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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경주→포항→?… 지진 도미노, 언제 어디서 날지 예측불가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 최인준 기자

  • 입력 : 2017.11.16 03:00 | 수정 : 2017.11.16 08:08

    [포항 5.4 지진]
    경주 강진 1년 2개월만에 포항… "한반도 지진은 현재 진행형"

    전문가들 "강진이 또 강진 불러… 지각구조 계속 불안정한 상태
    양산·울산단층 본줄기 움직이면 규모 6 이상 지진 일어날 수도"
    양산단층, 내년부터 5년간 조사

    리히터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일어난 지 1년 2개월 만에 인근 포항에서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다시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강력한 지진이 또 다른 지진을 부르는 '지진 도미노'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년간 경주 지진의 여진(餘震)이 줄어들면서 지질구조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번에 다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경주 지진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경주 지진과 달리 이번에는 전국에서 흔들림을 감지할 수 있었다. 김영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진이 발생한 진원(震源)이 작년은 지하 15㎞였지만 이번은 9㎞로 얕아 에너지가 사방으로 더 잘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질학계에서는 한반도 단층(斷層) 구조상 최대 리히터 규모 6.5~7.0의 초대형 지진도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해 왔다.

    지각판 내부도 안전하지 않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이윤수 박사는 "이번 지진은 한반도 서쪽에 있는 지각판인 인도판과 동쪽의 태평양판이 서로 부딪치면서 발생한 충격이 지각이 갈라진 틈을 따라 분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포항 지진, 2016년 경주 지진 비교 그래픽
    지구는 맨 안쪽 핵 위에 맨틀이 있고, 그 위로 거대한 땅덩어리인 지각판들이 서로 맞닿아 있다. 지각판들은 맨틀 위에서 미끄러진다. 그러다가 양쪽에서 지각판들이 서로 밀어붙이면 힘이 몰리고 나중에 이 힘이 풀어지는 과정에서 단층이 엇갈린다. 바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윤수 박사는 "서쪽에서 인도판이 히말라야를 밀어붙인 힘이 한반도까지 전달된 상태에서 동쪽의 태평양판이 여기에 저항하면서 양산단층을 남북 방향으로 미끄러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년여 전 경주 지진은 경주 남서쪽을 지나는 양산단층과 그보다 서쪽에 있는 모량단층 사이 지하에 있는 무명(無名·미지정)의 단층이 미끄러지면서 일어났다.

    원래 지진은 지각판들이 부딪치는 경계부에서 주로 일어났다. 중국에서 일어난 쓰촨·탕산 대지진이나 일본의 지진들이 그런 사례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안에 있어 지진 안전지대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도 대규모 지진이 빈발하면서 기존 가설(假說)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윤수 박사는 이에 대해 "정구공을 위아래로 누르면 좌우로 삐져나온다"며 "지각판이 맞붙은 곳에 힘이 몰려도 그 여파가 지각 내부의 복잡한 구조를 따라 지각판 안쪽까지 전달된다"고 말했다.

    규슈―경주―포항 지진 도미노 우려도

    지질학계에서는 경주 지진이 일어난 곳과 비슷한 위치에서 다시 큰 지진이 발생한 점에 주목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일본의 규슈 지진(규모 7.0)이 경주 지진을 불렀고, 그 여파로 다시 포항 지진이 일어나는 '지진 도미노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포항 지진은 1년 전 경주 지진의 연장선상"이라며 "앞으로도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주민 대피소엔 추위 견딜 모포가… - 역대 2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한 주민들이 모포가 담긴 박스를 옮기고 있다.
    주민 대피소엔 추위 견딜 모포가… - 역대 2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한 주민들이 모포가 담긴 박스를 옮기고 있다. /김종호 기자
    실제로 경주 지진 이후 많은 학자가 3년 정도는 면밀히 지진의 징후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올 초 국제학술지에 작년 경주 지진으로 인한 단층 파열 면적이 지질연이 추정한 수치보다 훨씬 컸다고 발표했다. 홍 교수는 이를 근거로 "경주 지진이 동해 단층을 자극해 다른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석 교수는 "규모 5 정도의 지진은 단층의 본줄기가 아니라 잔가지에서 일어난다"며 "양산단층이나 인근 울산단층의 본줄기가 움직이면 규모 6 이상의 지진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창국 지질연 국토지진연구본부장은 앞서 "지진은 과거에 지진이 발생했던 기록이 있는 지역에서 다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양산단층은 언제든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화된 단층"이라고 말했다. 양산단층 지역은 과거 17세기 조선시대에도 규모 6.5 이상으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한 기록이 있다.

    이날 본지진이 발생한 2시간 후 규모 4.6의 여진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여진이 3개월 이상 1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다음 지진이 어디에서 어떤 규모로 다시 일어날지는 예측이 어렵다. 땅이 갈라진 곳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주 지진 이후 인근 단층 지역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내년부터 5년간 양산단층 주변의 활성단층 지도를 그리는 사업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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