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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르포] 서울커피쇼에서 만난 커피 트렌드…'스페셜티가 대세'

  • 윤희훈 기자
  • 입력 : 2017.11.13 10:17

    ‘내년엔 어떤 커피가 유행할까. 또 커피 산업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까’

    세계 커피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서울카페쇼 2017’이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서울카페쇼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커피쇼로 세계 유명 커피 브랜드부터 국내 커피프랜차이즈까지 560개 업체가 참가했다.

    개막 이틀째인 지난 10일 찾은 카페쇼는 인산인해였다. 전시장 1층과 3층 입구 곳곳에 마련된 티켓부스엔 입장권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비교적 한산한 3층 전시장 입구로 입장했다.

    코엑스 3층 C홀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자 대형 커피 로스터기가 한 눈에 들어왔다. 스위스의 커피 로스터기 회사 ‘뷸러’의 제품이었다. 대당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넘어서는 고가의 로스터기다. 전시장 입구 양 옆엔 국가별 스페셜티 커피 판매 부스가 나란히 서있었다.

    커피 산업 트렌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서울카페쇼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카페쇼에 참가한 한 업체의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서울카페쇼 제공
    커피 산업 트렌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서울카페쇼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카페쇼에 참가한 한 업체의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서울카페쇼 제공
    ◆ 고품질 요구하는 소비자…스페셜티 전성시대

    “최근 커피 산업의 핵심 화두는 ‘고품질’(High-Quality)이다.”

    서울카페쇼 관계자는 “커피를 ‘마시는 것’에서 ‘향유하며 즐기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며 “믹스 커피 또는 인스턴트 커피 판매량이 줄었고, 산지 특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나 원두를 구매해 홈카페를 즐기는 등 고품질 커피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쇼 곳곳에서 ‘핸드드립 커피 도구’와 ‘스페셜티 원두’ 구매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스페셜티 커피 원두 수입 전문업체인 ‘더드립’(The Drip)의 관계자는 “오늘 하루에만 스페셜티 커피 원두가 상당히 많이 판매됐다”며 “예전엔 프리미엄 카페를 추구하는 오너들이 스페셜티 원두를 찾았다면 이젠 일반 고객들도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만의 특별한 커피를 찾는 커피족들이 늘면서 커피 원두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5월 파나마에서 열린 ‘베스트 오브 파나마’ 행사에선 에스메랄다 카냐스 농장의 베르데스 게이샤 커피가 역사상 최고 경매가인 파운드(약 450g)당 601달러(한화 67만원)에 낙찰됐다. 이전 커피 원두 최고가는 2013년에 기록한 파운드당 350달러였다.

    올해 베스트 오브 파나마 대회에서 베르데스 게이샤 커피를 낙찰받은 사람은 호주, 중국, 동남아에서 스페셜티 커피 사업을 하고 있는 제이슨 큐 ‘시드니 커피 비즈니스(Sydney Coffee Business)’ 대표다. 큐 대표는 이날 카페쇼와 함께 부대행사로 열린 ‘커피리더스포럼’에서 ‘601 익스피리언스(Experience) - 세계 최고가 커피를 맛보다’라는 주제 강연에서 역사상 최고가로 커피를 구매한 뒷 이야기를 소개했다.

    큐 대표가 낙찰받은 에스메랄다 카냐스 농장의 베르데스 게이샤 커피는 당시 대회에서 25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평점 94.11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커피는 1년에 겨우 100파운드만 생산된다. 큐 대표는 “한 잔의 와인엔 200~300달러를 지불하면서, 한 잔의 커피엔 왜 50달러를 지불하지 못하겠느냐”며 “전 세계에서 고작 100파운드만 경험할 수 있는 커피다. 601달러라는 가격엔 이런 커피를 생산하려고 애쓴 농장에 대한 경의의 뜻도 담겨있다”고 했다.


    ▲파나마에서 라마스터스 농장을 운영하는 윌포드 라마스터스 농장주가 자신의 농장에서 생산한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최고의 커피라고 찬사를 받는 게이샤 커피의 맛은 어떨까. 파나마 스페셜티 커피협회(SCAP)가 운영하는 ‘게이샤 커피 시음’ 공간으로 향했다. 이 부스에선 베르데스 게이샤 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훌륭한 게이샤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농장주가 직접 핸드드립으로 내려준 게이샤 커피의 향은 매우 산뜻했다. 입 안에선 신맛과 과일향이 옅게 퍼졌다.

    ‘이 커피가 1년에 얼마나 생산되느냐’고 묻자 농장주는 “그건 말해줄 수 없다. 생산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파나마 농장주들은 정확한 생산량을 알려주지 않는다. 자신들의 고가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입 속에 게이샤 커피의 잔향을 머금은 채 전시장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사운드가 크게 울렸다. 대형 스크린을 한 면으로 쓰고 나머지 3면엔 관중석이 설치돼 있었다. 이곳에선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를 가리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2017’이 진행 중이었다.

