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ㆍ조세

최저임금 인상분 내년에만 세금 3兆… 그 후에도 지원 길 열어놔

  • 박유연 기자

  • 곽래건 기자

  • 입력 : 2017.12.05 03:24

    [2018 예산안 잠정 합의] 법인세·최저임금 등 '경제'

    9만명 소득세 올려 1조1000억… 법인세 올려 2조3000억 더 걷어
    美·佛·日 등 법인세 낮추는데… 우린 역주행, 기업 경쟁력 저하

    최저임금 보조 한시적이라더니… 2019년부턴 기업에 현금 대신 근로자에 장려금 등 지원 추진

    4일 여야가 내년 예산안의 3대 쟁점이었던 법인세율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분 정부 보조, 공무원 신규 채용 등에 합의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이 사실상 확정됐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당초 정부 원안대로 현행 22%에서 25%로 인상되지만, 적용 대상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3000억원 이상(정부 원안은 2000억원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공무원 신규 채용 규모도 정부 원안보다 23%가량(2746명) 줄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분 보조는 2019년 이후 지원 금액을 더 늘리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정부 원안(2조9707억원)대로 확정됐다. 이들 3대 쟁점은 내년에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내년 이후에도 지속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국은 법인세 낮추는데 한국만 인상

    법인세 최고세율 대상인 과표 3000억원 초과 기업은 작년 이익을 기준으로 77곳이라고 기획재정부는 밝혔다. 대부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해외 시장에서 외국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출 대기업들이다. 당초 정부는 과표 2000억원이 넘는 기업(작년 기준 129곳)을 대상으로 하려 했는데, 여야 합의 과정에서 3000억원 이상으로 축소됐다. 대상은 절반 가까이로 줄었지만, 추가 세수 추정액은 2조3000억원으로, 정부 원안(2조6000억원)보다 3000억원 정도 감소하는 선에 그쳤다.

    내년도 예산 여야 잠정 합의안 주요 내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한국과 달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은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다. 영국은 지난 10년간 법인세율을 30%에서 19%로 낮췄고, 프랑스는 33.3%에서 향후 5년간 25%로 낮출 계획이다. 일본은 투자 등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한 실효 법인세율을 현재 29.97%에서 2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미국은 연방 법인세율을 35%에서 20%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이 자국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만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여야는 소득 과표 3억~5억원에 대한 소득세율을 38%에서 40%로, 5억원 초과는 40%에서 42%로 올리는 소득세율 인상안에도 합의했다. 영향받는 사람은 9만3000명 정도로, 추가 세수는 1조1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한시적이라던 최저임금 보조 2019년 이후에도 지속

    시간당 최저임금 16.4% 인상(올해 6470원→내년 7530원)에 따른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 부담을 정부가 보조하는 2조9707억원 규모 일자리 안정 자금도 정부 원안대로 확정됐다. 정부가 민간 임금을 보조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실험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최저임금 정부 보조는 한시적"이라고 했다가 "내년 시행해보고 이후 계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이날 여야는 "2019년 이후 일자리 안정 자금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편성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최저임금 정부 보조를 영속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지원이 계속될 경우 재정 부담은 막대해진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국정감사에서 "일자리 안정 자금을 계속 지원할 경우 5년간 28조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는 2019년부터 지원 방식을 사업주에 대한 현금 지원에서 근로자에 대한 직접 지원(근로장려세제 확대)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근로장려세제는 정부가 일정 소득 이하의 근로자에게 세금을 받지 않고, 반대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당초 정부안보다 줄어든 공무원 증원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공무원 신규 채용 규모(5년간 17만4000명)는 축소됐다. 정부가 원래 내년에 뽑기로 했던 인원(1만2221명)이 여야 합의를 통해 9475명으로 23%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도 정부 원안(3026억원)보다 줄어든 2345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채용 규모가 축소된 것은 막대한 재정 부담 논란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공무원 17만4000명을 모두 뽑아 이들이 30년간 근속할 경우 총 327조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여야는 일단 내년 증원 규모를 정부 원안보다 줄이면서, 공무원 재배치 실적을 2019년도 예산안 심의 시 국회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유휴 인력을 꼭 필요한 부문에 재배치한 결과를 보고 내년 이후 공무원 증원 규모를 다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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