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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은행, 1999년 김진만 행장 취임사를 기억하라

  • 정해용 금융증권부 은행팀 기자

  • 입력 : 2017.11.14 14:52 | 수정 : 2017.11.14 15:00

    [기자수첩] 우리은행, 1999년 김진만 행장 취임사를 기억하라
    “망한 은행들끼리 무슨 창립 몇 주년인가. 말 같지 않은 소리 하지도 마세요.”

    우리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진만 초대 한빛은행장(우리은행의 전신)은 상업은행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들을 크게 차별하지 않았고 모두 한빛은행 직원으로 대했다”고 했다.

    김 전 행장은 현직 한미은행장이던 1999년, 13조원의 부실채권을 가진 자산규모 102조원짜리 한빛은행의 구원투수로 발탁됐다.

    지금까지 우리은행의 고질적인 병폐로 남아있는 출신 은행 간의 편 가르기는 김 전 행장에게 ‘말 같지 않은 소리’일 뿐이었다. 그는 은행 창립 원년인 1999년 2월 강연에서 “한빛은행은 새로 창립된 은행입니다.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라며 임직원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18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서, 우리은행은 아직도 출신 은행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목을 되풀이하는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같은 은행 출신들이 계속 은행장 등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권이나 언론 등에 줄을 대는 문화가 만연해있다. 이 과정에서 신입직원 채용에 VIP 자녀들을 끼워 넣는 채용비리까지 터져 나왔다.

    조선비즈는 [우리은행 복마전]이라는 시리즈 기사를 내보냈다. 채용비리를 계기로 살펴본 우리은행의 조직문화는 전보다 훨씬 더 악화돼 있었다. 이번에 우리은행의 모든 문제가 다 노출돼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우리은행은 1차, 2차 공적자금 투입으로 총 12조원이 들어갔다. 국민들의 혈세로 망가진 은행을 살려냈다. 우리은행 내부 문제를 들여다보면 임직원들은 국민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는 듯하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60~70%에 달하지만 우리은행은 20%에 불과하다. 우리은행 사람들은 4대 은행 중 유일한 토종은행이라고 한다. 우리은행의 전신이 1899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민족은행 천일은행이라는 자부심도 있다.

    “우리는 모두 99년 한빛은행의 입행동기”라는 초대 은행장의 취임사(1999년 1월4일)를 기억해야 할 이유도 그만큼이나 많다. 출신은행 간의 편 가르기를 끝내지 않으면 “정말 은행이 다시 망할 것 같다”는 전직 임원의 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채용비리 사태로 추락한 우리은행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고 임직원들이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한마음으로 다시 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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