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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인터뷰] 이상헌 “지배구조개선의 시대…지주사 주목하라”

  • 전준범 기자
  • 입력 : 2017.12.06 06:00

    많은 기업이 변화의 시대를 맞아 녹록지 않은 도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언제는 기업 운영하기 편했던 시기가 있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센 물결이 잇따라 밀려드는 요즘 같은 분위기도 기업 입장에선 결코 쉽지 않은 환경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상헌·조경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얼마 전 발간한 ‘제4차 산업혁명과 지배구조 그리고 지주회사’ 리포트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많은 기업이 지배구조 변환을 통해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원들은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등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며 “지배구조 개선의 최대 수혜주인 지주사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전준범 기자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전준범 기자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해 지난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하이투자증권 본사에서 이상헌 연구원을 만났다.

    - 4차 산업혁명과 지배구조 개선 이슈를 묶은 이유는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큰손’ 국민연금공단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로 인해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최대 수혜주는 지주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침 산업계 흐름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많은 기업이 지배구조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데, 산업계 패러다임마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함께 고려해보자는 취지에서 보고서를 썼다.”

    - 현 정부의 정책 기조부터 살펴보자. 리포트에서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목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꼽았다.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갑질 횡포를 엄벌하겠다고 했다. 또 우회출자 같은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 행위 차단,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지주사 요건·규제 강화,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개선 등도 약속했다.

    또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 문화가 우리 경제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을 방안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새 정부의 재벌개혁 목적은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에 있으며, 그중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상법 개정안 등을 통해 추진할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제공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제공
    - 스튜어드십 코드가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율지침이라 정착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관투자자가 자율적·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연성규범인 건 맞다. 그러나 강제성 여부에 대한 우려는 외국의 도입 사례를 통해 충분히 해소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홍콩, 호주 등의 국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있다.

    이중 이웃나라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를 참여시켰다. 이와 동시에 GPIF로 하여금 운용사 자체 평가시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한 운용사에 가산점을 주도록 했다. 일본 운용사들 입장에선 GPIF로부터 일감을 받아야 하니까 좋든 싫든 스튜어드십 코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일본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관은 2014년 초 127곳에서 2016년 말 214곳으로 68.5% 증가했다.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배당성향 강화 등 일본 기업 전반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이어지면서 증시 상승에 일조했다.

    영국도 2008년 터진 금융위기의 책임이 기관투자자의 단기투자 성향과 거수기 문화에 있다고 보고 정부가 나서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정착시키려 애썼다. 이처럼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된 국가들의 공통점은 정부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다.”

    - 한국 정부의 의지는 강한 것 같나.

    “강하다고 생각한다. 민간기구인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최종안을 제정해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았다. 금융위원회도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자율지침인데 정부가 참여를 독려하는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반강제적으로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 국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아무래도 국민연금이 도입하는 시기가 기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 용역과제를 수행 중이다. 오는 12월 20일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내년 3월 주주총회부터는 기업들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지주회사들부터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세우고, 나머지 계열사들이 따라가는 식으로 전개될 것 같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월 1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시기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시에서 102조원을 운용 중이고, 753개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다른 공적 연기금과 각종 공제회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 주주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경영상의 중대한 의사결정이 느려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염려하는 만큼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일각에선 특히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이 제도는 특정 모회사가 자회사의 위법 행위로 손해를 볼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소송이라는 게 비용과 시간을 엄청 많이 투자해야 하는 일이다. 마음에 안든다고 밥먹듯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나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대기업과 재벌에 대한 견제 도구일 뿐 기업 활동을 들들 볶는 데 쓰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오히려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로 들린다.

    “상당수의 국내 재벌 대기업이 오너가 적은 지분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 있다. 또 자회사를 통해 방만한 경영을 일삼는 문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주사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책임을 직접 추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자회사는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 지주사의 기업가치 상승을 유도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국내 상장사들의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보니 사업 경쟁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일이 많다고 보고 있다. 이를 개선시켜 디스카운트 요소를 없애야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인식 논리에 대해선 동의한다.”

    알파벳 시가총액 추이 / 하이투자증권 제공
    알파벳 시가총액 추이 / 하이투자증권 제공
    -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좀 해보자. 구글의 지배구조 개편을 모범사례로 언급했다.

