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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인터뷰] 남대종 “반도체 상승세 내년에 둔화”

  • 전준범 기자
  • 입력 : 2017.11.15 07:12 | 수정 : 2017.11.15 07:15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반도체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어떤 이는 반도체 업계가 앞으로도 수년간 활기를 유지하며 실적 파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어떤 이는 올해 말을 끝으로 내년부터는 차츰 열기가 식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투자의견도 ‘매수(buy)’와 ‘중립(neutral)’으로 갈린 상태다.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리니 투자자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더욱이 반도체는 수많은 개미가 자산 증식을 꿈꾸며 쌈짓돈을 투자하는 시장이 아닌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2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사실만 봐도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시장의 높은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반도체 업종에 대한 2018년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남 연구원은 “2016년부터 반도체 상승을 이끌어온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이 종료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반도체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반도체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 / 김연지 인턴기자
    남대종 KB증권 연구원 / 김연지 인턴기자
    남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진입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2018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며 “현재 소수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 조짐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 연구원은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를 최선호주로 추천하고 SK머티리얼즈(036490), 테스(095610), 원익IPS(240810), 주성엔지니어링(036930), 실리콘웍스(108320)등에 대해서도 매수를 추천했다. 반면 SK하이닉스(000660)동부하이텍(000990), 솔브레인(036830)에 대한 투자의견은 보유(hold)를 제시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달 10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사옥에서 남 연구원을 만났다.

    - 리포트 제목(기대와 현실 사이에서)의 의미는 무엇인가.

    “현재 정보기술(IT) 생태계에서 개별 단말기의 고사양화보다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반도체 시장도 마찬가지다. D램(RAM) 분야에서는 PC 수요 비중이 축소되고 모바일과 서버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낸드(NAND) 분야에서는 차세대 저장장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런 산업 구조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요가 시장의 기대치를 항상 상회하진 않을 것이다. 기대와 현실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반영한 이유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왼쪽)과 SK하이닉스의 감가상각비 추이 및 전망 / KB증권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왼쪽)과 SK하이닉스의 감가상각비 추이 및 전망 / KB증권 제공
    - 반도체 시장에 대한 증권사 전망이 최근 온도차를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긍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도 전체를 놓고 보면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나는 몇 가지 이유를 근거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우선 내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증가한다. 감가상각비 부담이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메모리 반도체 매출 증가율이 고점 부근에 도달했다. 올해 한국 업체들의 경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90% 늘어났다. 그러나 내년에는 PC와 모바일 수요 둔화의 영향이 낸드를 중심으로 가시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실적 증가율이 올해 만큼 나올 수 있을까. 쉽지 않다.

    그리고 반도체 공급 증가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시장에선 중국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중국의 본격적인 반도체 산업 진출로 사업자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하나씩 구체적으로 듣겠다. 설비투자 증가부터 설명해달라.

    “올해 D램과 낸드의 수급이 매우 타이트했다. 공급이 부족하니 가격은 당연히 올라갔다. 이 때문에 메모리 생산 업체들은 공급량을 늘려달라는 고객사 요청을 계속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 초부터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까지만 해도 D램과 낸드에 대한 글로벌 설비투자 예상 규모는 각각 118억달러와 190억달러였다. 그런데 올해 10월 기준 설비투자 규모는 147억달러, 254억달러다. 예상보다 각각 24%, 34% 상향된 것이다.

    D램(왼쪽)과 낸드의 2017년 설비투자 변화 / KB증권 제공
    D램(왼쪽)과 낸드의 2017년 설비투자 변화 / KB증권 제공
    2018년 방향성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지만, KB증권은 내년에도 설비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램 설비투자는 167억달러로 올해보다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낸드 설비투자는 293억달러로 2017년 대비 15%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7~2018년 낸드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 비중은 40%를 웃돈다. 역사적 고점이다. 설비투자 증가는 감가상각비 증가로 이어진다. 비용 통제에 대한 메모리 생산업체들의 고민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 설비투자가 늘어나면 공급 부족 현상도 완화되겠다.

    “그렇다. 우선 D램은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겠지만 공급 과잉에 좀 더 가까운 균형 상태가 될 것이다. 2018년 D램 공급 증가율은 22%, 수요 증가율은 20%로 예상한다.

    낸드는 공급 과잉이 좀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 기존에는 공급 부족 상황이 2018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는 수급 상황이 공급 과잉 상태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낸드 생산 업체들이 신규 라인을 증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낸드의 글로벌 공급 증가율은 43%, 수요 증가율은 37%로 전망한다.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수급 상황은 역전될 것이다.”

    -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 강세를 보이던 반도체 가격도 주춤하게 되는 것 아닌가.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D램 가격은 과거 고점 수준이고 낸드 가격은 고점 대비 소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D램 가격은 올해 4분기 이후에도 추가 상승이 가능하겠지만, 상승률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낸드 가격의 경우 모바일 수요 비수기인 내년 1분기에 진입하면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D램보다는 낸드의 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증가율 확대 / KB증권 제공
    메모리 반도체 공급증가율 확대 / KB증권 제공
    -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까.

    “당장 내년도 실적이 고꾸라지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2018년 매출액을 2017년보다 15% 증가한 121조원으로 예상한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5% 증가한 56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증가폭을 보면 둔화 양상이 뚜렷해질 것이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2017년 매출액은 2016년 대비 55% 늘어났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0%나 증가했다. 그에 비하면 2018년 15% 증가는 미미한 편이다.

    이쯤에서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인지하고 넘어가자. 반도체 산업은 미세공정 전환 속도를 앞당기면서 생산성을 확대해 원가 절감을 추구한다. 업황이 괜찮을 때는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원가 절감 속도가 늦어도 이익 개선세가 잘 나타난다. 반면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시기에는 원가 절감 속도가 가격 하락 속도보다 빨라야만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 그렇다면 가격 상승이 주춤하는 내년에는 반도체 업체들의 전략도 달라질까.

