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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글로벌 전자소재 기업들의 이유있는 '한국 러시'

  • 이다비 기자
  • 입력 : 2017.11.28 15:36 | 수정 : 2017.11.28 16:24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전자소재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국내에 본거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전자 시장의 ‘허브(hub)’로 자리매김한 한국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몇년에 걸쳐 최대 1조원까지 투자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8일 전자소재 업계에 따르면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를 비롯한 미국 ‘인테그리스’와 ‘다우케미칼’, 벨기에에 본사를 둔 다국적 화학기업 ‘솔베이’ 등은 한국에 연이어 연구개발(R&D) 센터와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다퉈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도 대대적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 투자를 예고하고 있어 이들의 투자에 보조를 맞추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아태지역 전자소재 시장 핵심은 한국...너도나도 ‘러시’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의 전자소재 사업부는 전라남도 여수에 전자소재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여수 신규 공장에서는 최첨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초고순도 암모니아수가 생산된다. 바스프 전자소재 사업부는 여수 생산공장을 기반으로 차세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제품 조건을 충족하고 국내 고객사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바스프 전자소재 생산 공장의 Class 10 클린룸에서 고순도 암모니아수 샘플을 검사하고 있는 품질 관리자 / 한국바스프 제공
    바스프 전자소재 생산 공장의 Class 10 클린룸에서 고순도 암모니아수 샘플을 검사하고 있는 품질 관리자 / 한국바스프 제공
    보리스 예니쉐스 바스프 아태지역 전자소재 사업본부 사장은 “2017년 한국의 반도체 설비 투자가 전 세계의 15%를 넘는 등 한국이 반도체 시장 허브(hub)가 되고 있어 한국 반도체 고객사와 협력하려면 이에 걸맞은 생산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바스프가 여수에 전자소재 생산공장을 지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바스프 전자소재 사업부는 2013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부를 홍콩에서 서울로 이전했다. 2014년에는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대 캠퍼스에 바스프 아태지역 전자소재 R&D센터를 설립했다. 한국바스프는 R&D센터와 여수 생산공장을 비롯한 전자소재 생산기반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5000만달러(약 545억원)를 투자했다.

    미국 전자 산업용 특수화학물질 업체인 인테그리스도 같은 이유로 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각종 가스를 정제해주는 가스 정제 시스템(GPS) ‘게이트키퍼’를 지난 2월 화성에 위치한 장안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테그리스는 4000만달러(약 460억원)를 투자했다. 그동안 게이트키퍼는 싱가포르에서 제조돼왔다.

    인테그리스코리아 담당자는 “외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제품 생산에서 고객사에 제품을 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다국적 화학기업 솔베이도 지난 2014년 이화여대 글로벌 R&D센터를 설립하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에서 앞서나가는 한국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이화여대 솔베이 R&D센터는 인도, 중국과 함께 솔베이의 아시아 지역 3대 R&D 거점으로 솔베이 특수화학 사업부(GBU Special Chem)와 함께 전자 및 자동차 산업용 신소재,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디스플레이(LCD, OLED)용 인쇄 전자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솔베이가 최근 10년간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종합 화학업체 다우케미칼은 지난 2012년 경기도 화성에 첨단 전자재료 글로벌 R&D센터를 설립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전자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R&D센터에서는 액정표시장치(LCD) 등 평판 패널 디스플레이, 반도체 장비 등 신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다우케미칼은 지난 15년간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을 겨냥해 R&D와 설비투자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최대 규모 투자 예고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공장동 전경. 오른쪽 상층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이다비 기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공장동 전경. 오른쪽 상층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이다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설 투자 비용(CAPEX)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7년 반도체 시설 투자 비용으로 각각 29조5000억원, 9조6000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연간 국내 반도체 시설 투자 비용으로 최대치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계도 설비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는 OLED 중심의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2018년과 2019년에 집중적으로 투자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부터 2020년까지 4년간 OLED 관련 시설을 새롭게 확장하는 데에 2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고 10조원은 대형 OLED 패널에, 나머지 10조원은 POLED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자소재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자 시장은 적어도 3~4년 전부터 상황이 어떻게 될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면서 “관련 업계는 (지금 메모리 반도체 호황 등을) 예상하고 지난 2012년~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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