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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재건축 복마전의 불편한 진화

  • 이창환 부동산부 부동산팀장

  • 입력 : 2017.10.12 04:00

    [팀장칼럼] 재건축 복마전의 불편한 진화
    최근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사진뉴스 중 현대건설 직원들이 서로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 불린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찍은 사진인데, 사진 속 직원들의 표정만 봐도 그동안 수주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는 결정됐지만, 공사비 2조6000억원에 총사업비 10조원짜리의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수주 경쟁이 가져온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수십만원대의 굴비세트를 비롯한 선물 공세도 모자라 고급호텔에서 코스요리를 제공하는 과열·혼탁경쟁이 난무했고, 급기야 7000만원 이사비 지급이란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리면서 논란의 정점에 서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직접 위법 행위를 검토하며 개별 아파트 단지 수주전에 개입하는 전례없는 기록도 남겼다.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재건축 수주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1일 시공사 선정을 마친 서울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와 15일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사업도 반포주공1단지의 전철을 밟고 있다. 오히려 반포주공1단지를 통해 설계나 아파트 품질보다 조합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수주에 유리하다는 잘못된 학습효과만 생겼다. 선물과 현금 동원 능력이 더 중요한 잣대가 돼 버린 수주전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한신4지구 재건축 사업은 3685가구가 들어서는 매머드급 대단지로 공사비만 1조원에 달한다. 반포주공1단지를 놓친 GS건설과 반포권에서 롯데타운을 형성하려는 롯데건설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린다. 추석 연휴에 집마다 50만원 내외의 고가 선물세트가 전달됐고 설명회에 참석하기만 해도 고급 리조트 이용권이 지급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조합원은 모 건설사로부터 100만원을 받았다며 조합에 자진신고를 하기도 했고, 또 다른 조합원은 부재자 투표에서 해당 건설사를 찍어주는 대가로 1000만원을 제시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건축 수주전이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상황에서 때마침 건설사들은 조만간 주택건설협회를 통해 주택업계의 자정 노력 의지를 표명하고 공정경쟁을 위한 제도개선 사항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도 건설업계 자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처벌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지만 과열 수주 경쟁을 막기 위해 뒤늦게나마 정부가 칼을 빼 든다고 하니 금품 살포가 난무하는 막장 수주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뿌리가 뽑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도 있다.

    어떤 개선안이 나올지 두고 봐야겠지만, 확실한 건, 있으나 마나 한 규제와 솜방망이 처벌로는 불법이 난무하는 수주전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도 수주 경쟁에서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입찰 자격을 박탈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기회에 수주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수위 높은 제재를 마련하는 건 어떨까 싶다.

    열 사람이 지켜도 도둑 하나를 살피지 못한다는 속담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도둑’ 잡을 ‘포졸’ 한 명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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