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서비스 · 유통

[비즈 르포] '유커 돌아오나' 황량한 명동 거리에 피어나는 기대감…백화점 면세점 '중국 마케팅 착수'

  • 윤희훈 기자
  • 박수현 기자
  • 입력 : 2017.10.31 15:22

    “한 2개월 전에 문 닫았어. 쫄딱 망해서 나갔지 아마.”

    한국과 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매듭짓고 양국 관계 회복을 선언한 31일, 황량한 서울 명동 거리에는 기대감이 다시 피어났다.


     서울 명동의 한 문닫은 환전소(왼쪽). 건물 바깥쪽 벽면에 중국어 입간판이 버려져있다. /박수현 기자
    서울 명동의 한 문닫은 환전소(왼쪽). 건물 바깥쪽 벽면에 중국어 입간판이 버려져있다. /박수현 기자

    ◆ 명동 상인들 ‘기대반 의구심반’…“유커들이 하루빨리 다시 몰려오길 기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 건물 유리창에는 ‘임대 문의’라는 문구와 함께 전화번호만 달랑 적혀있었다. 내부는 물건 하나 없이 비워진 상태였다. 한쪽 벽면에는 거의 새거나 다름없는 중국어 입간판이 버려져 있었다. 올 초만해도 중국 관광객들이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환전소다.

    인근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사드 배치 이후로 중국인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며 “식당은 그나마 주변에 회사원들이 오니까 좀 낫지만 환전소나 화장품 가게, 네일숍은 매출이 뚝 떨어진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 이후로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얘기가 잘 돼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온다면 좋겠지만, 그게 금방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며 회의적인 반응도 보였다. 이런 반응은 지금까지 수차례 ‘양국 관계 해빙 무드’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매번 무위에 그치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탓으로 보인다.

    명동길 골목에서 중화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방한 재개 가능성에 대해 “뉴스를 보면 중국 정부가 아직 사드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 것처럼 보여 연말까지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상인들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하루빨리 다시 몰려오길 기대했다.

    명동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C씨는 “사드 배치 이전만큼 관광객들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지만, 중국 연휴 때 개별 관광객들이 생각보다 많이 방문한 것으로 보아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질 기미가 보인다”며 “정상회담까지 하고 나면 중국인 관광객 수가 확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공연장에서 근무하는 D씨는 “사드 배치 이후 공연과 이벤트들이 줄줄이 취소되기도 하고 문닫는 업체들도 많아졌다”며 “그간 현장 직원을 줄이고 본사 직원이 내려와 근무하는 등 인력 감축도 이뤄졌는데, 앞으로 한중 관계가 좀 풀어질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반겼다.


     31일 한산한 서울 명동 거리. /박수현 기자
    31일 한산한 서울 명동 거리. /박수현 기자

    ◆ 면세점·백화점 ‘유커 잡아라’…중국인 마케팅 재개 착수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며 매출 절벽에 직면했던 백화점 업계도 양국 관계 개선을 기대하며 그동안 중단했던 대(對)중국 마케팅을 구상하는 등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그동안 사드 갈등으로 인해 중국 내 점포의 한국 브랜드 행사와 전단 배포 등 마케팅 활동이 위축됐었다”며 “이번 한중 관계 개선 발표를 계기로 분위기가 전환되면 다시 대형 행사 및 적극적인 마케팅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도 “주춤했던 중국인 방문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여 기대를 하고 있다”며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많은 중국인들이 내점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고객들을 위한 이벤트도 다양하게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면세점 업계에서도 기대감이 묻어나왔다. 면세점은 매출의 70~80%를 중국인이 차지할 정도로 중국의존도가 높았다. 특히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시내면세점 매출 중 중국인 비중은 80%를 차지했다. 신라면세점 시내점도 지난해 매출의 80% 이상이 중국인의 지갑에서 나왔다.

    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체감 변화는 없지만 사드 보복 완화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돌아올 것에 맞춰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비 한 마리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다’며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긴 이르다는 조심스러운 반응도 나온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사드 갈등 여파로 중국인들이 한국과의 정서적 거리가 멀어졌다는 게 가장 큰 일”이라며 “정부 통제가 풀리면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예전만큼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사드 갈등이 외교적으로 풀린다면 참으로 다행이다. 중국 정부가 단체 관광을 허용한다면 관광객은 가만히 둬도 급증할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계속 한중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실제로 그런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회사 중국 담당 직원들은 휴직 중”이라며 “아직 눈에 띨 만한 변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