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제2의 포항공대라는 한전공대 유치하라”… 지자체간 갈등 조짐

  • 세종=김문관 기자
  • 입력 : 2017.11.01 10:56 | 수정 : 2017.11.01 10:59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사옥./조선일보 DB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사옥./조선일보 DB
    한국전력공과대학(이하 한전공대) 설립을 두고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발전 공약으로 추진되고 있다. 제2의 포항공대로 만든다는 청사진이다. 한전 본사가 위치한 나주시와 인근 광주광역시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며 갈등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 나주-광주 유치 경쟁 본격화… “사업 늦어질수도”

    1일 한국전력공사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한전은 ‘에너지 분야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연구·교육기관’을 세우겠다는 목표로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공대는 애초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제안한 프로젝트다. 나주시 한전 본사 인근 부지 148만7603㎡(45만평)에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면적만 놓고 보면 165만2892㎡(50만평) 규모의 포항공대에 육박한다. 한전은 대학 설립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약 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한전공대 설립을 공약하며 설립 작업은 본격화됐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 빛가람혁신도시(나주시)와 도시첨단산업단지(광주시) 중심으로 에너지밸리를 조성하고 한전공대를 설립한다고 명시했다.

    광주와 나주가 동시에 언급되면서 두 지역은 경쟁을 시작했다. 한전 본사가 나주에 위치한 점을 근거로 한전공대도 나주 혁신도시 또는 그 인근에 설립돼야 한다는 의견과, 광주에 설립해 시·도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수천명이 오가는 대학이 설립되면 지역 경기가 확 살아날 수 있어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나주에는 ‘한전공대유치를 위한 범 시민연대’가 결성되는 등 유치전이 한창이다. 시민연대에는 나주사랑시민회, 나주발전협의회, 빛가람발전협의회, 성북동주민자치위원회, 나주상가번영회 등이 참여했다. 광주시도 마찬가지다. 전현직 광주 시의원 등이 주도해 한전공대 유치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유치활동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지역 산업단지가 있어 정주여건과 배후시설이 나주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전 본사 인근 부지에 한전공대가 들어설 것이라는 당초안은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다. 한전은 한전공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검토를 시작했다. TF관계자는 “한전공대 설립은 광주·전남지역의 ‘상생’을 위해 추진되는 정책이기 때문에 반드시 한전이 위치한 나주에 지어져야 하는건 아니다”며 “대학인만큼 접근성이 어디가 뛰어난지를 감안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김성진 호남대 교수는 “내년 지자체 선거와 연계해 한전공대 유치경쟁이 더 격화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지역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앙부처의 예산사업도 진행되기 어려워 사업이 2~3년 간 표류할 수도 있는 만큼 지자체 간 대승적인 양보와 화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카이스트·포스텍 대안 될 수 있을까

    당장은 입지에 대한 이견만 불거졌지만 한전공대 설립은 이 밖에도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이공계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는 한전공대가 카이스트와 포스텍을 비롯한 5개 이공계 특성화 대학을 외면하고 선택할만한 대학이 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입지가 탁월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가르치는지가 전혀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이공계 대학의 특성상 산학연계가 필수지만, 해당 지역에 기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전은 한전에너지 연구개발(R&D)센터를 한전공대 부지내로 넣어 협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 대학 생태계를 해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공대들과 신입생 유치 경쟁을 벌여야하기 때문이다. 광주지역 한 대학교수는 “일반 공과대학처럼 운영하기보다는 에너지분야 인재 양성에 특화해야 할 것”이라며 “인근 지역의 공과대학들과의 상생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전은 2일 한전공대 관련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한전공대 운영의 방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황성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볼프강 레너 독일 드레스덴 공대 교수, 김재철 숭실대 교수,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등이 참석해 견해를 밝힌다. 한전 측에서는 한전공대 TF를 이끄는 이현빈 인사처장이 참석한다.

    한전은 공청회 의견을 포함한 한전공대 설립 용역결과를 이르면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한전이 설립 지역을 지정할지, 조건을 걸어 지역간 경쟁을 시킬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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