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대한항공 패소", 과세는 "헌법 소원"…일감몰아주기 투트랙 강화 문제 없나

입력 2017.11.07 09:20 | 수정 2017.11.07 09:58

재벌개혁 핵심 ‘일감 몰아주기’ 부상
정부, 공정거래법과 세법 함께 강화
정부 현행 제도 시행 중에도 딜레마

정부가 재벌 개혁의 핵심으로 ‘일감 몰아주기’ 차단을 전방위로 추진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기업이 좋은 거래 조건이 있음에도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간 내부 거래를 하거나 부당하게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감 몰아주기 차단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공정거래법을 통해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이 총수 일가가 20% 이상(비사장사 20%, 상장사 30%) 지분을 가진 회사에 일정 규모 이상의 일감을 몰아주면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형사 고발 조치가 취해진다.

다른 방법은 상속·증여세법을 통해 기업의 지배 주주나 친인척 지분이 3% 이상(대기업 3%, 중견·중소기업 10%)인 기업의 계열사간 내부 거래 비중이 연 매출의 30% 이상(대기업 30%, 중견·중소기업 50%)을 넘어서면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규제와 달리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모두 해당된다. 정부는 두 방법을 ‘투트랙’으로 모두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법원 패소’를 겪고 있으며,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현장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등 ‘딜레마’를 겪고 있다.

조선비즈DB
◆ “정상 거래랑 비교” 법원 공정위 입증 요구

정부는 공정거래법의 일감 몰아주기 강화 방안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이 총수 일가가 20%이상(비상장사 20%, 상장사 30%) 지분을 가진 회사에 일정 규모 이상의 일감을 몰아주면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형사 고발 조치가 취해지는데,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비상장사와 상장사 모두 20%로 통일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규제 기준인 30%에 못 미치는 29.9%로 총수 일가 지분을 줄여 일감 몰아주기 규제망을 벗어나고 있는 현대차그룹 등이 감시 대상이 된다.

또 정부와 정치권은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부를 물적 분할 한 후 100% 자회사로 신설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는 경우도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현행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면 결국 그 이득이 총수에게 간다는 점에서 이것 역시 일감 몰아주기로 들여다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달 31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관련해 “간접 지분율까지 포함하는 방안에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는 ‘법원 패소’라는 변수가 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어긴 기업을 적발해 과징금과 형사 고발 조치를 취해도 법원에서 패소하면 ‘원점’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김용석)는 지난 9월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계열사에 부과한 일감 몰아주기 행위 관련 과징금 14억3000만원을 취소하라고 판결 했다. 당시 대한항공 사건은 공정위가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 규정을 근거로 과징금을 물린 첫 사례였다.

법원이 공정위의 판단을 뒤엎은 이유는 ‘위법 입증’에 있었다. 일감 몰아주기는 원래 공정거래법의 제 23조 7항에 의해 규제가 운영됐었다. 하지만 법원에서 공정위는 해당 행위가 ‘부당한 거래’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했다. 기업들이 행한 일감 몰아주기 거래시 결정된 가격과 이익이 제 3자 사업자와 거래 했을 때의 ‘정상 가격’ 및 이익과 어떻게 다른지 입증하라는 것이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를 하지 않고 다른 거래를 했을 때의 가격을 ‘가정’해 비교하는게 사실상 어렵다. 가격이라는 건 수많은 요소에 따라 결정되는데, 해당 요소들을 다 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 2013년 ‘제 23조의 2’ 조항을 신설해 일감 몰아주기 위법에 대한 입증을 정부가 아닌 적발된 기업이 하도록 했다. 기업이 정상적인 행위를 했다고 스스로 입증하게 한 것이다. 또 특수관계인의 '부당한 이익'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나열했다. 그러나 법원은 올해 해당 조항을 적용한 첫 사례에 대해서도 패소 판결을 내린 셈이다. 여전히 법원은 공정위가 정상 거래와 비교해 일감 몰아주기 거래가 총수 일가에 상당히 유리한 거래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로 인한 경제력 집중 효과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와 법원은 법 해석을 둘러싸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법원이 공정거래법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법원은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로서 형사 고발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다만 정부는 공정위의 패소가 이어져도 강화된 규제에 맞춰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거나 법원 소송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만으로도 일감 몰아주기 차단 효과는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우리나라 특수한 상황에 의해 이례적으로 정부가 개입하고 있어 법 해석의 모순들이 있다”라며 “기업들이 규제에 맞춰 선제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줄이는 것도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법/출처=국세청
◆ 비교적 입증 책임 덜한 ‘과세’도 실효성 문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세법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정부의 입증 책임이 다소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 제도 강화시 즉각적으로 효과가 발휘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정상 단가보다 낮은 단가로 이뤄졌는지 등 '부당 거래'를 입증해야 하지만, 세법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규제 기준만 충족하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안으로는 ▲거래비율에서 정상거래비율 공제 방안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특혜 철회 ▲지주회사 내부 거래 등 간접 지분 포함 ▲주식 가치 상승분 과세 ▲영업 이익 배당 소득세 분리 과세 ▲수혜법인 법인세 추가 과세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해당 방안은 지난 2011년 일감 몰아주기 과세 공청회에서 언급된 것들이다.

현행 일감 몰아주기 과세 조건은 ▲수혜법인의 세후영업이익 발생 ▲수혜법인의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이 30%(중소·중견기업은 50%)를 초과 ▲수혜법인에 대한 주식보유비율이 3%(중소·중견기업은 10%)를 초과하는자 등 세 가지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과 주식보유비율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일감 몰아주기로 얻은 이익(증여세 대상이 되는 이익)을 계산하는 방법은 바꾸기로 확정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 해당하는 대기업의 경우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에서 15%를 공제하고 주식보유비율에서 3%를 공제해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공제비율을 각각 5%, 0%로 바꾼다. 중견기업의 경우도 거래비율과 주식보유비율 공제 한도를 종전 40%, 20%에서 10%, 5%로 각각 낮춘다. 그만큼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세부담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만 중소기업은 증여세 공제비율을 종전대로 거래비율 50%, 주식보유비율 10%로 유지하기로 했다.

합병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증여세 부과 기준에 내부거래 비중 요건 뿐 아니라 내부거래 금액 요건을 동시에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세법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공정거래법과 달리 총수 일가 지분율 계산에 자회사 등 ‘간접 지분’도 포함한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경우 내부 거래를 계산할 때는 자회사나 손자회사와의 매출은 제외하는데,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총수 일가의 주식 가치 증가분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도 있다. 일감을 몰아받은 수혜기업에 법인세를 추가로 과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익을 본 총수 일가가 증여세를 낸 후 별도로 법인이 또 법인세를 내는 것이다. 일감을 몰아준 기업에 비용의 일부를 손금불산입해서 법인세 부담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해당 방안 중 일부는 당시 공청회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됐었다. 주식 가치 상승분 과세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에 의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정부 관계자도 “주식 가치 상승분 과세는 개인적으로 현장에 도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영업 이익에 배당 소득세를 부과하는 경우도 물량 몰아주기와의 상관 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보다 즉각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일감 몰아주기 과세도 현장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예를 들어 기업이 연구·개발 끝에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을 자회사에서 만들어 사용하다가 ‘일감 몰아주기’로 증여세를 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러한 일을 겪은 한 의료기기 제조사는 최근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에 제청해 달라고 서올고법에 신청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들은 지난 2011년 공청회에서 언급됐던 사안들이다”라며 “아직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결정된 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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