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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원 디저트 시장…유통업계 "디저트 노마드 잡아라"

  • 박수현 기자
  • 입력 : 2017.10.23 06:05

    평소 ‘카페 투어’를 즐기는 대학생 이모(여·23)씨의 인스타그램은 온통 케이크, 마카롱 등 디저트 사진 뿐이다. 이씨가 그동안 올린 200개가 넘는 게시물 중 디저트가 들어있지 않은 사진은 손에 꼽을 정도다. 많으면 하루에 3번, 방학 기간에는 전국 곳곳의 카페를 다니며 디저트 인증샷을 찍는다. 그녀의 신조는 “밥은 대충 먹더라도 디저트는 꼭 예쁘고 맛있는 걸 먹자”다. 신조에 맞게 입소문이 난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는 40분~1시간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얼마 전 모 회사에 입사한 김모(남·27)씨는 단 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점심에는 시간이 촉박해서, 퇴근 후에는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주로 편의점 디저트를 사먹는다는 김씨는 요즘 캐릭터 제품에 푹 빠졌다.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을 먹다보면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맛도 여느 베이커리 못지 않다. 특히 냉동 빵 등은 저녁에 사뒀다가 아침 대용으로 먹기 안성맞춤이다.

     해시태그 '#디저트'가 태그된 사진들의 수는 350만건에 육박한다. /인스타그램 캡쳐
    해시태그 '#디저트'가 태그된 사진들의 수는 350만건에 육박한다. /인스타그램 캡쳐
    젊은 세대에서 디저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유통업계에 ‘디저트 노마드’, ‘홈디저트족’을 겨냥한 신제품 출시 및 매장 확대 열풍이 불고 있다. 디저트 노마드는 맛있고 예쁜 디저트라면 어디든지 찾아다니며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홈디저트족은 집에서 고급 디저트를 간편하게 즐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6년 국내외 디저트 외식시장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국내 디저트 외식시장 규모는 8조9760억원으로 전년대비 13.9% 증가했다. 전체 외식시장 중 10.7%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제과점, 커피전문점 등 외식 관련 업체의 매출만을 집계한 수치로, 일반 식품업체들의 디저트 제품 판매량까지 합한다면 전체 시장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산된다. 디저트는 식사 후에 나오는 과자나 케이크, 과일 같은 단 음식을 뜻한다.

    ◆ 20~30대 ‘빵돌이’·‘빵순이’ 늘어…식품·유통업계 디저트 ‘경쟁 치열’

    디저트 시장을 주도하는 소비자층은 SNS 인증 문화에 익숙한 2030 여성 소비자다. 2030 세대가 주를 이루는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스스로를 ‘빵순이’, ‘떡순이’라 부르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한 트렌드 연구소가 올 상반기 서울 시내 22개의 핫플레이스(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기 있는 곳)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대 여성의 소비 비중이 42%를 차지했다. 이들은 대체로 서양식 디저트와 인테리어를 갖춘 디저트 카페에서 소비를 많이했다. 전체 소비 중 16%를 차지한 30대 여성들은 유기농 베이커리와 발효 빵 소비가 높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30대 남성들도 ‘빵돌이’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디저트 취식 보고서’에 따르면 만 19~59세 남성 500명 중 디저트를 가장 많이 먹는 연령대는 30대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남녀를 비교했을 때 남성의 아이스크림 선호도가 여성보다 3.2% 더 높았고 캔디 및 젤리의 경우 2.4%, 빙수류는 0.8% 더 높았다. 또 전체 조사자 1000명 중 77.6%가 ‘식사 후 먹는 달콤한 디저트는 기분 전환이 된다’고 답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품관에 입점한 미국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 매그놀리아 개점 당시 2시간 이상 줄을 서야 디저트를 맛볼 수 있었다./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품관에 입점한 미국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 매그놀리아 개점 당시 2시간 이상 줄을 서야 디저트를 맛볼 수 있었다./현대백화점 제공
    유통업계는 이에 발맞춰 다양한 형태와 맛의 디저트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는 2012년 나무 망치로 부숴먹는 과자 ‘슈니발렌’을 시작으로 몽슈슈(롤케이크), 르타오(치즈케이크), 로이스(초콜릿), 베이크(타르) 등 해외 유명 디저트 매장이 잇따라 입점했다. 현대백화점은 6000평 규모의 판교점 식품관 중 절반 가량을 디저트 존으로 구성했다. 디저트 부문 매출 신장에 힘입어 백화점 전체 식품 매출 규모도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주력 매출 품목인 명품과 비교하면 식품 매출 규모가 지난해 처음으로 90%를 돌파한 이후 올 상반기 95%까지 올라섰다. 현대백화점의 식품관 매출 비중은 2013년 13.1%에서 올 상반기 16%로 상승했다.

