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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뒤에 숨은 물체 보는 '코너카메라' 나온다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 입력 : 2017.10.12 03:00

    [美 MIT연구진 기술 개발]

    모퉁이 뒤에 숨은 사람의 옷 색깔이 바닥에 일부 반사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디지털 카메라로 감지 가능
    자동차 충돌 방지·조난자 탐색… 우주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어

    사람 대신 로봇이 운전대를 잡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장애물은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퍼맨처럼 벽 뒤를 투시하는 능력이 있으면 사정이 다르다. 최근 과학자들이 물체가 반사하는 미약한 빛 신호를 분석해 모퉁이 뒤에 숨은 사물을 알아내는 기술들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들은 자동차의 충돌 방지는 물론, 조난자 탐색과 인질 구출, 심지어 우주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

    모퉁이 그림자 통해 숨은 사람 찾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의 윌리엄 프리먼 교수 연구진은 지난 9일 모퉁이 뒤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코너카메라(CornerCamera)'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오는 25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국제 컴퓨터 시각 콘퍼런스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모퉁이나 벽 뒤에 숨은 사람들을 보는 카메라
    사람이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사물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모퉁이 뒤에 있는 사람은 반사된 빛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퉁이의 바닥에는 모퉁이 뒤에 있는 사람에서 반사된 빛이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숨은 사람이 파란 옷을 입고 있으면 바닥에 파란색 파장의 빛이 부딪히고 붉은 옷을 입고 있으면 붉은색 빛이 온다. 모퉁이 바닥에서 감지되는 빛 중 0.1%가 모퉁이 뒤에 있는 사람에서 반사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일반 디지털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시킨 채 복도에 세웠다. 카메라 렌즈는 모퉁이의 그림자 부분을 향했다. 맨눈으로는 모퉁이 뒤에 사람이 있든 없든 그림자에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분석하자 색에 미세한 변화가 나타났다. 컴퓨터는 시간에 따라 색의 변화가 얼마나 강한지 파악해 모퉁이 뒤의 사람이 어떤 속도로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 알아냈다.

    카메라로 벽 뒤에 숨은 사람을 감지하는 기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영국 헤리어트 와트 대학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에 레이저를 이용해 모퉁이 뒤의 사물을 감지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모퉁이 바닥에 레이저를 쏘면 일부가 모퉁이 뒤에 있는 사물에 부딪혀 산란된다. 이 중 일부가 다시 레이저를 쏜 쪽으로 향한다. 이를 센서로 감지하면 모퉁이 뒤의 사물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영국 팀이 사용한 고가의 레이저 발생 장치, 센서나 초고속 카메라가 필요 없다. MIT 연구진은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충분히 빛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레이저를 이용하면 주변에 다른 조명이 없어야 하지만 이번 방법은 실내 조명이나 야외의 햇빛 아래에서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비가 내리는 날에도 야외에서 모퉁이 그림자를 분석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인질 구출에서 우주 연구에까지 활용

    코너카메라는 우선 자동차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를테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골목 모퉁이 뒤의 아이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다가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 바로 제동을 거는 식이다. 논문 제1저자인 캐티 바우먼 박사는 "사고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생존자를 찾거나 인질 구출 작전에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해부터 모퉁이나 벽 뒤에 숨은 물체의 영상을 만드는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MIT 연구진도 DARPA의 지원을 받았다.

    우주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달이나 화성을 도는 인공위성에서 레이저를 지면으로 쏘고, 이 중 일부가 달이나 화성의 동굴에 들어갔다가 반사된 것을 감지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천체망원경으로는 보이지 않는 지하 세계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달이나 화성의 동굴은 인체에 유해한 방사선과 소행성을 막을 수 있어 우주인들의 정착지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연구진은 코너카메라 기술이 자율주행 자동차에 이용될 것을 감안해 휠체어에 카메라를 달고 이동 중에도 숨어있는 물체를 감지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또 이미지 분석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카메라에 포착된 빛의 변화가 어떤 물체를 나타내는지 더욱 빨리 판단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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