    서울카페쇼 전시장 안 쪽에선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이 진행 중이었다. 이란에서 참가한 자바드 아크바리(Javad Akbari) 바리스타가 심사위원들에게 커피를 소개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서울카페쇼 전시장 안 쪽에선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이 진행 중이었다. 이란에서 참가한 자바드 아크바리(Javad Akbari) 바리스타가 심사위원들에게 커피를 소개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은 국가별로 대표 1인을 선발해 내보내는 대회로 올해엔 58개국이 참가했다. 국내엔 폴바셋, 찰스 바빈스키 등 세계적인 바리스타를 배출한 대회로 알려져 있다.

    대회는 바리스타 1인이 심사위원들을 앞에 두고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프리젠테이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출전 바리스타는 15분이라는 시간 동안 ‘에스프레소’ ‘우유 베이스 음료’ ‘창작 음료’ 등 3가지 음료를 제공해야 한다. 58명의 예선 진출자 중 16명의 준결승 진출자를 가르고, 이 중 6명이 결승(12일)에 진출해 올해 대회 챔피언을 결정짓게 된다.

    올해 챔피언은 영국 국가대표로 참가한 데일 해리스 바리스타가 차지했다. 2009년부터 매년 챔피언십에 도전했던 해리스 바리스타는 9수끝에 챔피언의 자격을 얻었다. 해리스 바리스타는 “아주 오랜 시간 노력한 끝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 국가대표로 참가한 방준배 바리스타는 준결승에 올랐으나 아쉽게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울카페쇼 기간 운영된 ‘서울 커피 투어 버스’는 서울 특유의 커피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 /서울카페쇼 제공
    서울카페쇼 기간 운영된 ‘서울 커피 투어 버스’는 서울 특유의 커피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 /서울카페쇼 제공
    ◆ 서울의 커피 명소를 찾아서 ‘떠나라, 그리고 느껴라’

    올해 카페쇼 기간에는 서울만의 커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서울 커피 투어 버스’도 운영했다. 강남-이태원-마포 등 3개 코스를 돌며 서울의 ‘핫’한 로스터리 카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에서 유행이 가장 빠르다는 강남에선 최신 카페 트렌드에 초점을 맞췄다. 수제 디저트 전문점 ‘마망갸또’와 첨단 트렌드를 보여주는 ‘식물학카페’, 다양한 커피와 빵을 선보이는 ‘연립빵공장’이 이 지역을 순회했다. 식물학카페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플랜테리어’(Plant+Interior, 식물로 꾸민 인테리어)로 공간을 조성해 인기를 얻었다.

    다국적 문화가 어우러진 이태원에선 개성 강한 카페들이 투어 버스 행사에 참석했다. 정통 이탈리아 원두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원더커피’, 프랑스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를 졸업한 황진욱 파티셰가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 ‘피어커피 로스터스’, 수제도넛으로 독특한 커피와 디저트를 선보이는 ‘페리로스터즈’ 등 각양각색의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젊음의 거리인 ‘홍대 앞’과 연남동, 상수동, 합정동 등 핫플레이스를 경유하는 마포라인에선 다채로운 스페셜티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세계 여러 곳의 커피를 신선하게 맛볼 수 있는 ‘커피 리브레’, 로스팅 후 48시간 이내의 신선한 원두를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로 유명한 ‘빈 브라더스’, 호주의 5대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중 하나인 듁스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듁스커피쇼룸’ 등과 같이 고품질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가 주를 이뤘다.

    하리오는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커피 드립 머신을 선보였다. /윤희훈 기자
    하리오는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커피 드립 머신을 선보였다. /윤희훈 기자
    ◆ 커피와 만난 4차 산업혁명…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다

    우리 일상에 자리잡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의 혁신 기술은 커피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성지능 로봇으로 사용자 맞춤형 라이프 시스템을 개발하는 로보러스는 인공지능(AI)형 컨시어지 로봇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직접 주문을 받는 것은 물론, 재방문 고객을 식별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구매 고객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다. 커피업계에선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로봇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객을 응대하는 점원이 없는 무인카페도 생겨나고 있다. 자동화 기계로 음료를 선택하고, 결제도 고객에게 맡긴다. 터치 스크린을 통해 주문을 받고, 결제까지 진행하는 곳도 있다. 아직 일부 매장에 한해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무인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폴레토를 통해 우유 거품 위에 기자의 사진을 인화해봤다. /윤희훈 기자
    폴레토를 통해 우유 거품 위에 기자의 사진을 인화해봤다. /윤희훈 기자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를 활용해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가정용 커피머신도 점차 늘고 있다. 일본기업인 하리오(HARIO)는 기존의 드립머신에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내놨다. 스마트폰으로 버튼을 누르면 드립머신이 작동한다. 또 ‘나만의 레시피’를 저장해 물의 온도나 양, 속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바리스타의 레시피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운받은 후 머신에 적용할 수도 있다.

    최근 일부 카페에서 도입하기 시작한 라떼아트 프린터 ‘폴레토(Folletto)’도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진을 전송하면 선명한 사진처럼 라떼아트가 표현된다. 폴레토 관계자는 “6가지 식용색소를 사용해 음료나 쿠키, 빵 등 식음료 위에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를 출력할 수 있다”며 “고객들에게 그들만의 특별한 커피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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