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취업·창업·채용

[비즈 르포] 예비창업자 위한 ‘꿈의 공간’, 서울창업허브 프라이빗 키친 가보니

  • 백예리 기자

  • 입력 : 2017.10.25 10:05

    ‘내 가게 창업,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새벽 5시 수산시장 들러 출근·밤 11시 퇴근
    매주 수요일 수요미식회서 냉정한 심사 받아
    예비창업자 위한 ‘꿈의 공간’ 서울창업허브

    “지금부터 수요미식회를 진행하겠습니다.”

    18일 오후 3시 서울 공덕동에 있는 서울창업허브 3층. ‘수요미식회’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자 사람들이 ‘프라이빗 키친(푸드코트)’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곳은 예비창업자들이 일주일 동안 요리 실력을 갈고 닦아 만든 신메뉴를 예비 고객 앞에 선보이고 냉정한 심사를 받는 공간이다.

    박해동 그릿 스테이크 대표가 18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3층에서 열린 수요미식회에서 신메뉴 2가지(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닭고기 스테이크, 닭갈비 스테이크)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창업허브 제공
    박해동 그릿 스테이크 대표가 18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3층에서 열린 수요미식회에서 신메뉴 2가지(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닭고기 스테이크, 닭갈비 스테이크)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창업허브 제공
    프라이빗 키친에 입점한 다섯 팀 중 원하는 팀은 매주 수요일 신메뉴를 선보이고 설문조사를 통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서울시와 중소기업지원기관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외식업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키친 인큐베이팅’ 1기다. 키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외식업 예비창업자가 메뉴개발부터 창업교육, 메뉴 테스트, 제품 판매, 유통 컨설팅까지 실전 창업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수요미식회 심사원은 서울창업허브 입주사 직원과 서울창업허브 직원 등이다. 서울창업허브에는 현재 600여명이 상주한다. 백솔 서울창업허브 운영팀장은 “창업을 앞둔 예비창업자들이 매주 신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는 소문이 나면서 종종 외부인도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시계가 3시를 알리자 한요셉 필요이상 대표가 클럽 샌드위치를 들고 조심스럽게 사람들 앞에 섰다. 신메뉴를 소개하기 위해 나선 한 대표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매주 서는데도 여전히 떨리네요. 저는 기존 클럽 샌드위치에 넣는 베이컨 대신 닭가슴살과 깻잎, 이탈리아 정통 빵인 포카치아를 사용했습니다. 또 다른 메뉴는 맥앤치즈를 넣은 샌드위치입니다.”

    한요셉 필요이상 대표가 이번 수요미식회에서 선보이는 신메뉴(포카치아로 만든 클럽 샌드위치, 맥앤치즈 샌드위치)를 소개하고 있다. /백예리 기자
    한요셉 필요이상 대표가 이번 수요미식회에서 선보이는 신메뉴(포카치아로 만든 클럽 샌드위치, 맥앤치즈 샌드위치)를 소개하고 있다. /백예리 기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신메뉴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신메뉴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끝나자 샌드위치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음, 깻잎이 들어가니 신선한데요”, “빵이 살짝 두꺼운 느낌이 있네”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한 대표는 사뭇 진지한 자세로 시식자들의 평가를 경청했다.

    두 번째 타자는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고기와 밥을 한끼 식사로 제공하는 ‘그릿 스테이크’ 팀. 그릿 스테이크 팀은 혼자 먹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불닭·찜닭 등의 메뉴를 혼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퓨전 1인 스테이크 메뉴를 연구 중이다. 박해동 그릿 스테이크 대표는 이날 머스타드 소스를 이용한 닭고기 스테이크와 고추장·간장 소스로 매콤하게 만든 닭갈비 스테이크를 소개했다.

    시식을 마친 사람들은 “맛이 신선한데요”, “여기 참기름이 들어갔나요”라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 매주 수요일 서울창업허브·입주사 직원들이 신메뉴 냉정히 평가

    마지막 시식타임은 일본에서 일식을 전공한 하강웅, 진윤선 대표의 마이웨이퀴진팀이 맡았다. 진 대표는 신메뉴 발표에 앞서 “이번이 졸업 전 테스트를 받는 마지막 기회”라며 “신메뉴를 드시고 부족한 점 등을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반영해 메뉴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고 부탁했다.

    “저희의 시그니처 메뉴는 싸바사바 구이인데 치즈와 청양고추를 이용해 고등어 안에 들어가는 감자 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메뉴는 치즈롤카츠인데요. 손님들이 고기와 야채를 함께 드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 봤습니다. 마지막은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산초가루 대신 카레가루를 이용한 마파두부입니다.”

