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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의 리더의 언어] "아버지, 왜 원하지도 않는 존재가 되려고 이 난리를 치는 거죠?"

  •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 입력 : 2017.10.17 17:33 | 수정 : 2017.10.18 14:08

    당신은 인생의 포로가 될 것인가, 프로가 될 것인가
    인생의 하프타임에 쓰는 자기소개서... 미래에 대한 대차대조표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이 주는 교훈을 상기하라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애들한테는 이야기하죠. 정작 내가 가슴 뛰는 일은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퇴직을 앞둔 50대 중반의 한 대기업 중역이 허망하게 털어놓은 말이다. 자녀의 대학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논의하다보니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더란 것. 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남보다 앞서려고만 노력해왔다. 정작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가”에 대해선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가면 절로 알게 되려니, 나중에 생각해도 되겠지 하며 미루다보니 어느덧 퇴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철들자 망녕이라지만, 퇴직을 코앞에 둔 아직도 자신의 꿈은 모르겠다는 고백이었다. 적어도 임원 승진이 인생의 일시적 목표일 망정 영구적 꿈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임원승진을 스토커처럼 추구해왔지만 꿈에 스티커를 붙인채 살아오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였다.

    당신은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오르는데 익숙하지 않은가 /사진=픽사베이
    당신은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오르는데 익숙하지 않은가 /사진=픽사베이
    ◆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성찰... '세일즈맨의 죽음'이 주는 교훈

    대부분의 베이비 부머 세대는 ‘앞만 보고 뛰어라’에 익숙하다. ‘무엇이 될 것인가’의 포로가 돼 열심히 일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프로에 대해선 성찰할 시간은 없었다. 눈가리개를 뛴 채 외길로 뛰어왔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은 자신의 정체성을 알지 못한 채 단지 ‘남이 정한 최고’란 미몽(迷夢)을 향해 포로로 살아온 조직형 인간의 비극적 최후를 보여준다. 세일즈맨을 샐러리맨으로 대체해도 다르지 않다. '어떤 2막의 사적(私的) 회담과 진혼가(鎭魂歌)'란 부제는 이 작품의 주제를 보다 더 분명하게 적시한다. 우리가 평생 매진해온, 그리고 매진할 일과 삶을 스스로 평가하며, 진혼가를 울릴 것인가, 팡파레를 울릴 것인가.

    먼저 ‘세일즈맨의 죽음’의 줄거리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인공 윌리 로우맨은 63세의 세일즈맨이다. 가정적이고 상냥한 아내 린다와 두 아들과 함께 산다. 아들들은 나이가 들수록 무능한 아버지에게 반항해 빗나가고, 윌리는 갈수록 배반감, 슬픔, 피로, 깨진 꿈에 찌들어간다. 결국 그는 남은 가족에게 보험금이라도 남기기 위해 자동차 폭주 자살한다. 윌리는 해고당한 후 말한다.

    "이 회사에서 34년 동안 일했네. 그런데 지금 보험료도 못내고 있어. 단물만 쏙 빼먹고 이제 와서 차버리긴가. 인간을 그렇게 취급해도 되냐는 말일세."

    윌리의 비참한 결말과 허공을 맴도는 허무한 대사... 왜 윌리는 나름 성실히 일했는데 이런 단물만 쏙 빨린 채 소모품처럼 폐기당하는 최후를 맞이했는가? 아들 비프가 아버지에게 대들며 하는 말에서도 그 일단을 추측할 수 있다. 아들 비프의 말인 동시에 아버지 윌리의 가슴 속에 남몰래 고여 있던 말이다. 우리 모두 가슴속에 맴돌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아버지. 왜 원하지도 않는 존재가 되려고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거에요? 왜 여기 사무실에서 무시당하고 애걸해 가며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거에요? 내가 원하는 건 저 밖으로 나가 내가 누군지 알게 되는 그때를 기다리는 건데! 전 왜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거죠?”