    디저트로 재미를 본 유통업계는 잇따라 매장 확대에 돌입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초 본점 내 디저트 매장 수를 21개에서 38개로 늘린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잠실점에 22개 디저트 브랜드로 구성된 베이커리존을 열었다. IFC몰은 지난 8월 패션 매장들로 이뤄진 L1층에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9곳을 모아 ‘디저트존’을 개장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에는 전 세계 약 1200개 매장을 보유한 세계 최대 디저트 카페 시나본(시나몬롤)이 입점한다.

    식품업계와 커피전문점들도 신메뉴 개발에 발벗고 나섰다. 롯데푸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디저트 콘셉트의 브라우니 아이스크림을 첫 신제품으로 내세웠다. 빙그레는 스테디셀러인 ‘요플레’를 디저트화하면서 여러 종류의 맛을 출시했다. 오리온은 한국야쿠르트와 손잡고 올해 새로 선보인 마켓오 디저트 ‘생브라우니’와 ‘생크림 치즈롤’ 등을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직접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02년 출범 때부터 ‘디저트 카페’를 콘셉트로 잡은 투썸플레이스는 현재 200여종이 넘는 디저트 메뉴를 보유하고 있다. ‘프레즐’로 유명한 탐앤탐스 역시 오리지널 프레즐을 비롯한 17종의 프레즐을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베이글과 케이크 등 단조로운 구성에서 벗어나 데니쉬, 포카치아와 같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빵 메뉴를 늘리고 있다.

    ◆ 편의점업계, 커피 판매량 등에 업고 디저트 강화 나서

     BGF리테일의 편의점 CU는 지난 2015년 커피&디저트 자체브랜드 ‘카페 겟’을 선보인 이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BGF리테일의 편의점 CU는 지난 2015년 커피&디저트 자체브랜드 ‘카페 겟’을 선보인 이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그동안 저렴한 가격의 디저트에 집중하던 편의점도 ‘디저트 강화’ 대열에 합류했다. 원두커피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곁들일 수 있는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의 디저트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35.5% 급증했다. GS리테일의 GS25 디저트 매출도 같은 기간 74.8% 성장했다. 지난해 세븐일레븐의 디저트 케익 매출 역시 전년대비 102.2% 증가했다.

    CU는 2015년 12월 커피&디저트 자체브랜드 ‘카페 겟(Cafe GET)’을 선보인 이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고급 디저트를 꾸준히 출시 중이다. CU가 판매하는 디저트 품목 수는 현재 푸딩, 에클레어 등 60여종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미니 사이즈 디저트 라인 ‘커피엔 디저트’ 6종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특급호텔의 노하우를 반영한 ‘세븐카페 프리미엄 디저트’를 내놨다. GS25는 올해 초 프리미엄 디저트 ‘유어스치즈타르트’를 출시했다.

    2013년 3000억대였던 편의점 커피 시장이 올해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GS25의 원두커피 ‘카페25’는 2015년 12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지난달까지 총 7000만잔, CU의 카페 겟은 2015년 1월 출시 이후 지난 8월까지 전국 5000여개 매장에서 하루 평균 6만잔 이상 판매됐다.

    조재범 GS리테일 편의점 디저트류 MD는 “최근 2~3년 사이 편의점의 디저트는 품질과 종류 면에서 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편의점에서 품질 좋고 가성비 높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편의점 원두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어 편의점 디저트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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