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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 다운 아시나요?'...패딩 열풍에 ‘착한 다운’도 인기

  • 김은영 기자

  • 입력 : 2017.12.04 13:23 | 수정 : 2017.12.04 14:13

    올겨울 롱패딩 열풍과 함께 다운 재킷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패딩 재킷의 충전재로 쓰이는 다운(Down)은 오리나 거위의 솜털(가슴 털)이나 깃털 밑에 나는 잔털을 의미한다. 다운 재킷 한 벌을 만드는데 15~20마리의 오리, 거위의 털이 필요하다. 보통 살아있는 동물에서 털을 채취한다.

    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생 다운이나 비(非) 동물성 다운 등 윤리적으로 제작된 다운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관련 제품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재생 다운(리사이클 다운·Recycled Down)이란 버려진 이불이나 베개 등에 사용된 거위털과 오리털을 재활용한 제품을 말한다.

    나우의 재생 다운 ‘하우트 파카’/사진=나우
    나우의 재생 다운 ‘하우트 파카’/사진=나우
    블랙야크의 라이프웨어 나우(nau)는 재생 다운의 인기에 힘입어 올겨울 다운 재킷 총판매량이 전년보다 4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브랜드가 올해 선보인 리사이클 다운은 전체 다운 물량의 60%에 달한다.

    남윤주 블랙야크 마케팅팀장은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 재생 다운이 낯선 게 사실이지만 친환경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재생 다운의 스타일과 물량을 내년에 9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재생 다운을 선보였다. 대표 제품인 '잭슨 글레이셔(Jackson Glacier)' 컬렉션은 재활용 다운을 충전재로 사용하고, 겉감과 안감도 환경 유해 요소를 최소화한 블루사인 친환경 인증을 받은 원단을 사용했다.

    파타고니아는 제작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브랜드의 철학을 반영해 2014년부터 모든 다운 제품에 100% 트레이서블 다운(Traceable Down·생산과정 추적 다운)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재생 다운도 출시했다. 국내에 소개되는 다운 제품 15종 중 6종이 재생 다운이다.

    이정은 파타고니아 마케팅팀 차장은 “동물 복지를 고려한 의식 있는 소비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트레이서블 다운이나 재생 다운을 구매하는 연령대가 10~50대까지 확대됐다”고 밝혔다.

    파타고니아 재생 다운 /사진=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 재생 다운 /사진=파타고니아
    재생 다운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운을 살 때 제작 과정을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킨 평창 롱패딩도 저렴한 가격과 함께 RDS(책임 있는 다운 기준·Responsible Down Standard) 패딩이라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RDS는 살아 있는 조류의 털을 강제로 채취하지 않고 강제로 먹이를 주입하지 않는 등 윤리적인 방식으로 다운을 생산한 제품을 인증하는 제도다. 최근 비윤리적인 다운 채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웬만한 대형 다운 제조사들은 RDS 등의 인증을 받은 다운을 사용하는 추세다.

    평창 롱패딩을 구매한 직장인 오연주(28) 씨는 “가격이 싸길래 한편으론 비상식적인 과정으로 제작된 게 아닐까 불안했는데, RDS 인증을 받은 다운을 썼다고 해서 바로 구매했다”라고 말했다.

    합성섬유로 제작한 인공 다운을 찾는 이들도 있다. 인공 다운은 거위나 오리털보다 보온성이 떨어지고 무게가 무겁다는 평도 있지만, 친환경 다운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관련 기술력도 향상됐다. 3M의 신슐레이트, 노스페이스 VX, 국내 업체 세은텍스가 만든 웰론 등이 대표적이다.

    노스페이스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맥머도 에어 브이엑스 파카'를 선보였다. 2014년 자체 개발한 인공 충전재 'VX(Vertical Excellence)'와 인공 털을 후드 장식으로 썼다. 울리치는 3M 신슐레이트를 사용한 패딩을 내놨으며, 헤드와 빈폴도 폴리에스터 충전재를 사용한 벤치파카를 출시했다.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친환경 다운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착한 소비’와 관련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9%가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요구와 달리 아직 패션업계에는 친환경 다운에 대한 대응이 소극적인 실정이다. 대학생 이소연(24) 씨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거위털을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채취하는 영상을 보고 인공 충전재가 들어간 다운 점퍼를 구매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업체들이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알아봐줬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선택지가 높아지고 브랜드간 서비스가 향상되면서 자신만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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