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issue!] 캄보디아 아내 살해사건이 보험업계에 남긴 것

  • 이민아 기자

  • 입력 : 2017.10.13 06:00

    오는 25일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리는 이른바 ‘96억원 캄보디아 아내 살해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이 올해 5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이다. 파기환송심인만큼 담당 검사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피고인 이모(48)씨는 11개 보험사에 아내(25) 명의로 96억원 규모의 보험에 가입한 후 지난 2014년 8월 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망한 아내는 임신 7개월 차였다.

    당시 교통사고 현장 영상 캡처/조선일보DB
    당시 교통사고 현장 영상 캡처/조선일보DB
    이씨는 아내 명의로 지난 2014년 삼성생명(032830)에서만 보험금 30억900만원, 2011년 미래에셋생명에서는 29억6042만원 짜리 보험에 가입했다. 의구심이 드는 대목은 ‘피고인 이씨가 어떻게 아내명의로 두 보험사에서 60억원 짜리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느냐’다. 당시 각 보험사들은 같은 회사 내에서 사망보험 가입 금액을 20억원으로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보험사들이 무분별하게 고액의 보험을 가입시키면서 발생한 부작용이었다. 연금식 분할지급형 사망·장해보험금은 이씨가 보험에 가입하던 2008~2014년까지는 보험가입내역 조회시스템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연금식 분할지급형 사망·장해보험금은 보험금을 한번에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에 걸쳐 매월·매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당시 보험 가입 내역 조회 시스템은 일시지급형 사망보험금으로만 회사별 보험 가입 한도를 산정했다. 그렇다 보니 연금식 분할지급형 보험금은 가입 금액이 20억원을 넘어도 한도 제한에 걸리지 않고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캄보디아 아내 살해 사건이 발생한 다음 해인 2015년 말, 금융당국은 보험 가입 내역 조회 시스템을 개선했다. 보험사들이 일단 실적을 채우기 위해 느슨한 언더라이팅을 실시, 과도한 계약 유치를 하던 관행이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의 유인이 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보험 가입 전 인수 심사 시 연금식 분할지급형 사망·장해보험금의 가입금액도 보험가입내역 조회시스템에 반영했다. 또 일부 보험사가 가입 전 2~3년 이내에 체결된 보험 계약의 가입 금액만 확인하던 관행을 모든 누적 가입 금액을 확인하도록 개선했다. 생·손보사 뿐 아니라 우체국보험 등 공제 기관 간 정보 공유도 가능해졌다.

    현재는 보험사들이 신용정보원으로 집적된 모든 보험 가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조회 시스템이 발전해 이제는 보험사기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고액의 보험을 여러개 들 수 없다”고 말했다.

    업체별 한도를 두고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인수 심사를 엄격히 하는 것에서 나아가, 전체 보험사의 사망보험금 한도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령 업계 전체 기준 사망 보험 가입한도가 3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A보험사에서 20억원, B보험사에서 5억원짜리 보험을 들어놓은 계약자가 추가로 5억원짜리 보험에만 가입할 수 있다.

     이씨가 숨진 아내 명의로 가입한 보험 현황
    이씨가 숨진 아내 명의로 가입한 보험 현황
    금융당국 관계자는 “살인 등 강력 범죄를 동반한 보험 사기가 벌어진 후에 피의자를 잡아봤자 뒷북 수준이고, 이미 희생된 피해자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보험 사기 유인을 사전에 강력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과도한 보험 계약 유치는 대법원의 무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의 근거로도 작용했다. 대법원은 판결에 “운영하는 가게에서 물건을 자주 사는 설계사들의 권유로 보험을 들다보니 모르는 사이에 96억원에 달하는 보험에 가입하게 됐다”는 이씨의 주장을 반영했다.

    이는 보험업권에서 사건이 터진 후에야 뒷북 제도 개선이 이뤄진 대표적인 사례였다. 캄보디아 아내 살해 사건은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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