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첫 공판...특검 vs 삼성 '묵시적 청탁·안종범 수첩' 놓고 격돌

  • 전효진 기자
  • 입력 : 2017.10.12 17:36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12일 열렸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재단 출연 및 승마 지원 등 금품을 공여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었지만 지원 배경으로 주목받았던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 여부’에 대해서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양측은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 존재 여부와 부정청탁 필요성, 이를 뒷받침 할만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에 대해 치열한 법리싸움을 이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특검 “삼성, 대통령과 유착관계 맺은 이후 지원 요청에 응한 것" VS 변호인 “승계작업은 없다"

    지난 8월 25일 1심 선고 이후 48일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수의가 아닌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다소 야윈 모습으로 피곤한 기색이었으나 특검측과 변호인단이 항소 쟁점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 형식의 발표를 진행하자 안경을 고쳐쓰고 문서를 읽는 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특검은 1심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 및 한국동계스포츠재단 지원과 달리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 이 부회장과 삼성 수뇌부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항소의견을 밝혔다.

    박주성 검사는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2014년 9월 대통령과 단독면담으로 유착관계를 형성한 이후 재단 지원 등의 출연 요구를 받아 응한 것"이라며 “삼성 수뇌부는 최순실씨의 사적 유용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재단 출연자로서 사후 통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익적인 목적 만으로 재단 출연에 응한 게 아니다"라며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명목상 공익 목적에서 재단 출연 지원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이 같은 요청이 공개석상이 아닌 안가에서 은밀하게 이뤄졌다는 점, 재단설립은 일반적으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서 주도하지만 주체가 기업활동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제수석실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이 부회장측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 지원의 부정청탁 대가로 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재단 출연은 대통령의 요구에 의한 정당한 사회공헌 활동일 뿐이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는 관련 없는 지원이라는 취지다.

    이인재 태평양 대표 변호사는 “1심에서 포괄적 현안인 승계작업에 대한 묵시적 부정청탁을 인정했는데 이에 대해 인정할 수도 없지만, 묵시적 의사표시로 청탁을 주고받았다고 하면 공모자들의 청탁 존재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이 부회장은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어 승계작업을 진행할 필요성이 없었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구체적 작업도 존재하지 않아 묵시적 청탁 역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특검이 주장하는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은 2차 영장청구 때 비로소 드러난 것"이라며 “1차 영장 청구 때에는 특검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상의 현안이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청탁의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선DB
    조선DB

    ◆ 묵시적 청탁 입증할 만한 증거 되나... ‘안종범 수첩' 등 증거능력 법리싸움도 치열

    2심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는지가 재판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이날 재판정에서는 묵시적 청탁 여부를 입증할 만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 관련 증거능력에 대한 법리 논쟁도 벌어졌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경험자 자신이 직접 법원에 구두로 보고하지 않고 서면이나 타인의 진술 형식 등 간접적인 형식으로 법원에 증거를 제출하는 전문증거(체험자의 직접 진술이 아닌 간접증거)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를 근거로 삼성 변호인단은 ‘안종범 수첩'과 관련해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에 참석한 적도 없고 사후에 박 전 대통령에게 들은 말에 의존해 수첩을 쓴 것”이라며 “원진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재전문 혹은 재재전문 증거에 불과해 그 자체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과 관련해 수기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날짜와 수기내용 자체는 하나의 사실이라며 재판에 참고할 정황증거(간접증거)로 채택했다. 당시 삼성 변호인단은 ‘안종범 수첩’의 작성 경위와 검찰의 수첩 입수 과정 등에 대해 문제삼으며 증거 채택에 반대해왔다.

    이날 삼성 변호인단은 ‘안종범 수첩'과 관련한 1심 판결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묵시적 부정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사실상 직접증거로 활용돼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1심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에 적힌 내용을 보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를 미뤄 짐작했다”며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전문법칙에 위배되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특검팀은 ‘안종범 수첩’이 증거물인 서면에 해당해 전문법칙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전문법칙이란, 간접 증거의 경우 그 내용을 발언한 당사자를 직접 법정에 불러 신문해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특검팀은 "1심은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안 전 수석의 증언, 그 밖에 관련자들의 진술과 객관적 사정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인정했다"며 "간접 사실에 대한 증명에는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이 법정에서 수첩에 기재한 사실을 인정한 만큼 진정 성립이 이뤄진 것”이라며 “간접사실에 대한 부분에 대해 전문증거 법칙을 적용한 판례가 없으며 어느나라에도 관련 법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안 전 수석이 수첩에 내용을 직접 기재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내용 사실 여부에 대해 입증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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