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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르포] '산업계 보석’ 공업용 다이아몬드…일진다이아 음성공장 가보니

  • 음성=조지원 기자
  • 입력 : 2017.11.14 11:05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경도 10으로 다이아몬드를 긁어 흠집을 낼 수 있는 물질은 다이아몬드 밖에 없다. 경도가 높아 금속‧석재 등 거의 모든 물질을 깎고 자르거나 다듬을 수 있는 고급 소재로 각광받고 있지만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일진그룹 상장 계열사 일진다이아몬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면서 ‘다이아몬드의 희소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지난 10일 찾은 충북 음성군 대소면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막 생산한 다이아몬드를 크기와 형태, 순도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노랗고 작은 다이아몬드 알갱이를 종류만 수십 개가 넘는 체로 걸러내 크기 별로 분류한 뒤 형상분류기에서 다시 한 번 모양에 따라 1번부터 9번까지 구분했다. 1번에 가까울수록 정팔면체 모양이다. 번호는 품질이 좋은 순서다. 1번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9번 다이아몬드보다 10배 비싸다.

    공장 1층에서는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공정이 진행 중이었다. 공업용 다이아몬드의 주원료는 흑연이다. 흑연에 촉매제를 섞은 원기둥 덩어리를 프레스 기계에 넣고 섭씨 1500도에 5만 기압(1㎠ 크기를 50톤 무게로 누르는 힘)으로 압력을 가하면 1~2시간 만에 노란색 다이아몬드가 검은색 셀(cell)에 촘촘히 박혀 나온다. 이후 셀을 전기와 황산으로 녹여서 다이아몬드만 골라낸다.

    지난 10일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내 형상분류기와 분류된 공업용 다이아몬드 /일진그룹 제공
    지난 10일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내 형상분류기와 분류된 공업용 다이아몬드 /일진그룹 제공
    공업용 다이아몬드의 용도는 다양하지만 크기와 모양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낼 수 없어 생산된 다이아몬드를 얼마나 세밀하게 분류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일진다이아몬드는 크기‧모양‧순도에 따라 500가지가 넘는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고 있다. 크기별로 보면 담배연기 입자 정도로 작은 것부터 물방울이나 모래알만큼 큰 것까지 다양했다. 가루 형태인 다이아몬드는 담겨 있던 병뚜껑을 열 때 생긴 바람에 날아갈 정도로 가볍다. 그러나 아주 작은 알갱이 하나하나가 다이아몬드이기 때문에 옷에 묻은 것을 모르고 세탁기를 돌리면 구멍이 나거나 찢어진다고 했다.

    이렇게 생산된 다이아몬드는 기계, 금속, 자동차, 건축, 토목, 광산, 전자, 태양광, LED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용도는 콘크리트‧아스팔트‧교량 등을 절단‧절삭하거나 전자재료, 신소재, 세라믹재료, 가구용 목재, 자동차용 비철금속, 인쇄회로기판 등을 가공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과정에도 쓰이는 등 갈수록 용도가 다양해지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현재 세계 40개국 700개 업체에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공급하고 있다. 연간 매출은 1000억원 수준이며 수출 비중은 85%가량이다.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미국 휴스턴, 독일 에슈본 등에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세계 공업용 다이아몬드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글로벌 3위 업체다.

    흑연 셀(cell)에 박혀있는 노란색 다이아몬드 알갱이 /일진그룹 제공
    흑연 셀(cell)에 박혀있는 노란색 다이아몬드 알갱이 /일진그룹 제공

    ◆ 1987년 자체 기술 확보…기술 유출 방지 위해 철저히 관리

    1960년대에 인위적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일진그룹이 이 사업에 뛰어들기 전까지 거의 40년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남아공화국 드비어스 두 업체의 과점 체제였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인 허진규(76) 일진그룹 회장은 198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산학협력을 통해 국내에서 최초,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우리 산업에 꼭 필요하지만 국산화가 돼 있지 않은 기술을 찾아서 해보자는 것이 그룹 정신”이라며 “공업용 다이아몬드도 여러 산업에 꼭 필요한 소재인데, 국산화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미국 DI(옛 제네럴일렉트릭), 남아공 E6(옛 드비어스)와 함께 세계 3대 공업용 다이아몬드 제조업체로 꼽힌다. 이들 ‘빅3’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80%에 달했었지만 값싼 중국산 공업용 다이아몬드가 등장하면서 빅3의 점유율은 30~40%까지 낮아졌다.

    방현철 일진다이아몬드 소재사업부 생산관리팀장은 “공업용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수요는 일정한 반면 중국산 공급이 크게 늘면서 제품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과 응용분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일진다이아몬드는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철통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수십년간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면서 쌓아 올린 노하우가 사진 한 장만으로 경쟁사에 힌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와이어 /일진그룹 홈페이지
    다이아몬드 와이어 /일진그룹 홈페이지

    ◆ 태양광산업 성장에 실적 개선…자회사 덕분에 주가도 170% 상승

    일진다이아몬드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특히 태양광 산업의 성장으로 '다이아몬드 와이어(DW)' 관련 매출이 크게 늘었다. 다이아몬드 와이어는 쇠줄에 미세한 다이아몬드 알갱이를 입힌 것으로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실리콘 잉곳을 정밀하게 자르는데 쓰인다.

    일진다이아몬드 관계자는 “거대 태양광 단지 조성으로 태양광 패널 수요가 늘면서 절단 공구인 다이아몬드 와이어 판매량도 함께 증가했다”며 “특히 일본 내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주가도 상승세다. 일진다이아몬드 13일 종가는 2만1600원으로 지난해 5월 2일 7900원보다 173% 상승했다. 자회사 일진복합소재가 내년에 출시될 현대차 수소전기차량에 수소저장탱크를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일진복합소재 지분 82.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수소저장탱크는 수소차 주행거리, 안전성과 밀접한 중요 부품으로 차량 원가의 15~20%를 차지한다”며 “현대차의 수소차 양산 계획에 따라 탑재되는 탱크 수가 증가하면 (일진복합소재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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