    “구글은 2015년 8월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출범시킨 뒤 기존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들을 자회사 구글 아래에 모았다. 서치, 유튜브, 앱스, 지도, 광고, 메일, 크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초기단계 벤처투자사인 ‘GV’와 후기단계 벤처투자사 ‘구글 캐피탈’ 등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사업 부문은 개별 자회사로 독립시켰다.

    또 미래 상용화가 기대되는 사업들은 구글X라는 자회사 아래에 묶었다. 구글X에서는 구글 글래스, 무인자동차, 룬(글로벌 와이파이 구축), 윙(드론 배송)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로써 구글은 연구개발(R&D)에서 상용화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유연하고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효율적인 자산 배분과 빠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 등이 예전보다 한결 수월해진 것이다. 알파벳 주가는 출범 이후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 현재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인가.

    “사실 변화가 없는 시대에는 좀 느려도 된다. 하지만 지금은 변화의 시대가 아닌가. 그것도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다. 흔히 인터넷이 태동한 디지털 혁명 시기를 3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4차 산업혁명은 이 3차 산업혁명에 기반해 시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정보기술 융합의 시기로 정리할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정보기술이 기계의 생산성을 극대화해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기업을 바라보면, 아직은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한국 기업은 의사결정이 느린 편이다. 좋게 표현하면 신중한 건데, 책임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재벌이 소유한 그룹이면 더 그렇다. 마침 지배구조 이슈가 급부상한 이번 정권에서 많은 기업이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알파벳 지배구조 / 하이투자증권 제공
    알파벳 지배구조 / 하이투자증권 제공
    - 지배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국내 기업이 있나.

    “내가 이 자리에서 특정 기업을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다만 이런 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겠다. 구글은 1990년대 후반 전세계적으로 닷컴 열풍이 불 때 태어난 회사다. 한국에선 비슷한 시기에 네이버(NAVER(035420)), 다음(현 카카오(035720)), 엔씨소프트(036570)등이 문을 열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벤처에서 시작해 현재는 덩치가 비대해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구글이 지배구조를 개편한 건 시대 흐름에 발맞추려는 의도와 더불어 조직 대형화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구글처럼 벤처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IT(정보기술) 회사들이 특히 많은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직이 너무 커지면 의사결정과 상황대처 속도가 느려지는 게 당연하다.”

    - 개별 종목에 관한 대화를 나눠보자. 리포트에서 분석한 기업들 가운데 최선호주를 꼽는다면.

    삼성에스디에스(018260)(4차 산업혁명)와 SK(034730)(지주사)를 택하겠다.

    우선 삼성에스디에스는 지난 4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를 선보였다. 이후 9월에는 은행 공동 블록체인 인증 시스템 구축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시장 선점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넥스플랜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전세계 삼성전자(005930)매장에는 유통 솔루션 ‘넥스샵’을 공급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연관성이 큰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성장성이 보이는 만큼 주가 상승 여력도 크다고 판단한다.”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 SK는?

    “SK그룹은 IT서비스, ICT(정보통신기술)융합, 반도체 소재·모듈, 바이오·제약, LNG(액화천연가스) 밸류체인 등 5대 핵심분야를 집중 육성해 2020년까지 매출액 200조원과 세전이익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중 4차 산업혁명과 연관이 있는 ICT융합에는 클라우드·스마트팩토리·스마트물류·인공지능(AI) 등이 포함되는데, 모두 SK가 중점적으로 담당하게 될 분야다.

    이미 SK는 종합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스칼라’를 만들어 중국 홍하이그룹 충칭 공장 프린터 생산라인에 시범 구축했고, 공장 자동화장비 전문업체 에스엠코어를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한 상태다. 또 홍하이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저스다와는 글로벌 물류 전문 합작사 FSK L&S를 설립하기도 했다. 향후 해외 시장에서의 물류 BPO(업무처리 아웃소싱) 사업이 기대된다.”

    - LG는 어떻게 보나.

    “전기차 관련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LG(003550)전망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현재 LG전자(066570)가 전기차 부품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각 계열사별로 전장사업 밸류체인을 형성해가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것들이 드디어 빛을 볼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도 늘고 있다.”

    - 끝으로 투자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달라.

    “혁명의 시대에는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지주사 투자는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4차 산업혁명과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교집합을 이루는 회사를 눈여겨 보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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