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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한국 하청받던 중국 공장 대변신…첨단기술 허브로 성장한 빈촌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11.14 10:00 | 수정 : 2017.11.14 10:28

    인구 31만명 빈촌 중국 간판 클러스터로 성장
    “아침에 아이디어 내면 오후에 시제품 만들어”

    오는 12월 1~2일 중국 남부 선전(深圳)에서 ‘빅베이 로봇⋅인공지능(AI)대회’가 열린다. 웨강아오(粤港澳,광둥∙홍콩∙마카오) 빅베이 건설의 일환으로 대회 참가자들이 AI 협력 혁신산업 연맹 설립과 관련 펀드 조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웨강아오 빅베이 건설 참여 지역인 광둥성 9곳과 홍콩·마카오 등 총 11개 도시 고위 관료 및 기업인과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선전의 혁신 클러스터를 주변지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웨강아오 빅베이 건설이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 건물에 있는 스타트업 사무실./조선DB
    중국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 건물에 있는 스타트업 사무실./조선DB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2기의 청사진을 담은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보고에서 웨강아오 빅베이 건설을 주문한 데 이어 몇 곳의 선진 제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간판 선진 제조업 클러스터인 선전의 혁신 DNA를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다.

    선전에서는 지난해 차세대 정보기술, 인터넷, 신소재, 바이오, 신에너지, 환경 보호, 문화 창의 등 7대 전략 신흥산업이 10.6% 성장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40.3%를 차지했다. 미래산업으로 분류된 로봇과 웨어러블 장비 등도 20.2% 성장했다.

    선전이 처음부터 혁신 클러스터가 된 건 아니다. 시장의 역할을 존중한 산업정책, 정부의 규제완화, 실물경제를 돕는 금융생태계 육성, 외지 인재들이 실력으로만 경쟁하는 문화 등이 인구 31만명의 빈촌을 글로벌 제조업 벤처기업인의 성지로 탈바꿈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류궈훙(劉國宏) 선전종합개발연구원 금융⋅현대산업연구소 소장은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이 주도하도록 하고 정책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도록 한 선전 정부의 판단이 다른 특구와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특정 산업정책을 결정한 뒤 기업에 따르라는 식의 일이 선전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조선] 한국 하청받던 중국 공장 대변신…첨단기술 허브로 성장한 빈촌
    1980년대 선전의 수출가공업은 한국·일본·대만 전자업체들이 저임금을 노리고 몰려오면서 자연스레 형성됐다. 선전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기업과 거래하던 중국 기업이 독자 브랜드 기업으로 발전하면서 첨단기술 수요가 늘었고, 그래서 1990년대 첨단기술 산업 육성책이 나왔다는 게 류 소장의 설명이다. 첨단산업에서의 경쟁 가열로 신에너지·의료·드론 등 신흥산업 수요가 커지면서 선전 정부의 정책방향도 신흥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 혁신 아이디어 조기에 상업화 가능
    수출 가공업으로 쌓은 탄탄한 제조기반과 하루 유동인구 50만명의 최대 전자상가 화창베이(華强北)는 혁신 아이디어를 조기에 상업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아침에 스마트안경 아이디어를 갖고 화창베이에 가면 오후에 시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선 2주 정도 걸릴 일이다”고 말했다.

    선전에서 가장 먼저 시행한 규제개혁 조치만 10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당국의 규제완화도 혁신의 자극제가 됐다. 선전시가 1987년 가장 먼저 시행한 ‘과학기술 연구성과 지분전환 허용’은 이공계 인재들을 유치하는 촉매제가 됐다. 민영기업 상장을 도우려는 중소기업판(2004년)과 중국판 코스닥인 창업판(2009년)을 모두 선전에 개설한 것도 선전 혁신을 받쳐주는 금융생태계 형성을 가속화했다. 중국 벤처캐피털의 3분의 1이 선전에 몰렸다.

    중국 최대 SNS업체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馬化腾) 회장은 “‘선전에 오면 선전인이 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텃세가 없고 과감한 돌진을 중시하고, 말보다 행동을 강조하는 게 선전상인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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