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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르포] "빗썸 멈춰 하룻밤에 2억원 날렸다"...'망연자실' 투자자들

  • 이민아 기자

  • 입력 : 2017.11.13 15:49 | 수정 : 2017.11.13 16:26

    “밖에선 사람이 밤을 새고 ‘죽네, 마네, 자살을 하네’ 하는데 직원들은 안에서 나와보지도 않아요. 거래소가 멈춰서 2억5000만원을 날렸어요.”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본사 1층 문 앞. 사설 경호업체 직원과 대치하던 투자자 이모씨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현장에는 경찰도 2명 출동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투자자 4명도 이씨 옆에서 유리문 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곳곳에서 욕설이 간간히 들려왔다.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본사 1층 문 앞에서 사설 경호업체 직원(왼쪽에서 세번째)과 투자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오른쪽 벽에는 전날 가격이 100만원 이상 급등락한 비트캐시 홍보 현수막이 붙어있다./사진=이민아 기자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본사 1층 문 앞에서 사설 경호업체 직원(왼쪽에서 세번째)과 투자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오른쪽 벽에는 전날 가격이 100만원 이상 급등락한 비트캐시 홍보 현수막이 붙어있다./사진=이민아 기자
    전날(지난 12일)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거래량 1위인 빗썸이 오후 4시부터 서버 과부하로 서비스를 1시간 30분 간 중단했다. 투자자들의 매도·매수 거래가 전면 차단됐다. 이후 서버 접속이 재개됐지만, 1개당 280만원이었던 비트코인캐시의 가격은 100만원 가까이 폭락한 190만원대를 오갔다.

    이씨는 전날 오후부터 빗썸 본사 10분 거리의 빗썸 고객센터에서 밤을 새웠다고 했다. 부산에서 올라와서 고객센터에서 쪽잠을 자다가 거래소 측에서 아무런 안내가 없자 아침 9시 30분부터 회사 앞에 서있었던 것이다. 전날 고객센터에는 이씨를 비롯한 12명의 투자자들이 모여 늦은 밤까지 회사 측의 처분을 기다렸다.

    이씨는 “전날 빗썸 관계자가 오늘 10시에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안내했는데 아직(오전 11시)까지 발표는 커녕 한명도 나와보지 않고 있다”면서 “들어가지도 못하게 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부대표란 사람은 아침에 커피 들고 출근하더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와 함께 고객센터에서 밤을 지새웠다는 투자자는 입술이 모두 부르터 있었다.

    ◆ 거래소 안정성 취약...투자자 어디서 보상받나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가상화폐의 급격한 시세변동으로 거래량이 폭증하면 사이트가 마비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정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들이 원하는 때에 가상화폐를 매도·매수하지 못 했다. 거래소들의 시스템 안정성 부족은 가상화폐 거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한 투자자가 “빗썸에서 우리한테 보낸 유일한 공지사항”이라면서 보여준 짧은 ‘서비스 지연’ 안내문./사진=이민아 기자
    한 투자자가 “빗썸에서 우리한테 보낸 유일한 공지사항”이라면서 보여준 짧은 ‘서비스 지연’ 안내문./사진=이민아 기자
    빗썸이 마비돼 코인을 제 때 팔지 못하는 바람에 2000만원을 날렸다는 투자자 김모씨는 “비트코인캐시가 280만원대일 때 팔려고 했는데, 계속 시도를 했는데도 안 되다가 나중에 서버가 열리니까 가격이 100만원 넘게 폭락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전에 다른 가상화폐인 리플이 고점을 찍었을 때도 서버가 30분동안 마비됐다가, 다시 접속이 열리니 가격이 딱 떨어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에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의 매도 주문이 쏟아졌지만, 빗썸은 서버 과부하로 거래를 제때 처리하지 못 했다.

    투자자들이 항의를 이어가는 동안에도 가상화폐 가격은 시시각각 변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거래소에서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아 가상화폐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회사 앞에서 기다리던 한 중년 여성은 “어제 200만원대를 훌쩍 넘던 가상화폐 가격이 아침에 140만원까지 떨어졌는데, 빗썸에서 어떻게 보상을 해준다고 할지 몰라서 가격은 자꾸 떨어지는데 매도하지 못하고 마냥 들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빗썸 고객센터에서 투자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이민아 기자
    13일 빗썸 고객센터에서 투자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이민아 기자
    ◆ 침울한 고객센터...망연자실한 투자자들

    오전 11시 20분 찾은 빗썸 고객센터는 성난 투자자들로 인해 쥐죽은 듯 조용했다. 이따금씩 투자자들이 서버가 마비됐을 때의 상황을 설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객센터에는 60~70대의 고령층 고객들도 있었다.

    빗썸은 지난 8월 대면 고객센터를 열었다. 고객들이 회사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서 궁금한 점을 질의할 수 있는 소통 창구였다. 기존에 전화 상담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고객센터도 이번 서버 마비 대란에서 투자자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고객센터에서 20여분을 대기했다는 직장인 A씨는 “2500만원이 물려있었는데, 서버가 멈췄다가 열리는 순간 반토막이 났다”면서 “세계 1위, 1등 거래소라고 하면서 대응은 전혀 없고 전화도 안 돼 회사에서 잠시 나왔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는 ‘빗썸 서버다운 집단 소송 모집’ 카페도 개설됐다. 설립 하루만에 회원수 3000여명을 돌파했다. 이 카페 회원들은 법무법인 아주에서 미팅을 갖고 소송 제기 일정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빗썸 관계자는 “동시 접속자 수가 평소 평균 대비 최고 1700%가 폭증했다”면서 “웹·슬레이브 서버 등의 증설을 통해 이용자 급증과 거래량 폭주에도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원 충원과 외부 컨설팅을 통해 시스템 최적화 작업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원님들에 대한 보상을 진행하기 위해 법무법인을 포함, 고객자산보호센터 등을 통해 논의 중에 있으며, 이번 사안에 대한 법률적·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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