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도전자들]⑦ 문아련 굿타임 대표 "에어비앤비가 고객...좋은 제품 만들려면 경험해야"

입력 2017.11.23 06:05

2013년 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회사 프리스케일(Freescale Semiconductor)에서 파이낸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던 문아련(33·사진) 굿타임(법인명 에치모바일) 대표는 반복되는 엑셀(Microsoft Excel) 작업으로 고역을 치르고 있었다. 매일 피벗 테이블(Pivot Table·엑셀 분석 도구)을 만들어 많은 양의 재무 데이터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너무 비효율적인데…좋은 방법 없을까.’

고민이 깊어질 무렵 한 가지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다. 직접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한 전형적인 문과생이었지만, 그녀는 겁먹지 않고 곧바로 프로그램 언어 ‘파이썬(Python)’ 공부에 돌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프로그램을 실행했더니 평소 두 달 걸리던 업무가 3시간 만에 끝났다.

“우리 팀 매니저가 써보더니 뛸 듯이 좋아하더라고요. 결국, 회사 전체가 제 프로그램을 쓰게 됐죠.”

미국 샌프란시스코 굿타임 오피스에서 만난 문아련 대표. / 박원익 기자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재미에 푹 빠진 문 대표는 이 일을 계기로 회사를 관두고 ‘스타트업 성지’로 불리는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했다. 회사 공동창업자이자 프로그래머인 남편의 도움을 받아 3년간 코딩 공부에만 집중했고, 올해 초 직접 개발한 B2B(기업 고객 대상) 서비스 ‘굿타임(GoodTime)’을 선보였다. 굿타임은 채용 인터뷰 일정을 최적화해 채용 담당자와 구직자 모두에게 가장 ‘좋은 시간’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서비스다.

에어비앤비(Airbnb), 스트라이프(Stripe), 옐프(Yelp) 등 실리콘밸리 유명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들이 굿타임을 이용하고 있다. 한 해 수천에서 수만 명의 개발자를 인터뷰해야 하는 기업 채용 관계자들의 업무량을 크게 줄여 호응을 얻은 것이다. 지난 8월엔 빅베이슨 캐피탈, 월든 인터내셔널 등으로부터 200만달러(한화 22억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지난달 25일 샌프란시스코 굿타임 오피스에서 문 대표를 만났다.

◆ 면접관 패널 구축…“링크트인보다 데이터 풍부”

-사업 모델이 독특하다.

“쉽게 말해 ‘리크루팅 오퍼레이션 플랫폼(recruiting operation platform)’이라고 보면 된다. 1년에 500~1000명씩 사람을 뽑으려면 채용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까지 그런 제품(product)이 없었다.

실리콘밸리 큰 기업들은 1만~2만 명씩 인터뷰해서 사람을 뽑기 때문에 스케줄 조정을 자동화해 채용 담당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팀원 10명 정도가 굿타임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채용 프로세스는 상당히 복잡한데, 어느 단계에서 쓰이나.

“채용 프로세스를 크게 7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이력서 검토(resume screening), 일반 채용 담당자 전화(recruiter phone call), 실무 채용 책임자 전화(hiring manager phone call), 기술 관련 전화 인터뷰(technical phone interview), 1대 다(多) 현장 면접(on site interview), 최종 확인 전화(closer call), 채용 제의(offer) 순이다.

이 중 이력서 검토, 최종 확인 전화, 채용 제의를 제외한 모든 단계에서 채용 관계자와 구직자의 스케줄 조정이 필요하고, 그 지점에 굿타임 서비스가 적용된다.”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할 것 같다.

“우리가 굿타임을 만들 때 중점적으로 고려한 부분이다. 일반 캘린더는 단순 이벤트만 기록하는 도구다. 면접관이나 지원자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가 없다. 가령 특정 개발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뽑을 때 사내 면접관(개발자) 중 누가 인터뷰를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 스케줄을 조율해왔던 이유다.