    ◆ 인생의 프로가 될 것인가, 포로가 될 것인가

    알고 보면 윌리의 실패는 외부의 척박한 환경 탓만은 아니다. 무정하고 비정한 사회의 인정사정없는 냉혹함? 윌리의 무능력과 무기력?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이 밀어닥친 외부상황적 불운? 물론 그것도 원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윌리의 허황한 꿈,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인생의 2막에서 자기소개서 다시 써보기 /사진=픽사베이
    인생의 2막에서 자기소개서 다시 써보기 /사진=픽사베이
    그는 부러워하는 ‘성공의 롤 모델’은 가졌지만, 우러를 만한 삶의 롤모델은 갖지 못했다. 윌리는 남이 원하는 것은 스토커처럼 추구했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스티커는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자신의 정체성을 몰랐기에,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잘못 했기에 자신을 파괴한다. 백일몽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윌리의 실패는 오늘날 우리들의 삶에도 유용한 교훈을 준다.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란 시쳇말은 단지 우스갯소리는 아니다. 윌리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모른 채 목표의 스토커가 되다보면 인생의 패배자가 되기 쉽다. 번쩍이는 구두를 신고 내로라 뻐기는 삶의 외면만 추구해서는 인생의 변곡점에서 길을 잃기 쉽다.

    인생의 프로와 포로는 스티커를 붙였느냐, 스토커가 되느냐의 차이다. 연봉과 직책의 고저가 아니라 정체성 파악, 꿈 성취도, 아니 접근도로 갈린다. ‘너 자신을 알라’. 철학적 질문이 아니라 일의 포로가 아닌 프로가 되기 위해 대면해야할 생존의 질문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지위 고하, 보수 고하를 막론하고 퇴직을 앞두고 막막해하고 먹먹해하는 것도 나를 몰라서다. 나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다. ‘눈앞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무탈, 무사고를 목표로 평생 포로로 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뒤늦은 각성인 경우가 많다. ‘나는 누구인가’보다 ‘무엇이 될 것인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를 앞세운 까닭인 경우가 많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폼난다고 해서 ‘거름지고 시장 따라가선’ 샐러리를 받기는커녕 들러리 서기도 힘들다. 그동안 우리는 능력, 실력 등 상황에 맞춘 테이블을 놓고 사다리게임, 줄긋기게임 하는데만 익숙해왔다. 점수에 맞춰 높이거나 낮추거나, 늘 재능과 꿈은 다음 시즌 이월품목이었다.

    ◆ 인생 2막, 하프타임에 쓰는 자기소개서

    퇴직을 앞두거나 남겨놓았거나 인생 2막을 앞두고 있는 당신, 자기소개서를 작성해보라. 대학입학과 취업을 앞둔 자녀들에게만 자기소개서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당신은 하프타임 자기소개서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조직브랜드를 뺀 당신만의 브랜드는 무엇인가. 인생의 버킷 리스트보다 더 중요한 게 하프 타임에 쓰는 자기소개서다. 과거 회고보다 미래의 꿈에 대한 꿈 대차대조표이다.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당신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책, 인물, 영화는 무엇인가. 당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가진 차별성은 무엇인가. 당신은 이상의 항목들을 어떻게 채울 수 있는가. 깊어가는 가을,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줄 편지, 버킷리스트, 추억비망록... 그보다 시급한 것은 스스로 작성해보는 자기소개서다. 소설도 말고, 회고록도 말고 자기소개서부터 써보라.

    [김성회의 리더의 언어] "아버지, 왜 원하지도 않는 존재가 되려고 이 난리를 치는 거죠?"
    ◆ 리더십 스토리텔러 김성회는 ‘CEO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각 분야 리더와 CEO를 인터뷰했다. 인문학과 경영학,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통섭 스펙’을 바탕으로 동양 고전과 오늘날의 현장을 생생한 이야기로 엮어 글로 쓰고 강의로 전달해왔다. 저서로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성공하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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