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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현장에서]한⋅중 사드분쟁 타결 이후 韓流에 봄이 올까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10.31 12:34 | 수정 : 2017.10.31 15:41



    29일 베이징 공인운동장에서 열린 중국 외교부 주최 국제바자회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한국 부스를 찾아 노영민 신임 주중 한국대사에게 “(한중) 양국 우호에 대한 대사의 생각을 높이 평가합니다”라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제공
    29일 베이징 공인운동장에서 열린 중국 외교부 주최 국제바자회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한국 부스를 찾아 노영민 신임 주중 한국대사에게 “(한중) 양국 우호에 대한 대사의 생각을 높이 평가합니다”라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제공
    중국 외교부는 31일 오전 9시(현지 시각) 홈페이지에 ‘한⋅중 관계 소통 진행’이라는 짤막한 성명을 올렸다. 한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한⋅중 관계 개선 양국간 협의 결과’란 성명을 올린 시점과 같다.

    핵심은 양측이 군사당국간 채널을 통해 중국측이 우려하는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고 한⋅중간 교류협력 강화가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된다는데 공감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대목이다.

    그동안 중국은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고 있다는 기술적 설명을 하려해도 귀를 닫으며 대화자체를 거부해왔다. 특히 사드보복 차원에서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 중국 유통을 억제해왔다.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중국 당국이 한중 관계 소통과정에서 자신의 입장과 우려를 표명한 3가지라는 게 이번 성명에서 확인됐다. 중국이 사드 입장을 표명할 때 단골로 등장하던 ‘결연히 반대’와 ‘엄중한 우려’는 이번 성명에서 빠졌다.

    사드 분쟁이 타결됐다고 보기 이르지만 타결의 실마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 롯데쇼핑 대한항공 등 사드 피해주들의 주가가 이날 소식이 전해진 직후 상승세를 탄 배경이다. 내달 10~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두번째 만남을 가질 것이라는 소식도 사드 분쟁 해결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정부 부처간 교류는 재개를 시작했지만 민간 교류에 타격을 준 사드보복의 상징인 롯데마트 중국내 점포 대거 영업정지와 단체관광 금지령과 한한령(限韓令) 등에 대한 해제 조짐은 아직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최근 허베이(河北)성 군소여행사의 한국행 페리 여행상품 판매 등을 들어 사드보복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전했지만 올 3월 단체관광 금지령 이후에도 자구 차원에서 일부 지방 여행사들이 몰래 판매해왔던 상품과 다르지 않다는 게 한국 관광당국 관계자의 전언이다. 개인 비자를 받아 출국시킨 뒤 한국에서 단체로 패키지 관광을 하는 편법 상품도 등장한지 오래다.

    이 같은 모습은 되레 단체관광이 급감하고 한류(韓流)를 중국에서 접하기 힘들 게 된 게 당국의 규제 탓이 아니고 사드배치에 불만을 가진 민의의 반영 때문이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군색하게 만드는 현실 사례들이다. ‘위에 정책이 있으면 밑에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중국기업의 실리추구 경향을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신규 한류 콘텐츠의 인터넷 유통을 차단했지만 인터넷서 몰래 내려받은 한국 영화 택시가 인기를 끄는 것도 한류 수요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 주말(28일)베이징에 있는 한국 국제학교에서 열린 바자회 역시 한류에 호감을 갖는 ‘중국의 민의’를 보여줬다.

    한류 상품과 공연을 보여주는 이 행사에 오전 11시 6000여명이 동시에 몰렸다. 행사를 주최한 북경한국중소기업협회는 오전에 몰린 인파의 30~40%가 중국 주민이라고 전했다. 안전사고 우려와 함께 큰 소음으로 인근 주민의 민원이 10여건 인근 파출소에 접수되면서 행사를 예정보다 2시30분 정도 조기 마무리해야할 정도였다.

    그러면 사드보복이 해제될 경우 중국관광객이 서울 시내 도로를 점령하고, 중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한류 연예인들이 대륙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과거의 일상으로 되돌아갈까. 전문가들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정상)’에 대비해야한다고 얘기한다.

    우선 저가 단체관광에 의존하는 행태가 되풀이되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중국인의 해외관광은 싸구려 단체관광보다 품질을 추구하는 개인 자유여행쪽으로 질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의 입김 하나로 한국 관광산업이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류 비즈니스 역시 한한령이 풀리더라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류의 대중국 비즈니스는 크게 두갈래에서 기회를 찾아왔다. 중국 자본의 한류 투자와 한류 콘텐츠의 중국 시장 진출이 그것이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계 로펌의 한 변호사는 “사드와 무관하게 중국 자본의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투자는 이미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해외투자 억제 대상으로 꼽은 블랙리스트중 하나가 엔터테인먼트인 것과 무관치 않다. 해외 엔터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중국 대기업 완다가 당국의 규제로 자금난에 빠져 알짜 사업을 매각해야할 정도다.

    한류의 타깃인 중국 문화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30일 발표한 대형 문화기업 5만 4000여곳의 매출은 올들어 9월까지 총 6조 7618억위안(약 1149조 5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 6.9%를 웃돌뿐 아니라 전년 동기 대비 4.4% 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류의 중국 시장 진출은 사드 보복 해제 여부와 관계없이 집권 2기에 들어간 시진핑 정부의 보수적인 문화정책이라는 장벽에 맞딱뜨릴 전망이다. 사드 갈등 이전부터 사회주의 가치관을 강조해온 시진핑 정부는 사상통제 차원에서 한류 드라마 등 해외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시진핑 집권 2기엔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시 주석이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19대)보고에서 밝힌 문화정책에서 일단이 보인다. 5년전 18대 보고에 있던 “문화영역의 대외개방을 확대하고 해외 우수문화 성과를 적극적으로 흡수해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대목이 19대에서 빠진 것이다. 대신 시 주석은 해외 인문교류를 강화하고 (해외문화를)전부 받아들이고 보존해야한다고 언급하면서도 ‘자신을 위주로 해야한다’는 말로 대체했다.

    사드 갈등 완화에 흥분하기 보다 차분히 한중 관계의 뉴노멀을 모색하고 이에 적응할 채비를 서둘러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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