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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동물이 먼저 우주로 갔네

  • 최인준 기자

  • 입력 : 2017.11.09 03:00

    舊소련 떠돌이 개였던 '라이카' 최초로 1500㎞ 높이까지 비행
    美도 원숭이가 먼저 우주여행
    최근엔 쥐 수정란 실험에 성공

    첫 우주 실험동물인 '라이카'가 우주 비행을 한 지 올해로 60주년이 됐다. 주인 없는 떠돌이 개였던 라이카는 1957년 11월 3일 구소련 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지상 1500㎞ 높이까지 올라갔다. 사람보다 먼저 동물이 우주로 간 순간이었다. 인류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후 유인(有人) 우주선 발사와 달 탐사 등 굵직굵직한 우주 개발 사업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화성 이주까지 내다보고 있다. 원숭이·개·고양이·쥐 등 수많은 동물이 우주 연구에 사용되면서 인류의 우주 개척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초 우주인 탄생을 도운 떠돌이 개

    초기 우주 개발에서 동물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컸다. 사람을 우주로 보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우주 공간에서 어떤 문제가 닥칠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준 게 실험동물들이었다.

    (왼쪽 위)1957년 우주로 간 첫 동물 '라이카', (오른쪽 위)1959년 우주서 귀환한 원숭이 '에이블', (아래)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초파리 실험한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박사.
    (왼쪽 위)1957년 우주로 간 첫 동물 '라이카', (오른쪽 위)1959년 우주서 귀환한 원숭이 '에이블', (아래)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초파리 실험한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박사.
    라이카는 짧은 지상 훈련을 받은 뒤 스푸트니크 2호에 꽁꽁 묶인 채 우주로 날아갔다. 라이카의 맥박과 호흡, 체온 정보는 실시간으로 지상 관제탑으로 보내져 발사 당시와 무중력 상태에서 일어나는 신체 변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라이카가 우주선 온도 조절 시스템 고장으로 발사 7시간 만에 숨져 실험은 예정보다 빨리 끝났지만 이때 얻은 데이터들은 1961년 4월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배출하는 밑거름이 됐다.

    미국도 유인 우주선 개발에 앞서 동물을 우주로 보내는 연구를 수행했다. 1959년 미국은 붉은털원숭이 '에이블'과 다람쥐원숭이 '베이커'를 480㎞ 상공까지 올려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한 뒤 무사히 귀환시켰다. 동물이 우주여행 후 지구로 돌아온 첫 사례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로 활동하다 최근 은퇴한 스콧 켈리는 "동물을 사람보다 먼저 우주로 보낸 시도들이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는 시기를 최소 5년 이상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우주왕복선과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등장으로 사람이 우주에서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험동물의 종류와 연구 분야도 다양해졌다. 과학자들은 무중력과 방사선 등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생명체가 받는 영향을 알아보는 연구를 추진했다. 크기가 작고 가벼워 운송이 용이했던 설치류를 대거 우주정거장에 보내 무중력 상태에서 근육과 피부의 형태 변화를 관찰했다. 내장이 훤히 보이는 물고기를 통해 우주 방사선이 몸속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연구에서도 성과를 냈다. NASA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주 실험에 동원된 동물은 귀뚜라미·개구리·전갈·도롱뇽 등 60여종이다.

    쥐 수정란으로 생식 가능한지 연구

    2000년대 들어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물을 우주에 보내는 연구를 반대하고 나서자 과학자들은 영장류나 포유류 대신 초파리와 같은 작은 곤충을 이용하며 윤리 논란을 피해가고 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지난 2008년 손바닥만 한 상자에 초파리 1000마리를 담아 국제우주정거장에 갔다. 이소연 박사는 당시 우주에서 초파리의 중력 감지 유전자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미국 샌퍼드버넘프레비스 의학발견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6월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통해 초파리 1800마리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우주 공간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이 초파리의 유전자에 어떤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이 돌연변이가 자손 세대에 어느 정도 대물림되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화성 이주가 논의되면서 우주 공간에서 인간이 대(代)를 잇는 게 가능한지 알아보는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과학원(CAS)은 지난해 4월 우주에서 포유류의 생식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쥐 수정란 6000여 개를 중국의 과학실험위성 '스젠 10호'에 실어 우주로 보냈다. 연구진은 위성 발사 전 발생 초기 단계였던 수정란 중 일부가 우주에서 세포 분열을 거쳐 80시간 뒤 줄기세포가 나타나는 배반포로 성장한 것을 확인했다.

    두안 언쿠이 중국과학원 교수는 "우주에서의 쥐 수정란 연구로 인류가 달이나 화성 등 우주에서 대를 이어 번성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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