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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복마전]④ "채용비리·계파갈등은 윗분들만의 리그"…직원들 불만 고조

  • 이승주 기자

  • 입력 : 2017.11.14 14:45

    우리은행이 특혜채용 의혹 사건을 계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후임 행장을 선임해야 하는 단계다. 우리은행 내부 한일-상업 출신의 갈등은 조직 발전을 저해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정부 지분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이미 민영화된 은행이다. 정부도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지금 문제는 과점주주들(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키움증권, 동양생명, IMM PE 등)이 이사회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주주들이 선임할 새 은행장이 우리은행의 복마전 같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며, 우리은행의 문제가 지금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복마전(伏魔殿)은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라는 뜻으로,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근거지를 의미한다. [편집자 주]

    우리은행 채용 비리 논란과 차기 행장을 둘러싼 계파 갈등 등을 두고 은행 직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한일·상업은행 통합 이후 채용돼 언론에서 얘기하는 계파 갈등과는 거리가 먼 데다, 잘못은 고위 임원이나 부행장, 행장 등 윗선에서 하고 그에 따른 고통은 직원들이 함께 분담한다는 느낌이 쉬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통합 이후 채용된 직원이 전체 1만5000명의 80%에 달할 정도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은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지난 1999년 통합됐다. 우리은행 직원 A씨 “잘못은 위에서 다 했는데 고통은 모든 임직원이 나눠서 진다”며 “잘잘못을 가려내 잘못한 사람들은 징계를 확실히 하고 빨리 은행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조선DB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조선DB
    우리은행 내 계파 갈등 논란 역시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이광구 행장이 지난 2일 채용 비리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 이 배경에 옛 한일은행 출신들이 상업은행 출신의 이 행장을 몰아내기 위해 내부 문건을 유출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에 대해 어린 연차의 우리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일·상업은행 출신 계파 갈등은 사실상 부행장들이나 임원들만의 얘기일 뿐 조직 전체에 만연한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직원 B씨는 “계파 갈등이 있다는 걸 언론 보도를 통해 알 정도로 일반 직원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계파 갈등은 사실상 윗분들만의 리그지 우리랑은 큰 상관이 없다”고 했다.

    차기 행장 자리를 두고 오히려 갈등을 만들어 이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직을 떠난 옛 한일은행 출신들이 계파 갈등을 부추기고 은행을 흔들어 한 자리 차지하겠다는 속셈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또 어느 회사나 집권 세력이 있으면 이를 견제하는 세력 역시 존재하는데, 마치 우리은행만 유독 계파 갈등이 심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불평도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직원 C씨는 “대통령도 새로 뽑히면 자기 사람을 필요한 자리에 앉히고 나머지는 대통령 견제 세력이 되는데, 민간 은행에 이런 게 있다고 해서 왜 큰 문제로 지적되는지 모르겠다”며 “독재 체제를 생각하면 이런 계파 갈등이 없는 게 오히려 더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차기 행장으로 우리은행 내부가 아닌 외부 인사가 거론되는 것도 원치 않고 있다. 이 행장의 사임 이후 우리은행 차기 행장 자리를 두고 수많은 사람이 하마평에 올랐는데, 내부 출신보다는 외부 출신이 거론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노동조합은 외부 인사가 차기 행장으로 오는 것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이미 낸 상황이다.

    우리은행 직원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직원 역시 외부 출신이 차기 행장으로 오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외부 출신이 와서 조직을 파악하고 장악하는 데 또 시간이 필요한데, 예금보험공사 잔여 지분 매각과 지주사 전환 등 채용 비리 논란에 발목 잡힌 이슈가 많기 때문에 내부 출신이 조직을 추스르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일련의 상황들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 역시 크다. 지난 7월 27일 1만9650원까지 상승한 우리은행 주가는 지난 13일 1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 기간 20% 넘게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직원들은 자사주를 매입할 때 은행에서 매달 10만원씩 지원하는 ‘우리사주제도’를 이용해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우리은행 주식을 보유한 직원 D씨는 “우리사주제도를 통해 매달 꾸준히 우리은행 주식을 사오고 있고 동료들도 대부분 주식을 구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은행 실적도 좋았고 주가도 많이 오르면서 은행 내부에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데다 주식 가격까지 많이 빠지면서 분위기도 좋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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