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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가상화폐 규제] 경제학자 vs IT 전문가...전선 명확히 갈려

  • 이승주 기자

  • 입력 : 2017.12.06 06:00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열기가 뜨겁다. 비트코인의 경우 올해 들어 1년 동안 가격이 1000% 폭등하면서 튤립 버블 이후 최대 버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새로운 시장이 열렸고, 가상화폐가 결국 결제수단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 일본 등 가상화폐에 세금을 매기고 거래소를 인가제로 하는 등 제도권에 편입시키려는 국가가 있는 반면, 중국 러시아 등처럼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시키는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일단 소비자 보호 등을 이유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중립적인 편이다. 가상화폐 규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이번 시리즈를 통해 논의해봤으면 한다. [편집자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IT(정보기술)나 가상화폐 관련 산업 관계자들은 가상화폐는 새로운 기술을 통한 새로운 시장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지금의 가상화폐 시장은 새로운 시장보다는 투기적 성격이 짙은 도박과 같다고 판단했다.

     비트코인 모형. /블룸버그 제공
    비트코인 모형. /블룸버그 제공
    ◆ 경제학자들 “가상화폐는 도박 추천하는 것…화폐가치 없어”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투기적 성격이 짙다고 입을 모았다. 가격이 급등할 이유가 없는데도 단기간에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그 과정에서 가격 널뛰기가 나타나는 것이 투기 세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상화폐 가격이 막 상승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산 가상화폐를 누군가가 나보다 더 비싼 가격에 되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지금의 가상화폐 시장은 투기적 부분이 더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가상화폐는 화폐라기보다는 자산 또는 증권의 성격이 강한데 자산이나 증권 등은 공급이 제한된 경우 투기적 성격이 나타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며 “가상화폐 가격의 급등은 투기적 성격이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름은 가상화폐지만, 사실상 화폐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화폐라면 이를 통해 물건을 살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상화폐를 통한 물건 구매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상화폐는 화폐라고 보기도 애매하고 상품이라고 보기도 애매하다”며 “화폐라면 기본적으로 물건을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가상화폐로 물건을 사고팔지 않고, 상품이라면 사용 가치가 있는데 가상화폐는 쓸 곳도 없다”고 했다.

    가상화폐의 성격은 화폐보다는 자산에 가깝지만, 그 가치를 측정하기도 모호하다고 했다.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과 비교하면 주식을 매매하면 일부 백업되는 가치가 있고, 배당금도 받고 하지만, 가상화폐는 전혀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자산의 가치를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가상화폐는 아무런 이벤트가 없어도 해당 수요가 사라지면 그 가치가 0이 된다”며 “가상화폐는 가치를 백업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가서 가상화폐가 사라지면 그때 가상화폐를 소유하고 있던 사람의 손에 남는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도 “가령 삼성전자 주식을 1주 산다고 치면 삼성전자의 타일 1개나 반도체 1개를 주지는 않지만, 삼성전자의 가치 일부를 갖는 게 합당하다 여겨지는데 가상화폐는 그렇지 않다”며 “주식은 배당금이 있고 기업의 이익이나 손실이 눈에 보이는데 가상화폐는 현금 흐름도 없고 실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수치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주식과 다르게 결국 기대감에 따른 시세 차익으로 수익을 보는 수 밖에 없고 다른 수익 모델은 없다”며 “옛날에 새롬기술도 기대감으로 주가는 계속 상승했는데 돈을 못 벌어서 결국 망한 것처럼 가상화폐도 그런 과정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가상화폐 전문가들 “가상화폐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나타날 것”

    가상화폐 관련 전문가들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 역시 ICO에 참여해 수익을 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일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가령 증권거래소에 상장해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해당 국가의 자금만 흡수할 수 있지만, ICO를 하게 되면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자금을 수집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ICO가 금지됐지만, 해외에서는 ICO가 많이 일어나고 있고 외국 기업들이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구 엔오디비즈웨어 대표도 “벤처캐피탈(VC)이라든가 증권금융기관을 통한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 및 투자가 이뤄질 때는 미들맨(middle man)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소비자가 직접 기업에 투자를 하고 서비스나 회사를 공동으로 만들어서 운영하며 이익을 공유하는 새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 역시 현재 가상화폐 시장에 투기적인 성격이 일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에 있는 투기적인 성격은 어떤 산업이 새로 나타날 때 항상 겪는 부작용과 같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과거 스타트업이나 벤처가 크게 떴을 때도 사기꾼은 있었고 언제 어느때나 금융 사기꾼은 존재해 왔다”며 “일부 세력이 투자 사기를 벌였다 해서 해당 산업 전체를 투기판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준 동국대 교수(블록체인연구센터장)도 “주식 시장도 작전 세력이 있고 거기에 당하는 피해자가 있는데, 가상화폐 시장이라고 없겠느냐”며 “결국은 투자자들이 공부를 하고 분석하고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잘 모르고 묻지마 투자에 나서니까 피해자가 많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산업이 성장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하나의 법정통화로 인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가상화폐 시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다루겠다는 시그널을 확실히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느냐 마느냐를 떠나 이미 사람들은 가상화폐 투자하면 수익률이 좋다고 알고 있다”며 “정부가 가상통화라고 정의한 만큼 가상통화가 어떤 위치인지 정하고 이 시장이 건전화되도록 제도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어 대표도 “정부가 가상화페 규제에 나서는 것이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는 꼴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데 정부에서 가상화폐 시장을 정확히 알고 위험성을 컨트롤 할 수 있는게 더 중요하다”며 “규제가 강화되고 일련의 룰을 만들면 가상화폐를 검은 돈 창구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빠지고 양질의 투자자들만 남아 시장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상화폐 관련 전문가는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된 논란은 기존산업과 신산업의 충돌이라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며 “기존 산업을 보호할 필요도 있지만, 혁신을 강화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엑슨모빌, GE, 애플, 구글 등 리딩 기업이 계속해서 바뀌는 구조인 반면 우리나라는 재벌의 힘이 강하고 혁신기업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리딩 기업이 잘 바뀌지 않는다”며 “첨단 산업에서 새로운 혁신이 나올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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