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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의 스마트경영] 국가 경제의 틀을 다시 짜야

  • 김홍진 전KT사장

  • 입력 : 2017.10.13 04:00

    [김홍진의 스마트경영] 국가 경제의 틀을 다시 짜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순위에서 한국은 평가 대상 137개국 중 4년 연속 26위에 머무르고 있다. 2007년 11위에서 계속 밀려난 결과다. 같은 기간 중국은 35위에서 27위까지 추격하고 있다. 주 요인은 노동시장의 효율성(73위), 금융시장 성숙도(74위), 과도한 정부 규제 및 제도(58위) 등이다.

    거시경제(2위), 인프라(8위), 시장규모(13위) 등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바탕은 좋지만 사회 시스템 운용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한국 금융시장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에 대해 반박한 일도 있다.

    하지만 다른 지표들을 봐도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포천 500대 기업과 5000대 기업에 속한 한국 기업 수가 계속 줄고 있다. 재벌기업의 매출 특히 해외 부문의 매출이 줄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의 수도 중국이 1762개 품목인 반면 한국은 겨우 68개 품목 뿐이다.

    미래의 희망이 될 지표도 썩 희망적이지 않다. MIT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50개 기업에서 한국기업은 2개 뿐이다. 비상장기업 중 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기업, 즉 유니콘 기업의 수는 전세계 186개인데 그중 한국 기업은 3개다. 기존 산업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스타 기업이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순위에 대한 일희일비가 아니라 이런 보고서나 지표들이 시사하는 흐름을 이해하고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다. 굳이 외부 보고서가 아니라도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것이 노동, 금융, 정부 규제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그래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노동개혁, 금융개혁, 규제 혁파를 내세우곤 했다. 답은 나와 있는데 모르는지, 못 본 척 하는 지, 해결 능력이 없는지 알 길이 없다.

    세계경제포럼은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준비도를 25위로 평가했다. IT를 비롯한 기술 수준이 꽤 높다고 자부해온 온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대한민국의 인프라가 좋고 기술 수준이 높아도 혁명적 혁신이 어렵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나 정부기관과 일해 본 외국의 혁신 기업들은 이에 공감할 것이다.

    최근 임명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VR(가상현실)이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고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역시 무슨 기술을 개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사회의 체질 변화를 어떻게 일으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순위에 연연할 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게 노동, 금융, 규제를 바꿔야 한다.

    벤처, 창업, 중소기업이 중심이 되는 시대를 말하지만 지금 같은 경쟁력 아래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벤처 창업을 강조해온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이 513개를 돌파했다. 대기업 매출이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인 상황이어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1998년부터 벤처 확인을 받은 6만여개 기업중 매출 1000억원을 넘은 기업이 513개라는 것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더욱이 IT, 유통, 게임, 의료, 정밀, 광학, 화장품 등의 벤처가 주종으로 대부분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않은 기업들이다. IT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네이버, 다음,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도 별로 정부에 의존하지 않은 기업들이다.

    국가 경제의 새 틀을 짜야 한다. 새 정부에서도 말 하듯이 대기업이 더 이상 답이 아니라면, 그 대기업의 비중이 점점 줄어 들 때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어떻게 얼마나 일으켜야 하는지 계산한 대차대조표라도 보고 싶다.

    산업화 시대처럼 국가가 직접 산업을 지정하고 연구 개발을 주도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기업에서 보듯이 정부가 직접 그런 기업을 일으키겠다고 돈 써 봐야 헛일이다. 공무원이나 공기관이 아니라 선진 금융 시스템을 통해 돈이 책임있게 흘러야 기업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중심의 엘리트적 사고는 과거시대의 적폐이다.

    외부에서 평가하듯이 우리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법만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민간의, 기업가들의 상상력이 기업활동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도 성장하고 일자리도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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