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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저수조 용량 다시 늘릴까…“고민되네”

  • 최문혁 기자

  • 입력 : 2017.10.30 09:30

    공동주택의 비상 저수조 용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업계는 저수조에 담는 물의 수질을 먹는 물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큰 데다, 정작 정전 시에는 급수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파트 저수조는 위급 상황을 대비해 아파트 단지에 물을 비축해두는 시설이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단지에는 먹는 물 수준의 수질로 지하양수시설이나 지하저수조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 중 저수조의 경우 다량의 물을 확보해 비상시 사용할 수 있지만, 공간 문제가 뒤따르고, 물의 위생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경기도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지하 저수조. /최문혁 기자
    경기도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지하 저수조. /최문혁 기자
    이처럼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 아래 저수조 용량은 꾸준히 줄었다. 저수조 최소 용량 기준(만수용량)은 지난 1991년에는 1가구당 3톤이었는데, 1994년에 가구당 1.5톤, 2012년에 1톤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지난 2014년에는 최소 용량이 0.5톤으로 줄었다.

    통계청과 한국수자원공사 자료를 보면 가구당 필요한 물의 양은 하루에 452~708리터 정도다. 현재 저수조 용량 기준인 가구당 0.5톤은 한 가구가 하루 동안 일상 생활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인 셈이다.

    하지만 지진 등 재난 위험과 테러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근 꾸준히 줄고 있는 저수조 용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월 국회에서 공동주택의 비상급수저수조 용량이 적정한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윤관석 의원, 한국방재안전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에서는 태풍, 지진 등의 자연재해나 전쟁 등의 재난 시 현재 저수조 용량이 비상용수로 사용하기에는 적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쏠렸다.

    신동근 의원 측은 이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한 가구가 2~3일가량 쓸 수 있는 수량인 1.5톤을 비상용으로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저수 용량을 1.5톤으로 상향하도록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건설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저수조 용량을 늘리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업계에 따르면 저수조 용량이 늘어날 경우 물이 오랜 시간 담기면서 염소 잔류치가 감소해 세균 번식 증가 우려가 있다. 저수조의 경우 단순 저장시설에 불과해 정수 기능이 없는 만큼 수량이 늘어날수록 세균 번식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이다. 저수조 용량이 꾸준히 줄어든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저수조에 있는 물을 마시는 물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최근 꾸준히 용량을 줄인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인데, 용량을 다시 늘릴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정전 등의 비상 상황 시에는 급수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위급 상황에서 저수조 물을 공급하려면 전기가 필요한데,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는 아무리 큰 저수조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조립식 저수조의 경우 저수조 용량을 추가로 1톤 늘릴 때마다 15만원의 비용이 든다. 1톤의 물을 추가로 저장하기 위해 1㎥만큼 땅을 파낼 때마다 1만3000원도 추가된다. 가구당 저수조 용량이 현행 0.5톤에서 1.5톤으로 늘어나면 가구마다 16만3000원가량의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1000가구짜리 아파트의 경우 건설 비용은 1억6300만원가량이 증가한다.

    지반에 따라 굴토 비용이 크게 늘거나 지하주차장 면적이 줄어들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수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땅을 팔 때 지반이 암석인 경우 공사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동근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경주 지진도 있었고, 테러나 전쟁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비상 급수 용량으로 0.5톤은 적다는 의견이 많아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저수조의 수질 문제는 저수율을 낮추는 등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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