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05 07:37 | 수정 : 2017.12.05 08:41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 거물급 최고경영자(CEO)들이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에 모였다. 지난 3일(현지시간) 개막한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콘퍼런스인 ‘세계인터넷대회(WIC・World Internet Conference)’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WIC는 중국이 국제 인터넷 정책 등을 주도하기 위해 만든 국제행사로 이번이 4회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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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중국 WIC에 참가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마윈 알리바바 회장, 선다 피차이 구글 CEO /WIC 홈페이지 캡처
◆ WIC는 어떤 행사?
올해 WIC는 ‘디지털 경제 발전의 개방공유 촉진- 인터넷 운명공동체 함께 만들자'를 주제로 열렸다. 오는 5일까지 사흘 간 진행된다. 중국은 축구장 12개 크기의 8만1000제곱미터(㎡) 규모의 인터넷국제컨벤션센터을 건설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인터넷국제전시센터는 지난 5월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와 커제(柯潔) 9단의 3번기 대국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WIC가 열리는 우전은 인구 5만9000명으로, 1300년 역사를 가진 중국 강남의 대표적인 수향(水鄕⋅물가에 있는 마을)이다. 중국에서 인터넷 서비스가 잘 되는 농촌형 도시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이 곳을 WIC 영구 개최지로 지정했다. 1회 때부터 WIC에 빠짐없이 참여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고향이 우전과 가까운 항저우이기 때문에 우전이 개최지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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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C가 열리는 중국 우전 인터넷국제컨벤션센터의 모습 /WIC 홈페이지 캡처
WIC는 중국 정부가 굵직한 IT⋅인터넷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5년 2회 행사에서 중국 정부는 새 경제 성장 키워드인 ‘인터넷 플러스(+)’ 전략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인터넷 플러스는 인터넷 플랫폼,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고 전(全) 산업과 융합시켜 새로운 경제발전 생태계를 창조하겠다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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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회 WIC 현장의 모습 /WIC 홈페이지 캡처
국내 IT기업 고위 임원은 “중국은 그동안 외국 IT기업을 차별하고 자국의 IT기업들을 성장시키는 전략을 취했다"며 “WIC는 전 세계 인터넷 정책에 영향을 미치면서 중국 정부의 메시지를 외부에 노출할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말했다.
◆ 인터넷 문호 넓히겠다는 중국…만리방화벽 사라지나
중국은 올해 행사를 통해 인터넷 문호(門戶)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방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날 시진핑 주석은 황쿤밍(黃坤明) 중앙선전부장이 대독한 축하편지를 통해 “중국 사이버 공간의 발전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중국의 문이 점차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대회에서 중국 최고지도부 일원인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도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디지털경제를 발전시키려 하지만 인터넷 주권을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인터넷 공간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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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이 만리방화벽으로 차단시켜놓은 글로벌 IT기업들의 서비스 모습. /유투브 캡처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이라는 넓은 대륙에서 공산당과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는 인터넷을 무조건 막기보다는 철저하게 관리하려고 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안전과 보호를 이유로 인터넷 규범을 만들고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은 중국 국가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당연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구 언론들은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 실제 인터넷 규제 완화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이번에도 (정부가 외부 간섭 없이 자국의 인터넷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주권’ 개념을 옹호했다”고 평가했다. 2년 전 WIC에서 시 주석이 인터넷 주권 존중을 촉구한 후 중국 정부는 사이버 보안법을 발효하고 방화벽 우회 도구 등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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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덤하우스가 공개한 인터넷 자유도 조사에서 중국의 세부 점수 /프리덤하우스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