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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터전 잃은 신세계백화점...'인천터미널 5년 분쟁' 대법원 롯데 손 들어줘

  • 윤민혁 기자
  • 입력 : 2017.11.14 11:39 | 수정 : 2017.11.14 14:28

    신세계백화점이 인천에서 터전을 잃게 됐다. 지난 5년동안 신세계가 인천광역시와 롯데를 상대로 벌여온 소송에서 지면서 인천종합터미널 내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결국 접게 됐다. 이곳은 롯데백화점으로 넘어간다. 신세계 인천점은 신세계백화점 중 매출규모 4위를 다투는 알짜 점포다.

    14일 대법원 민사 3부는 신세계가 인천광역시와 롯데인천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 최종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신세계백화점은 인천광역시와 1997년 20년 장기임대 계약을 맺고 인천종합터미널 인천점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2012년 9월 신세계와 유통 라이벌인 롯데쇼핑이 인천광역시로부터 인천종합터미널 부지(7만7815㎡)와 건물 일체를 9000억원에 매입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당시 롯데와 함께 인천종합터미널 인수자로 나섰던 신세계는 고배를 마셨다. 이에 신세계는 "인천시가 더 비싼 가격에 터미널을 팔 목적으로 롯데와 접촉했고, 비밀리에 롯데 측에 사전실사·개발안 검토 기회를 주는 등 특혜를 줬다"며 인천시와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롯데의 손이 올라간 원심을 확정했다.

    신세계 인천점. /조선일보
    신세계 인천점. /조선일보
    롯데는 세입자 신세계에 임대 계약이 끝나는 오는 19일까지 매장을 비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롯데는 신세계가 철수하는 즉시 백화점을 재단장하고 단계적으로 쇼핑몰을 입점시켜 '롯데 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강남, 센텀시티, 본점에 이은 매출 4위권 점포다. 연 매출은 8000억원대로 현재 롯데가 인천·부평 지역에 운영 중인 백화점 3개 매출을 합한 것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13개인 신세계백화점 점포는 12개로 줄어들게 됐다.

    ◆ 롯데·신세계 감정 악화 도화선 된 인천종합터미널

    2012년 롯데가 인천종합터미널을 인수할 당시 신세계는 인천종합터미널을 6000억원에 매입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롯데가 9000억원의 금액을 제시해 인천종합터미널 건물과 부지를 통째로 매입하면서 신세계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경쟁 업체가 매장을 운영 중인 건물을 전격 매입한 것은 유통업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전례가 없었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감정이 이 사건을 기점으로 악화됐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까진 롯데와 신세계 두 유통 라이벌 사이에 교류가 흔했다”며 “인천터미널 사건 이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상처내기’ 식 마케팅이 이어져 현재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경쟁의식이 깊게 베인 상태”라고 전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조선DB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조선DB
    인천종합터미널을 롯데에 뺏긴 신세계는 타 업체가 매입을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점포 현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가 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있는 서울 반포의 센트럴시티를 1조2000억원에 매입한 배경에는 인천종합터미널을 빼앗긴 상황에서 신세계 강남점까지 위협받을 수 없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 신세계, 증축부는 2031년까지 운영권...분쟁 소지 남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롯데가 인천종합터미널 건물주로 확정됐지만 쟁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신세계는 지난 2011년 1450억원을 투자해 터미널 부지에 1만7520㎡(약 5300평)의 매장과 자동차 870여대를 수용하는 주차타워를 세웠다. 이는 신세계 인천점 전체 매장 면적의 27%에 달하는 규모다. 신세계는 이 증축 매장을 인천시에 기부채납해 2031년까지 20년간 임차했다.

    신세계가 증측부 매장 철수를 거부한다면 ‘한 지붕 두 백화점’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신세계는 증측부 운영 방안에 대해 내외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증측부는 독립적인 백화점을 운영하기엔 부족한 규모이기 때문에 신세계가 매장 철수를 거부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통상 임대 계약이 끝나고 새 매장이 들어오면 기존 매장 운영을 지속하며 서서히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는데, 롯데와 신세계 양 사 관계가 껄끄러워 유연한 전환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백화점이 현재 운영 중인 인천지역 점포 매각도 이슈다. 앞서 신세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를 제소했다. 롯데가 인천종합터미널을 매입하면 인천·부천 지역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는 논리였다. 당시 공정위는 롯데에 대해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매입하는 대신 인천·부평·중동점 등 인천·부천지역의 기존 3개 백화점 중 인천점을 포함해 2개 점포를 매각하도록 했다. 롯데백화점은 점포 두곳을 매각한 후 인천종합터미널 점포와 함께 이 지역에서 2개의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입점 브랜드를 승계해 운영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인수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복합문화공간인 ‘롯데타운’을 인천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롯데 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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