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 언론기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네이버가 언론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답한 말이다. 뉴스를 소비하는 플랫폼일 뿐 전통 언론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언론사가 아니라면서도 네이버 뉴스의 메인 페이지를 편집(배치)한다. 물론 개별 언론사들이 편집하는 뉴스 스탠드가 있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네이버 뉴스 메인 페이지에서 뉴스를 읽는다.

국감에서는 네이버의 인터넷 기사 이용자 점유율이 55%가 넘는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기자들도 네이버가 편집한 뉴스 페이지에서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읽을 정도다.

편집은 언론의 중요한 기능이다. 뉴스 배치, 즉 편집을 통해서 이슈를 키울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편집이 곧 ‘뉴스 해석의 틀’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왜 네이버 측에 뉴스의 배치를 바꿔 달라고 했겠는가. 네이버가 여론을 형성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학에서는 이를 게이트 키핑(Gate Keeping·뉴스 결정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설마 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나자, 네이버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내가 받은 충격도 크다.

네이버는 여론 형성 기능 외에도 언론사 평가 기능도 갖고 있다. 네이버는 기사 생산 수가 부족하거나 언론사의 뉴스 편집자가 낚시성 제목을 달면 공정성 등을 이유로 제휴 언론사 리스트에서 해당 언론사를 퇴출시킨다. 네이버가 ‘언론 위의 언론’이라는 별칭을 가진 이유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 7일 네이버 뉴스 배치 조작 문제 해결을 위해 과제를 정하고 외부 전문가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이해진 창업자와 한성숙 대표가 네이버가 기존 언론보다 더 강력한 언론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올바른 해결책도 본질을 인정하는 데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