우리는 고객사 내 면접관들의 데이터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먼저 ‘인터뷰어 집단 패널’을 구축하고, 그걸 바탕으로 가능한 스케줄을 자동으로 짜서 지원자에게 보내준다. 그러면 지원자가 그걸 보고 최종 일정을 결정한다. 우리 회사가 현재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고객사 채용 과정에서 굿타임 서비스를 경험해 본 후 편하다고 느껴 지원한 개발자들이 많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채용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있는 문아련 대표. / 박원익 기자
-고객사마다 고유의 채용 원칙이 있을 텐데.

“각각의 채용 원칙이 있고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는 면접관 중 여성이 한 명 이상 들어가야 한다는 식으로 룰을 만든다. 그 룰에 따라 면접관을 조직해 지원자와 연결되도록 한다.

‘적확한 면접관 조직(organizing)’이 핵심 경쟁력인 셈이다. 면접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대개 각 고객사 핵심 인재들이다. 이들 면접관에 대한 데이터는 우리가 링크트인(Linkedin)보다 더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 3분기 인터뷰 예약 4만 건 육박…“앵커 고객 파급력 커”

-주요 고객사는.

“에어비앤비, 옐프, 스트라이프, 박스(Box), 퓨어스토리지(Pure Storage) 등 직원이 많은 대형 스타트업들이다. 회사가 크면 중간에 빠져나가는 직원도 많다. 그만큼 계속 채용해야 회사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직원 500명 이상 회사가 대부분인데 공기업도 있다. 아주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들이라고 보면 된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오피스에서도 모두 우리 서비스를 쓴다.”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고용 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 30억달러(한화 3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최대(maximum)로 봤을 때 기준이다. 현재 고객사가 15개로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내년까지 고객사를 50개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B2B 사업이라 가격 정책도 중요할 것 같다.

“회사 사이즈에 따라 다르게 계약하고 있다. 1년 단위로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데, 중위 가격이 8만달러(한화 8800만원) 정도다. 3년씩 한꺼번에 계약하는 회사도 있다.”

-서비스 이용 추이는.

“인터뷰 일정 예약(booking) 건수 기준으로 보면 올해 1분기 1200개에서 2분기에 9500개로 급증했다. 3분기엔 3만7000개로 늘었다. 지금이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다. 9~11월에 기업들이 대학교에서 인턴을 한차례 채용하고, 3~5월에도 많이 뽑는다. 1년에 두 번 정도 피크가 생긴다고 보면 된다.”

-성공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에어비앤비 같은 큰 회사의 면접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앵커 커스터머(anchor customer)가 가진 파급력이 있다. ‘에어비앤비가 쓰는데 한 번 써보라’는 접근이 가능하다. 고객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한 것도 주효했다. 각 고객사 핵심 채용 담당자(talent operations manager)를 초대해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 만찬을 갖기도 한다.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스티치픽스 등 고객사 실무자 20명 정도 되는 커뮤니티가 아주 견고해졌다. 기존 고객사의 소개를 받고 문의하는 업체도 많다.”


에어비앤비 채용 관계자가 굿타임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 굿타임 홈페이지
-경쟁사는 없나.

“우리 서비스 콘셉트를 거의 그대로 베낀 업체가 있긴 한데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 CEO 스케줄 관리 서비스를 하던 일부 챗봇(chatbot) 업체 중 리크루팅쪽으로 서비스를 확대한 경우도 있다.”

◆ 해커톤 상 휩쓸어…무급으로 일하며 실무 익히기도

-사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코딩 공부를 하면서 해커톤(hackathon·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이 한 곳에 모여 제한된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이벤트)에 계속 나갔다. 클라우드 솔루션업체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주최한 해커톤에서 9등으로 1만달러의 상금을 받았고, 2015년엔 도요타 해커톤에서 1등을 했다.

그러다 작년에 세계 최대 해커톤인 ‘론치(Launch)’ 해커톤에 나가서 부상으로 비트코인을 받았는데, 비트코인 지급 실무자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직원이었다. 코인베이스에서 채용 담당자로 일하던 사람인데, 스케줄링으로 하루 시간의 50%를 사용한다며 힘들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이거다 싶었다.”

