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IMF, “기본소득, 재분배 정책으로 도입 고려해볼 만”

  • 워싱턴D.C=조귀동 기자

  • 입력 : 2017.10.12 13:30

    “복지 제도 빈약한 곳에서 효과 커…많은 곳에서 도입 시 되려 빈곤 심화”
    “선진국, 중위소득 25%씩 지급 시 GDP 6.5% 비용 들어”

    IMF, “기본소득, 재분배 정책으로 도입 고려해볼 만”

    국제통화기금(IMF)이 전국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 수준 이상 급여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대안적 복지제도로 고려할 만 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IMF가 기본소득 제도를 다룬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MF는 11일(현지시각)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IMF Fiscal Monitor)에서 ▲누진세제 강화 ▲보편적 기본소득제 ▲교육 및 보건의료 기회 균등을 불평등 완화의 주된 수단으로 제안했다. 비토르 가스파르 IMF 재정담당관은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재정 능력(tax capacity)은 포용적 성장을 위해 불평등을 완화하고 인프라스트럭처, 교육, 보건의료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핵심적인 정책 수단”이라며 “특히 불평등을 막는 데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극화 심하고 최하위층 지원 없는 곳에서 주효


    비토르 가스파르 IMF 재정담당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재정점검보고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불평등 완화를 위한 재정 및 세제 개편이 핵심이었다. /IMF 제공
    비토르 가스파르 IMF 재정담당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재정점검보고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불평등 완화를 위한 재정 및 세제 개편이 핵심이었다. /IMF 제공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보편적 기본소득(UBI·Universal Basic Income) 제도를 실시했을 때 재정부담과 지니계수 개선 효과를 분석했다. 전국민에게 중위소득(소득이 많은 순서대로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인 사람의 소득)의 25%를 지급하고, 그 재원은 소득에 대해 정률세제(flat tax)를 도입해 확보한다는 가정이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폴란드, 멕시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등 8개 국이 대상이었다.

    그 결과 현재 복지 제도와 비교해 신흥국에서는 불평등 완화 및 빈곤 개선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계수는 평균 4.9포인트, 상대적 빈곤율(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밑인 가구의 비율)은 평균 10.2%포인트 개선됐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지니계수는 4.3포인트, 상대적 빈곤율은 7.5%포인트 개선됐다. 폴란드, 멕시코의 빈곤 개선 효과는 지니계수 5포인트, 상대적 빈곤율 9.5%포인트였다. 나머지 세 신흥국은 지니계수 5.3포인트, 상대적 빈곤율 10.9%포인트 개선됐다. IMF는 “신흥국에서 효과가 선진국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소득 최하위 20%를 중심으로 괄목할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서술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했을 때 미국, 영국, 프랑스의 재정부담은 GDP의 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개 국가의 재정부담은 GDP의 3.8%였다. IMF는 “복지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들의 경우 기본소득제도 도입에 따른 재정 부담으로 다른 복지제도가 축소될 것”이라며 “이 경우 불평등 및 빈곤 개선 문제가 도리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제도가 빈약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국가들에게 적합한 제도라는 게 IMF의 시각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복지 제도가 평균 내지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그에 못 미치는 가구나 개인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효율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고려할 만 하다고 IMF는 덧붙였다. 전통적인 복지 제도 운영 방식의 경우 오히려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을 꺾고, 소득 및 근로 증명 과정에서 최빈곤층이 누락되는 경우가 빈번한 데다, 지급 대상 및 금액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자본소득 과세 강화해 누진성 높여라”


    선진국의 최상위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은 계속 내려갔다. 왼쪽부터 캐나다(CAN), 프랑스(FRA), 독일(DEU), 이탈리아(ITA), 일본(JPN), 영국(GBR), 미국(USA), 유럽연합(EU),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순. /IMF 제공
    선진국의 최상위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은 계속 내려갔다. 왼쪽부터 캐나다(CAN), 프랑스(FRA), 독일(DEU), 이탈리아(ITA), 일본(JPN), 영국(GBR), 미국(USA), 유럽연합(EU),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순. /IMF 제공
    IMF는 1980~1990년대 세제의 소득 누진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1981년 평균 62%에서 2015년 평균 35%로 내려갔다. 게다가 여러 세금 공제 혜택이 늘어나면서 고소득층이 이를 활용해 절세하기가 용이해졌다. 가스파르 재정담당관은 “여러 선진국도 세제에 누진성이 과도하지 않아서, 고소득층 대상 증세에 나서도 성장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IMF는 누진성을 높이기 위한 처방전으로 자본소득 과세 강화를 내놨다. IMF는 “이자, 배당, 매매 차익(capital gain) 등 자본소득은 노동소득보다 훨씬 더 불평등할 뿐만 아니라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며 “자본소득이 지금처럼 낮은 수준일 필요가 없다”고 서술했다. IMF는 “자본소득의 과세가 경제의 효율성을 해친다는 반론이 있긴 하지만, 고소득층의 경우 자본소득의 극히 일부만 소비에 사용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