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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자금성서 트럼프 '황제 의전'(종합)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11.08 16:28 | 수정 : 2017.11.09 03:11

    시진핑, 취임 후 첫 국빈방중 트럼프 淸 건륭제 건복궁서 만찬⋅서양식 건물 보온루서 茶 대접
    백악관, “278조 규모 미⋅중 경협 계약 체결” ...중국, 평양행 관광 전격중단...3번째 정상회담

    중국 신화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8일 취임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금성에서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 정상 부부는 자금성내 유일한 서양 건축물인 보온루에서 함께 차를 마시고 서태후가 즐겨 찾던 창음각에서 경극을 관람하는 ‘황제체험’을 했다. /신화통신
    중국 신화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8일 취임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금성에서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 정상 부부는 자금성내 유일한 서양 건축물인 보온루에서 함께 차를 마시고 서태후가 즐겨 찾던 창음각에서 경극을 관람하는 ‘황제체험’을 했다. /신화통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8일 국빈방문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자금성(紫禁城·고궁박물원)에서 ‘황제의 길’을 걸었다. 시 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 부부는 이날 하루 휴관한 자금성에서 트럼트 대통령과 멜라니아 부부를 황제가 다니던 길인 고궁 중축선을 따라 안내했다. 하루 8만명으로 입장객을 제한할만큼 붐비던 곳을 텅비게 한뒤 ‘황제 의전’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은 명·청대 황제 24명이 머물렀던 세계 최대 규모의 궁궐에서 차담회, 경극 공연, 만찬으로 ‘황제 체험’을 선사했다. “국빈방문 플러스 알파를 경험 할 것”이라는 중국 측 예고를 실감케 한 장면이다.

    중국은 트럼트 대통령이 일본 한국을 거쳐 이날 오후 2시 40분께(현지 시각)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하면서 2박3일간의 첫 중국 국빈방문 일정에 들어갈 때부터 이례적 환대에 나섰다. 통상 외교부장(장관)이 영접을 하는 관례를 깨고 부총리 승진이 유력한 양제츠(楊潔篪) 국무위원이 나왔다. 중산(鐘山) 상무부장, 추이톈카이(崔天凯) 주미 중국대사,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대사 등도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다.

    취임후 첫 중국행을 한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한 베이징은 이날 쾌청한 날씨를 보였다. 중국인들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 ‘트럼프 블루’라며 파란 하늘 사진을 연이어 올렸다.

    전날 바람이 분 탓도 있지만 건설공사를 중단시키고, 오염 배출 차량의 진입을 차단하고, 심지어 도로변 가건물 바비큐 금지령까지 내린 덕분이다. 전날 오후엔 8일 0시부터 두번째 높은 등급인 오렌지색 스모그경보 해제와 함께 자동차 운행, 공업기업 생산, 건축물 철거 등을 제한한 응급조치도 해제한다는 문자 메시지가 휴대폰으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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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날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월간 기준 역대 2번째로 많은 266억달러를 기록해 9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 해소를 논의할 시 주석에게 부담을 안겼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이날 대규모 투자 및 수입 계약을 통해 미국 달래기에 나섰다. 윌버 로스 중국 상무장관과 왕양(王洋) 부총리는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양국 기업들이 90억달러(약 10조원) 상당의 계약 19건을 체결하는 행사를 지켜봤다.

    왕 부총리는 양국 기업 대표단에 “오늘 협약은 워밍업에 불과하며 목요일에 더 좋은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정상회담이 열리는 9일 대규모 계약이 추가로 체결될 것임을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주 미국과 중국간에 2500억달러(약 278조 8500억원)규모의 투자와 구매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블루’ 만든 시진핑, 자금성서 만찬 접대

    중국 신화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8일 하루 휴관한 베이징의 자금성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를 환대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
    중국 신화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8일 하루 휴관한 베이징의 자금성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를 환대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
    두 나라 정상 부부는 자금성 내 보온루(寶蘊樓)로 이동해 30여분간 10여종의 차(茶)를 마시며 덕담을 나눴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방중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며 “중·미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양국의 공동 노력 아래 이번 방문이 중요하고 긍정적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인사를 건넸다. 시 주석은 최근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 현황과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19대)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차 당대회가 원만하게 폐막하고, 시 주석이 당 총서기에 연임한 것을 축하한다"며 "이번 방문에 대한 중국 측의 주도면밀한 환대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중국 경제발전이 이룬 성과에 찬사를 보낸다"며 "이번 국빈방문이 성공적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아이패드에 담겨 있는 외손녀 아라벨라가 중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삼자경과 중국 옛 시를 읊는 동영상을 시 주석 부부에게 보여줬다. 이에 시 주석은 "아라벨라의 중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면서 "A+를 줄 수 있겠다"고 칭찬했다. 이어 아라벨라가 이미 중국에 유명 인사라고 소개한 뒤 중국에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보온루는 신해혁명후 모든 궁전 관리권을 접수한 군벌 중심의 북양(北洋)정부가 선양(瀋陽)의 고궁과 허베이(河北)성 청더(承德)의 피서산장에 있던 문물을 베이징으로 옮겨 소장하기 위해 1915년 지은 보물 창고다. 보온루는 자금성에 있는 유일한 서양식 건축물이어서 개방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국 정상은 환담을 마친 뒤 태화전(太和殿)에서 기념 촬영을 한 뒤 중화전(中和殿)·보화전(保和殿)을 관람했다.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들 3개 전각에 '화(和)'라는 자가 있다는 것으로 중국 전통문화를 설명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시 주석이 화합을 강조하려는 의중을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청나라 서태후가 경극을 보던 창음각(暢音閣)으로 자리를 옮겨 손오공에 대한 내용을 다룬 경극 ‘미후왕(美候王)’을 관람했다. 창음각은 1771년 경극 관람용으로 건축된 유서 깊은 건물이다.

