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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 경비원에게 먼저 인사하는 은행장

  • 정해용 금융증권부 은행팀 기자

  • 입력 : 2017.10.12 10:30 | 수정 : 2017.10.12 11:05

    [기자수첩] 경비원에게 먼저 인사하는 은행장
    “안녕하세요. 수고하십시오”

    지난달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를 찾았던 기자는 적막한 로비 앞에서 누군가의 멋쩍은 인사를 들었다. 경비원과 안내데스크에서 업무를 보는 여직원 2명만 있는 로비에서 뒤통수에 대고 한 인사였다. 한 경비원이 “안녕하세요”하며 시원스레 답했다.

    호기심에 문득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사람을 힐끔 쳐다봤다. 호기심을 느낀 이유는 당시 1층에 경비직원들과 안내데스트 직원들만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은행 임직원들은 이들을 없는 사람처럼 무심히 스쳐 지나간다.

    얼핏 본 ‘특별한 인사’의 주인공은 허인 부행장(은행장 후보 내정자)이었다. 기자가 “허 부행장은 먼저 인사를 잘 하시네요”라고 안내데스크의 한 직원에게 말하자 그는 웃으며 “예, 늘 그러세요”라고 했다.

    적잖은 충격과 훈훈한 느낌은 꽤 오래갔다. 수년간 금융권 인사들을 만났지만 비슷한 경우를 보지 못해서다.

    대부분의 금융사 임원들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만나는 기자 등 언론인이나 우수 고객들에게는 친절이 몸에 배어있다. 그러나, 비서나 하급직원들에게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일부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금융회사에서는 과‧차장급 직원들끼리도 서열을 따져 직급이 낮은 직원은 식사 중에도 편하게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은행 조직 내에서 가장 낮은 업무를 보는 직원들에게까지 먼저 인사를 건네던 허 부행장은 어제 은행장 후보로 내정됐다.

    허 내정자가 이끌어야 할 KB국민은행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KB국민은행과 KB금융그룹이 조직원들, 특히 경영진과 노동조합 등 내부 직원들 간의 비방과 고발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 간의 갈등으로 내분 사태를 일으켰던 KB가 이제 노조와 경영진간의 갈등으로 또 다시 갈등과 반목의 금융회사로 전락할 기로에 섰다.

    경비원에게 먼저 인사하는 은행장의 역할 중 하나는 이런 갈등을 소통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돼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먼저 다가가 스스로를 낮추고 조직원들을 포용할 수 있는 은행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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