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직장 내 성희롱 증가에도 정부 적발건수 줄어…과태료 처분 10% 미만

  • 이현승 기자
  • 입력 : 2017.10.13 10:38

    전북의 한 농협 지점에 근무하던 지점장 A씨는 수시로 여직원을 자신의 사무실로 부르거나 사적인 술자리에 동석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안아달라", "뽀뽀하겠다"고 발언하거나 "가끔 충전 한번씩 해줘. 여자로 안 느낄게"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 직원들이 지역본부에 이 사실을 알렸고 농협이 자체 조사를 추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A씨가 피해자들에게 "아무 일 없고 분위기 좋다고 답변하고 저한테 연락바람"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 내 성희롱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가 적발한 건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조선일보DB
    직장 내 성희롱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가 적발한 건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조선일보DB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 상급자나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해선 안 되며 사건이 발생하면 행위자를 징계하거나 그에 준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또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직장 내 성희롱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적발한 건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반사례를 적발해도 대부분 시정조치에 그쳐 과태료 처분 등 제재조치를 한 건수는 10%도 되지 않았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정부의 근로감독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고용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왕시과천시)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정부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지도점검에 나선 사업장 수는 작년 535개소였다. 그런데 이는 2012년 1132개소의 절반 수준이다. 점검 사업장 수는 2013년 920개소, 2014년 843개소, 2015년 506개소로 감소했다.

    점검대상 수가 줄다보니 적발건수도 감소했다. 적발 사업장 수는 2012년 480개소, 2013년 371개소, 2014년 218개소, 2015년 143개소로 줄었고 작년에는 177개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경창철에 따르면 고용자, 피고용자, 직장동료에게 가해진 성범죄는 2013년 1013건에서 2014년 1141건, 2015년 1205건, 2016년 1367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도점검 인력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직장 내 성희롱 분야와 관련한 점검 사업장 수가 줄었다"면서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향후 지도감독 인력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장 내 성희롱을 적발한 경우에도 대부분 시정조치로 끝나 과태료 처분을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작년 기준으로 위반건수 179건 중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 10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69건은 시정조치에 그쳤다. 과태료 처분을 받은 비율은 최근 5년 간 한번도 10%를 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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