-제품 출시 시점은.

“회사는 2015년에 설립했고 작년 초에 사업 아이디어를 발견, 3월부터 굿타임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공식 출시 시점은 올해 2월이다. 제일 먼저 옐프에 베타 버전을 공짜로 배포했다.”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노하우가 있나.

“리쿠르팅 업무를 모르면 제품을 잘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뮬소프트(MuleSoft)’란 업체에 취직해 3개월간 리쿠르팅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채용 업무 경험이 없으니 무급으로 써달라고 했다.

일하면서 굿타임 서비스를 써보고 불편한 부분은 회사 엔지니어와 논의해 고치고 다듬었다. 업무를 전혀 모르니 무시당하기도 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실무를 경험해본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 후 면접관 트레이닝 스케줄링 서비스를 추가했는데 그때도 에어비앤비에서 관련 실무를 해보고 만들었다.”

-왜 실리콘밸리인가.

“스타트업하려면 여기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자 유치 기회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처음 펀드레이징 시작했을 때 오스틴에서 엔젤투자자를 찾았는데, 실리콘밸리 쪽에서 제안한 엔젤투자금 규모가 10배 많더라. 투자 생태계가 너무 잘 돼 있다.

투자한 후 물어보지도 않는다. 은행과 달리 창업가가 알아서 하도록 맡겨두는 진짜 투자 개념이다. 투자자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좋은 엔젤투자자 한 명에게 투자받으면 다른 투자자들에게서도 연락이 온다.”

◆ “회의에 해결책 가져오지 마라”…목표는 좋은 리더

-코딩 실력을 키우는 비결은.

“일단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제품을 만들어 보는 게 중요하다. 수업만 듣고 실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 포기하기 쉽다. 간단한 제품부터 계속 만들다 보면 확실히 실력이 빨리 는다.”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일하고 있는 굿타임 직원들. / 박원익 기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사람 뽑는 게 제일 어렵다. 우리 제품을 쓰고 싶어 하는 큰 회사들의 문의가 많은데,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스페이스X, 비자 등과도 논의하고 있다. 그래서 엔지니어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굿타임 서비스는 구글 캘린더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다른 소프트웨어와 연동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머신러닝 엔지니어, 세일즈 직군도 찾고 있다.”

-경영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투명성을 강조한다. 내가 투자 유치하면서 누구 만났고, 얼마 투자받았는지, 어떤 투자자(VC)가 투자를 거절했는지 등을 직원들과 다 공유한다.

전체 직원이 모여 정기적으로 미팅을 하는데, 한 가지 룰은 해결책을 가져오지 않는 것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조율을 안 한 상황에서 각자 해결책을 가져오니 서로 이해를 못 하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더라. 해결책 없이 모여 전체가 같이 해결책을 찾는 미팅이다. 그렇게 하니 생각지 못했던 해결책이 나오더라. 엔지니어링팀의 문제를 세일즈팀이 해결한 적도 있다.”

-목표는 무엇인가.

“회사 목표는 내년에 고객사 50개 만들고, 시리즈 A(Series A·시드 투자 이후 첫 번째로 유치하는 투자금) 펀딩 하는 것이다. 개인적 목표라면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이다. 잠재력은 있지만 현재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팀원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회사가 돕는 것도 중요한데, 스타트업은 돈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끈기를 갖고 지켜보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다.”

-예비 창업가를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이다. 주변 누구라도 좋다. 주위에 망해가는 회사들 보면 도움을 요청하지 않더라. 창업가, CEO의 자신감이 넘쳐서 그렇다. 똑똑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CEO들의 특징이다. 자존심 내세우지 말고 빨리 도움을 요청해 문제를 해결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문아련 대표는

텍사스 오스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삼성물산을 거쳐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업체 프리스케일(Freescale Semiconductor)에서 파이낸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코딩에 빠져 여러 프로그램 언어를 독학, 2015년 도요타 해커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편과 스타트업 에치모바일을 창업, 올해 초 인터뷰 스케줄 자동화 서비스인 굿타임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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