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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톡톡] 정부R&D 기술사업화 성공률 턱없이 낮다는데...“근거 불분명”

  • 김민수 기자
  • 입력 : 2017.10.12 15:13 | 수정 : 2017.10.12 15:47

    “한해 20조원의 예산이 정부 연구개발(R&D)에 투입되는데 사업화에 성공하는 비율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 정부 R&D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R&D 사업의 기술적 성공률은 약 90%에 달하는데 사업화 성공률은 20% 수준에 그친다. R&D의 효율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부 R&D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리에 자주 등장하는 말입니다. 요점은 정부 R&D로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이 매우 낮아 국가 경제 기여도가 낮다는 것입니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기술 사업화 성공률 통계는 이렇습니다. 선진국의 기술 사업화 성공률을 따져 보면 영국이 70.7%, 미국이 69.3%, 일본이 54.1%인데 비해 한국은 20%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과학기술 분야 모든 정부 R&D 과제가 사업화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를 비롯해 국민 생활을 이롭게 하는 연구 등 스펙트럼이 워낙 넓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에 언급된 통계 수치로만 보면 한국 정부 R&D 사업의 기술 사업화 성공률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 11일 열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1차 회의 모습.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의 비전이 공유됐다./조선DB
    지난 11일 열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1차 회의 모습.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의 비전이 공유됐다./조선DB

    하지만 최근 국제비교통계의 출처와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 연구개발 지원 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의 정책연구혁신센터 정책연구팀은 정부 R&D 사업의 기술 성공률과 사업 성공률에 대한 통계 출처가 불분명해 정책 수립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국가 R&D의 사업화 성공률 통계를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OECD 국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통계가 산출되려면 국가 R&D 과제 전체에 대한 추적조사를 장기간에 걸쳐 수행해야 하는데 이를 수행하고 있는 국가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정책연구팀은 한국의 정부 R&D 사업의 성공률 통계 국제비교 자료를 최초로 적시한 주체가 불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특정 R&D 사업의 성과분석보고서에 나온 내용이 인용됐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이같은 내용이 검증 없이 인용되면서 국제비교 통계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연구팀은 제한적으로 국제비교가 가능한 지표로 공공 분야 R&D 성과의 기술이전을 거론했습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펴낸 ‘2014년 기술이전·사업화 조사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특허출원 기준 기술이전율은 한국이 17.6%(2013년), 미국이 44.7%(2013년), 일본이 35.3%(2012년), EU가 76%(2011년)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업화 성공률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KIAT 자료의 기술이전율만 보면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처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술이전율도 각국의 법적 환경과 기술시장 구조가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실적을 혁신지표로 파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정책연구팀의 견해입니다.

    연구재단 정책연구팀은 “정부 R&D 과제의 기술적·사업적 성공률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근거가 모호한 통계로 국가 R&D 정책 방향이 흔들리지 않도록 과학기술 통계를 관장하는 기관들의 정확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정부R&D 기술사업화의 성공률이 낮다는 지적은 박근혜 정부 시절 주요 국책 과제였던 ‘창조경제’뿐만 아니라 벤처 생태계를 혁신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고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업을 활성화해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와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사업화와 창업, 일자리수 등 근거를 알기 어려웠던 수치와 통계로만 정부 R&D 사업을 평가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긴 호흡으로 정부 R&D 시스템을 정비하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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