    시 주석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특별한 연회를 베푼 자금성의 건복궁(建福宮)은 청나라 전성기를 통치한 건륭제가 보물창고로 쓰던 곳이다. 건륭제가 이 곳 정원에서 자주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문화의 상징적인 공간인 자금성에서 중국 주석의 만찬 접대를 받은 첫 미국 대통령"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건륭제는 재위중 10여차례 대원정을 통해 칭기즈칸 이래 최대의 영역을 통치한 황제로 평가받는다. 옥좌에서 물러나 태상제로 있던 기간까지 합치면 중국에서 통치기간이 63년으로 가장 길다.

    19대에서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권력을 얻게됐다는 평을 듣는 시 주석이 19대 이후 처음 중국을 찾은 트럼프와의 만남을 서방과 동방의 황제간 회동으로 과시하려는 연출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맞이를 위해 중국 주요 당정기관이 모여있는 중난하이(中南海)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베이징161중학은 '중요 국무활동으로 인해' 이날 오후 2시30분 이전에 학교를 비우라는 통지를 받았다. 젠궈먼(建國門) 대로의 중신(中信)국제빌딩도 7일부터 10일까지 빌딩 서쪽 출입구 쪽 도로 통제로 출입이 금지됐으며, 방문 차량을 줄이려 반드시 주차증을 받도록 했다.

    ◆시 주석, 정상회담 하루 전 10조원 규모 계약 선물

    시진핑 자금성서 트럼프 '황제 의전'(종합)
    로스 장관은 “(미국과 중국간) 무역 불균형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 핵심 주제였다. 오늘 계약 체결은 우리가 앞으로 양자 무역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만들어갈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라고 자평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2위 기업 징둥(京東)은 이날 향후 3년 동안 몬태나축산협회의 소고기, 육류가공업체 스미스필드의 돼지고기 12억달러 상당을 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산 농산품도 8억달러어치 수입하기로 했다.

    중국은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고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노펙이 미국의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7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소식도 그중 하나다. 중국은 올들어 10월까지 천연가스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24.9% 급증한 5416만톤에 이를 만큼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환경 보호 중요성이 커진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에너지 수출에 소극적인 미국의 과거 정권과는 달리 에너지 수출을 위한 파이프라인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라고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중국은 2016년 2분기 이후 미국산 석탄 원유 천연가스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올들어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이미 2016년 전체의 15배 수준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 자금성에서의 ‘황제 체험’ 사진을 올리고 중국의 아름다운 환영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내일 시 주석과의 회담을 기대한다고 썼다. /트럼프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 자금성에서의 ‘황제 체험’ 사진을 올리고 중국의 아름다운 환영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내일 시 주석과의 회담을 기대한다고 썼다. /트럼프 트위터
    중국은 북핵문제에서도 트럼프 방중을 배려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소재 관광업체들에 북한 평양 관광을 중단할 것을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단둥 소재 여행사들은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첫날인 8일자로 신의주 당일 관광만 허용되며, 평양이나 북한 다른 지역으로의 관광은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 금지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방중 이틀째인 9일 오전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미⋅중 기업인 포럼 참가에 이어 오후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만난 뒤 공식 만찬에 참석하는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3번째 만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 확대와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를 집중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미국간에 대규모 수입과 투자계약 체결은 일회성에 불과해 양국 무역적자의 구조적인 불균형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관총서가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대 미국 무역흑자는 9월 281억달러에서 10월 261억달러로 줄었지만 역대 월간 기준으로 2번째로 많은 수준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분석했다. 올들어 10월까지 대(對) 미국 무역흑자도 223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중국의 10월 무역흑자 가운데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 비중이 70%를 차지했다. 올들어 10월까지로는 이 비중이 3분의 2정도에 이른다고 SCMP가 분석했다.게다가 중국의 지난해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2540억달러로 미국 상무부 통계 기준 3470억달러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 측 통계로도 중국은 미국에 대해 올 1~9월 전년 동기 대비 6.3% 늘어난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시진핑 자금성서 트럼프 '황제 의전'(종합)
    중국 사회과학원 류웨이둥(劉衛東) 미·중 관계 연구원 등 3명의 국제관계 전문가는 8일 SCMP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얻으려는 3가지로 △미⋅중 관계에 대한 미국 시각을 분명히 한 성명 △중국의 합법적인 권리에 대한 재확인 △윈-윈의 무역 관계 확립을 꼽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균형 △북핵 문제 해결 약속 △미⋅중관계 안정을 얻으려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경제적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민감한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중국과 더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 날인 10일 오전 만리장성을 찾은 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으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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