    “올해 상당수 업체가 D램 10나노 후반대(1X nm)와 64단·72단(4세대) 3D 낸드로의 미세공정 전환에 기술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시장 수요보다 출하 증가가 낮게 나타났고,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던 것이다.

    내년에 가격 상승이 둔화되면 삼성전자 등 선도 업체들은 D램 10나노 중반대(1Y nm)와 96단 3D 낸드로의 공정 전환을 앞당길 것이다. 반면 추격 업체들은 D램 10나노 후반대와 64단·72단 3D 낸드 비중 확대에 중점을 두면서 원가 절감을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원가 절감 속도가 가격 하락 속도보다 앞설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기술 난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D램과 낸드 수급 전망 / KB증권 제공
    D램과 낸드 수급 전망 / KB증권 제공
    - 내년에 설비투자가 늘어나면 반도체 장비업체들 실적이 좋아지겠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장비업체를 볼 때 포인트는 실적이 아니라 수주다. 장비업체는 수주 여부가 주가 상승동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반도체 장비 수주가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쏟아진다면 장비업체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주가는 올라갈 수 있다.”

    - 중국 이야기를 해보자.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꽤 경계한다.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와 지원은 엄청하다. 그런데도 현재 시장은 2018년 메모리 반도체 수급 상황을 예측하면서 중국의 영향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을 안쓰는 경향이 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국가집적회로산업 발전추진요강을 발표하면서 1200억위안 규모의 산업투자기금을 조성했다. 2015년에는 중국제조2025 중점분야 기술노선도에 집적회로산업을 포함시켰다.

    정부가 나서서 열심히 지원하니까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중국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인텔은 2014년 칭화 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스프레드트럼과 RDA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투자했고, 중국 다롄에 낸드 라인을 건설했다. HP와 웨스턴 디지털도 칭화그룹과의 관계를 맺었다. 그 외에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AMD 등 다수 기업이 중국전자기술그룹(CETC), 구이저우성, 톈진하이강 등 중국 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신규 투자 현황 / KB증권 제공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신규 투자 현황 / KB증권 제공
    - 중국에서의 반도체 양산은 언제쯤 본격화될까.

    “현재 중국에 건설 중인 300mm 메모리 팹은 낸드 1개, D램 2개다. 칭화 유니그룹의 YMTC가 낸드 라인, 푸젠진화반도체와 루이리IC(옛 허페이창신)가 D램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이중 푸젠진화반도체는 2018년 9월부터 월 9만장 규모의 웨이퍼(반도체 원료인 둥근 원판) 양산에 돌입한다. 이 회사는 향후 5년 내에 생산량을 2배 늘릴 전망이다. 허페이창신은 월 12만5000장 규모의 D램 라인을 건설 중인데,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 수율이 제대로 나올까.

    “사실 아직까지는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산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대략적인 설비투자 금액과 지역 정도만 알 수 있고 어떤 제품을 양산할 것인지, 수율이 얼마나 될지 등을 추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의 기술 난이도가 높다보니 중국의 시장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 그런데 KB증권은 왜 중국을 견제하는 건가.

    “중국이 최고 난이도 기술을 접목한 반도체가 아닌 낮은 난이도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더라도 공급 증가에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를 디스플레이 업종에서 찾을 수 있다. 2000년대 초 하이디스를 인수한 중국 BOE 그룹은 모든 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한 뒤 저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2005년 BOE의 시장점유율은 생산용량 면적 기준으로 2%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16%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그 사이 디스플레이 업종의 수익성은 악화됐고, 자기자본이익률(ROE·자본금 대비 이익금 비율)은 한 자릿수 중반대까지 추락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 라인 현황 / KB증권 제공
    중국의 반도체 생산 라인 현황 / KB증권 제공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 2018년부터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신규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하는데 당장 경쟁력이 없다고 안심해선 안된다.

    특히 시장은 반도체 업계의 글로벌 플레이어 수가 현저히 감소했다가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 D램 시장은 10여개 업체가 난립한 상태에서 치킨 게임을 반복했다. 지금은 경쟁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D램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 도시바(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글로벌 점유율 94%를 장악하고 있다. 이처럼 소수 업체가 과점한 시장을 중국이 탐내기 시작한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날이 분명 다시 온다.”

    - 낸드 시장을 부정적으로 내다보면서 낸드 강자인 삼성전자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비슷한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낸드 포지션이 큰 회사는 삼성전자인데 왜 SK하이닉스 투자의견만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하고 삼성전자는 매수를 유지하냐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기술경쟁력이 뛰어나다. 원가 유지 능력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원가가 높은 제품을 빨리 생산해야 하는 건 반도체 업체의 숙명이다. 그리고 가격 하락 구간에서는 원가를 빨리 줄여야 한다. 이런 수익성 개선 활동 측면에서 보면 아무래도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나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삼성전자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한 이슈도 있다. 배당금도 크게 늘렸다. 이런 부분이 투자 매력도를 끌어올리는 요소가 아니겠나.”

    한국 반도체 업계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 / KB증권 제공
    한국 반도체 업계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 / KB증권 제공
    - 끝으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조언을 해준다면?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업종 주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건 ‘가격’이다. 잘 모르겠으면 반도체 가격 동향을 주시하면 된다. D램을 예로 들면 매일매일 현물가격 동향 정보가 나온다. 증권사도 전문 조사기관 데이터를 받아 리포트를 낸다. 그걸 잘 보고 가격 흐름을 파악한다면 매수·매도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잡기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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