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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등 vs 美 부진' 엇갈린 G2 실적....현대차, 동반 반격 채비

  • 진상훈 기자
  • 입력 : 2017.10.12 06:10

    현대자동차가 올해들어 고전해온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지난달 엇갈린 판매 실적을 기록해 주목된다.

    지난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반한(反韓) 감정 확산으로 반토막 났던 중국 시장 판매량은 큰 폭으로 반등했다. 여전히 지난해 판매량의 80% 수준에 그쳤지만 사드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낳고 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달 미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는 경기 회복에 힘입어 전년동월대비 증가했지만 현대차는 오히려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였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선 현대차의 9월 판매량이 회복 추세를 보이고 사드 배치 6개월이 지나면서 반한 감정이 점차 희석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반면 미국에선 판매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 조심스러운 회복 기대감…中 9월 판매량 전월比 60% 급증

    12일 중국 현지 매체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의 9월 판매량은 8만5040대로 전달에 비해 60.4% 증가했다. 이는 전년동월대비로는 18.4% 감소한 수준이지만 올들어 월별 기준 최대 판매량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신차 출시 효과와 계절적 요인이 판매량 회복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현대차 충칭 5공장의 첫 생산 차종인 신형 루이나의 출시도 중국 판매량 회복에 한몫했다. 사진은 지난 7월 완공을 앞둔 충칭공장을 점검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현대차 제공
    현대차 충칭 5공장의 첫 생산 차종인 신형 루이나의 출시도 중국 판매량 회복에 한몫했다. 사진은 지난 7월 완공을 앞둔 충칭공장을 점검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현대차 제공
    베이징현대차의 판매량은 지난 3월 사드 배치 이후 줄곧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올해 1·2월만 해도 판매량이 전년동월대비 증가세를 보였으나 3월 판매량이 5만6026대로 전년대비 44.3% 급감했다. 4월에는 무려 63.6% 줄어든 3만5009대, 5월에는 65% 감소한 3만5100대에 그쳤다. 6월에 3만5049대까지 쪼그라들었던 판매량은 7월과 8월 각각 5만15대, 5만3008대로 늘었지만 의미있는 실적 개선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베이징현대차의 9월 판매량 반등 요인으로는 먼저 계절적 요인이 꼽힌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는 보통 겨울이 끝나는 3월과 여름을 지난 9월의 자동차 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늘어나는 특성을 보인다. 각각 추위와 무더위로 소비자의 외부 활동이 줄면서 판매가 위축됐다가 날씨가 좋아지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지난해 베이징현대차의 3월 판매량이 전월대비 88.9%, 9월에는 27% 각각 증가했었다. 다만 올해 3월은 사드 배치 여파로 전달보다 판매량이 6.7% 줄었다.

    주력 모델의 프로모션과 신차 출시도 판매량 회복에 한몫했다. 엘란트라(현지 판매명 링둥)의 지난달 판매량은 프로모션 확대에 힘입어 전년동월대비 11.9% 증가한 1만4900대를 기록했다. 또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쏘나타 뉴라이즈와 신형 루이나가 출시됐다. 특히 지난달 가동을 시작한 충칭 5공장의 첫 생산 차종인 루이나의 판매가격은 4만9900위안(약 860만원)~7만3900위안(약 1280만원)으로 경쟁 차종에 비해 약 20~30% 저렴해 중국의 소형차 소비세 2.5% 감면이 종료되는 올해 말까지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중국에서 출시된 신형 루이나/현대차 제공
    지난달 중국에서 출시된 신형 루이나/현대차 제공

    다만 자동차 업계와 금융시장에서는 현대차의 9월 선전이 중국에서 지속적인 판매실적 회복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 신중하게 보는 전문가가 많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판매 실적 개선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회복의 지속성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계절적 요인과 신차 효과 등으로 9월 판매량이 전달보다 크게 늘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사드 배치를 못마땅하게 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반한 감정이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 해답 못 찾는 美 시장…세단 판매 부진에 현대차만 9월 판매 ‘뒷걸음’

    미국에서는 여전히 현대차의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52만6000대로 전년동월대비 6.3% 증가했다.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에 힘입은 것이다. 도요타 판매량은 신형 캠리 등 신차 출시 효과로 14.9% 늘었다.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도 11.9% 증가했다. 닛산과 포드도 각각 9.5%, 8.9% 늘었다. 그러나 현대차의 판매량은 전년동월대비 14.4% 감소한 5만7007대에 그쳤다. 현대차는 오히려 뒷걸음질한 것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전경/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홈페이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전경/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홈페이지
    올들어 현대차의 미국 판매 부진 원인으로는 판매모델 구성의 실패가 꼽힌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선 세단의 인기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반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미국에서 세단 중심으로 판매모델을 구성하고 있다. 변화하는 미국의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모델별 9월 판매량을 보면 준중형 SUV인 투싼은 전년동월대비 38% 증가해 제몫을 했다. 그러나 나머지 차량은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주력 세단인 쏘나타의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35.6% 감소했고 아반떼(현지 판매명 엘란트라)와 신형 i30(엘란트라GT)의 경우도 각각 24.2%, 44% 줄었다. 엑센트도 1.5% 감소한 7379대에 그쳤다.

    ◆ 美 법인장 임명 후 재정비 나선 현대차…신규 소비자 보증 프로그램으로 ‘반격’ 첫 발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미국시장 판매 부진이 단시간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세단 중심의 라인업을 빠른 시간 내 재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소형 SUV인 코나와 중형 SUV 싼타페의 완전변경 모델 등 기대를 모으는 SUV 신차는 대부분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경영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미국법인(HMA) 새 대표로 이경수 현대트랜스리드 대표를 지난달 임명해 리더십 공백을 메웠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 회복을 위해 지난 8월 픽업트럭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5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공개된 현대차의 픽업트럭 콘셉트카 ‘싼타크루즈’/연합뉴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 회복을 위해 지난 8월 픽업트럭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5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공개된 현대차의 픽업트럭 콘셉트카 ‘싼타크루즈’/연합뉴스
    획기적인 소비자 보증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신차 구매 후 마음에 들지 않아 사흘 안에 반납을 신청하는 소비자에게 판매금액을 전액 되돌려 주는 ‘3일 머니백 개런티’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했다. 우선 댈러스와 휴스턴, 올랜도, 마이애미 등 일부 지역에서 3일 머니백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 내년부터 미국 전역으로 적용대상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에도 미국에서 비슷한 전액 환불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행한 적이 있다. 당시 현대차는 차량 구매 후 1년 이내에 직장을 잃을 경우 차를 반납할 수 있도록 해 미국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8월 픽업트럭 개발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2009년에 전액 환불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둔 점을 감안하면 이번 3일 머니백 프로그램도 미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되돌리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판매 프로그램 시행이 자리를 잡고 신차가 잇따라 출시되는 내년에는 판매량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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