나 거래 중단으로 인한 피해, 미흡한 투자자 보호, 과도한 가격 급등락으로 인한 투기 심리 조장, 투기 세력의 시세 조작 등 부작용을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1년 가까운 검토 끝에 내린 가상통화에 대한 정의도 '블록체인에 기반해 가치를 전자적으로 표시한 것이며, 화폐나 통화로 보기 어렵다'는 애매한 표현에 그쳤다.

    TF 주관 부처를 법무부로 넘긴 것은 가상통화 시장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규제와 처벌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가상통화 거래 관련 규제 법률 제정을 검토하고 가상통화를 이용한 범죄에 엄정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규제나 단속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부터 하면 블록체인에 기반한 4차산업 혁명이 고사할 우려가 있다"며 "거래소의 안정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 제도를 마련해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어설프게 규제했다간 '제도권 편입'으로 인식돼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길 소지도 있다. 최근 석 달간 비트코인 가격이 4000달러에서 1만1000달러로 세 배 가까이 뛴 가장 큰 이유도 시카고선물거래소 상장에 따른 제도권 편입 효과 때문이다. 가격 급등으로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5일 현재 1950억달러에 달해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의 재산(890억)을 두 배 이상 넘어섰다. 또 전체 가상통화 시가총액은 3480억달러로 증가해 경제 규모로 전 세계 30위인 노르웨이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 됐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