    서울창업허브 운영팀은 세 팀의 신메뉴 시식이 끝나자, “해당 팀의 QR코드를 찍어 피드백을 자세히 남겨달라”고 당부했다. 시식자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각 팀의 QR코드를 인식하면
    “신메뉴의 소스는 어떻습니까”, “가격은 적절합니까”, “가격을 올리는 게 좋을까요”, “가격을 내리는 게 좋을까요” 등 구체적인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 페이지로 연결된다. 시식자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을 작성하는 데 열중했다. 예비창업자들은 이 피드백을 참고해 메뉴를 업그레이드하고 적정 판매가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필요이상의 신메뉴 ‘클럽 샌드위치(왼쪽부터 )’, 그릿 스테이크의 신메뉴 ‘닭갈비 스테이크’, 마이웨이퀴진의 신메뉴 ‘싸바사바 구이’. /서울창업허브 제공
    필요이상의 신메뉴 ‘클럽 샌드위치(왼쪽부터 )’, 그릿 스테이크의 신메뉴 ‘닭갈비 스테이크’, 마이웨이퀴진의 신메뉴 ‘싸바사바 구이’. /서울창업허브 제공
    ◆ 예비창업자가 마음껏 개발할 수 있도록 공간·집기류 지원

    서울창업허브는 3개월 간 신메뉴를 개발할 공간과 집기류, 판매 공간 등을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창업 경험이 없는 예비창업자들에게는 ‘기회의 공간’이다. 전쟁터 같은 창업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하기 전, 메뉴를 개발하고 600여명의 서울창업허브 및 입주사 직원들에게 판매해 피드백을 받아 메뉴에 반영해 음식의 질을 높여나갈 수 있다.

    서울창업허브는 예비창업자를 위해 메뉴 개발을 위한 공간 ‘오픈키친’과 실제 메뉴를 만들어 판매하는 공간 ‘프라이빗 키친(푸드코트)’를 제공한다. 현재 프라이빗 키친에는 홋카이도식 수프커리와 새로운 스타일의 클럽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필요이상’, 이태리 가정식을 선보이는 ‘조의식탁’, 할랄 재료로 한식 세계화에 나서는 ‘할랄투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수비드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그릿 스테이크’, 동서양이 조화를 이룬 생선요리 전문점 ‘마이웨이퀴진’이 입점해 있다. 임대비용은 서울창업허브가 지원하지만 판매 수익은 전부 해당 팀이 가져가기 때문에 예비창업자의 부담이 작다.

    예비창업자들은 프라이빗 키친에서 개발한 메뉴를 서울창업허브 직원 및 방문객에게 판매한다. /백예리 기자
    예비창업자들은 프라이빗 키친에서 개발한 메뉴를 서울창업허브 직원 및 방문객에게 판매한다. /백예리 기자
    프라이빗 키친에 입점하기 전 요리사로 일했다는 한요셉 대표는 “요리에 대한 지식은 많지만, 재고 운영·세금 등 실제 창업 후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이 부족했다”며 “푸드코트에서 실제로 장사를 경험하면서 원가 계산, 재고 관리, 세금 계산 등을 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임대비용을 지원받기 때문에 실제 창업했을 때 내야할 임대비용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수익을 더 내야할지 감을 잡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박해동 대표는 함께 창업할 멤버를 찾는 플랫폼 ‘코파운더’에서 정도영 공동 대표를 만나 키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박 대표는 “신메뉴를 내놓으면 초반 3~4일은 신메뉴 효과로 매출이 반짝 늘어나는데, 그 다음주부터 얼마나 판매되는가가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며 “해당 데이터를 토대로 메뉴를 바꾸거나 발전시켜 실제 시장에서도 성공할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대표는 프로그램 초기에 소고기 스테이크를 메인 메뉴로 구성해 창업을 준비했다. 그러다 실험 결과, 사람들이 소고기 스테이크를 자주 찾진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닭, 찜닭 등 보다 일상적인 메뉴로 콘셉트를 바꿨다.

    박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를 아이템으로 삼기가 쉬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좋아하는 음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 하루 18시간 연구 매달린 결과, 신메뉴 10가지 개발해 졸업예정

    하강웅·진윤선 마이웨이퀴진 공동대표는 일본에서 일식을 오랫동안 배우고 한국에 와 창업을 준비하던 중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하강웅 대표는 “생선 요리를 메인으로 한 가게를 창업하고 싶어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고등어로 메뉴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팀의 난제는 고등어의 비린내를 잡는 것이었다. 하 대표는 “수요미식회에서 ‘비린내’가 난다는 평가를 받으면 밤에 잠을 못잤다”며 “비린내를 잡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한 끝에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강웅 마이웨이퀴진 대표가 예비창업자를 위해 마련된 개별 주방에서 돈까스를 튀기고 있다. /서울창업허브 제공
    하강웅 마이웨이퀴진 대표가 예비창업자를 위해 마련된 개별 주방에서 돈까스를 튀기고 있다. /서울창업허브 제공
    마이웨이퀴진의 두 대표는 지난 3개월 간 입주사들 중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할 정도로 창업 준비에 열성적이다. 그 결과 마이웨이퀴진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메뉴 4가지와 계절 메뉴 등 특별 메뉴 6가지를 완성하고 프라이빗 키친 졸업을 앞두고 있다. 올해 말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가게를 오픈할 계획이다.

    진윤선 대표는 키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대해 “자신이 해보고 싶은 요리를 마음껏 연구해보고 실제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예비창업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요셉 대표는 “푸드코트에서 장사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어 경영 연습이 가능하다”며 “주변에 창업을 앞둔 사람들에게 자주 추천한다”고 귀띔했다.

    박유선 서울창업허브 운영팀 선임은 “외식 창업에 대한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첫 프로그램 진행 후에 부족한 점을 보완해 외식 창업의 폐업률을 낮추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울창업허브는 상시로 키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참여업체를 모집한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