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상업시설도 임대·운영할 수 있도록 공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9일 LH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LH와 국토교통부는 LH가 상업시설까지 임대·운영할 수 있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법(공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LH의 사업 범위를 규정하는 공사법 8조에 따르면, LH는 현재 임대주택 사업을 위해 주택에 대한 건설·개량·매입·임대·관리 등은 가능하다. 하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시설에 대한 역할은 규정돼 있지 않다.
LH가 상업시설 임대·운영을 사업 범위에 포함하려고 하는 까닭은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인 도시재생과 상장 리츠(REITs) 사업에서 LH가 상업용 부동산을 임대·운영하는 권한을 갖지 않고서는 사업이 쉽게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의 경우 상업시설 활성화가 핵심인데 LH 같은 대형 사업주가 나서지 않고서는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경우가 흔히 생긴다. 장기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한동안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책임지고 시설을 임대·운영할 사업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알려진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 개발 사례의 경우에도 일본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모리부동산이 장기적으로 부동산을 임대·운영하는데 힘을 쏟은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LH가 현행 공사법에서는 상업시설 임대·운영을 할 수 없다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리츠 상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토부와 LH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LH의 1호 공모상장 리츠의 경우, 당초 LH는 경기도 성남 판교 알파돔시티의 LH 오피스 건물을 리츠를 통해 보유하고 임대·운영하는 방식의 리츠 운영을 계획했지만, LH가 상업시설을 임대·운영할 수 없다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LH는 판교 오피스 건물을 리츠 상장을 조건으로 민간영역에 매각하도록 결정했다.
법이 개정되면 인기가 없는 공공청사나 미매각 상가 등에 대해서만 불가피하게 임대·운영을 해온 LH가 본격적으로 상업시설을 임대·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LH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수익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 그와 관련된 부분까지 고려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LH는 상업시설 운영·임대가 가능해지면 LH 단지 상가 여럿을 포트폴리오로 하는 다물(多物) 리츠를 개설해 상장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LH가 상가를 임대·운영할 수 없어 단지 상가를 민간에 분양하는 수밖에 없다.
법이 통과되면 LH는 공공 디벨로퍼로서의 위상도 갖게 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부동산은 분양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개발 주체가 분양 이후까지 신경쓰지 못하는데, LH가 상업시설을 임대·운영하는 기능까지 확보하게 되면 디벨로퍼로서의 역할이 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