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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2007 한미FTA 협상과정에 나타난 미국 협상전략

  •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 입력 : 2017.10.11 15:53 | 수정 : 2017.10.11 15:55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아직까지 협상전략전술 자체에 대한 분석은 없었지 않았나 한다. 이경우 지난 2007년 한미FTA협상을 협상 분석이란 관점에서 다시 되짚어 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미국 측의 협상을 분석해 보면 우리 협상의 개선점도 나타나리라 본다.

    특히 미국은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 그동안 한국과의 외교·무역 협상에서 채택해왔던 전통적인 협상 전략전술을 별 수정 없이 전개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아마도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판단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지난 2007년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측이 전개한 협상 전략 전술을 함께 살펴 보자.

    ◆미국 FTA협상팀의 4단계 협상전략 프로세스


    [전문가 기고] 2007 한미FTA 협상과정에 나타난 미국 협상전략
    가. 협상 시작 전 ‘판짜기’

    ① 유리한 협상 사안을 장악하라.
    유리한 내용은 넣고 불리한 사안이나 문제 사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애당초 빼라. 협상 사안 합의 자체가 협상의 승패를 가름한다.

    ② 유리한 협상 시한을 설정하라.
    협상 개시에서 종료까지 단계별로, 필요에 따라 한국에 시간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조건을 사전 설정하라.

    ③ 골치 아픈, 버거운 협상 상대는 제거한다.
    한국 측 협상팀에 반미 성향, 강경노선, 대미 협상 전문가 등 협상에 걸림돌이 될 인사가 확인되면 수시로 압박해 협상 팀 개입을 차단한다.

    미국 측은 FTA 실무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FTA 본 협상에서 다루어질 협상 사안 구성 및 양국의 기본 입장을 정리 협의하는 단계에서부터 강도 높은 압박과 협의 불가 전술을 구사했다. 전형적인 기선제압 전술과 강한 못박기 전술을 통해 미국에 유리한 협의안 구성 합의 도출에 성공, 시작부터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즉 미국 측에게 유리하고 한국 측에 불리하거나 지나치게 부당한 내용을 담고 있던 통상법규나 특허 문제에 대해서는 현 미국의 법률상 수정 변경 자체가 불가능해 협상 사안이 될 수 없다거나 의회와 미국민의 반발이 극심해 이번 협상에서는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등 우리측이 의당 요구할 수 있는 협의 사안조차 협상목록에 올리지 못하게 하거나 축소 변경했다.

    이런 분석은 2007년 한미 FTA협상에서 미국 측이 내심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미국 기업의 대(對)한국 투자와 관련해 미국측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전대미문의 합법적 안전장치가 한미 FTA 협정문 곳곳에 제대로 명문화될 수 있었다는 점으로도 뒷받침된다.


    2007년 3월 서울에서 반FTA 촛불 시위를 진행중인 모습/ 블룸버그
    2007년 3월 서울에서 반FTA 촛불 시위를 진행중인 모습/ 블룸버그
    반대로, 미국은 FTA협상 의제로선 부적합한 소고기와 주요 농산물에 대한 무조건적 수입개방을 요구하는 협상안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강하게 우리를 압박해 왔다. 특히 소고기 시장 개방문제는 한국 국민들과 언론이 거센 반발을 보이자 협상 초기에 의제에서 소고기 시장문제를 제외하는 듯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협상 말기까지 우리 측의 신경을 건드리는 숨은 의제로 계속 등장시켰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 측의 계산된 기만술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이유는 우리 측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며 당초 한미 FTA 협상에서 다루기엔 부적절한 미끼형 정략의제를 거론함으로써 우리 측의 관심을 유도한 후 미국 측이 실제 목표로 한 의제들과 조건들 예를 들어 투자법, 무역분규 관련 법규 등과 맞거래 하는 타협형식으로 어젠다에 상정시키는 전술을 전개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 측이 이러한 시선분산형 의제에 현혹되어 미국 측이 제시한 방대하고 난해한 협상 자료와 문건을 상세히 검토 분석할 시간을 놓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미국측이 협정문에 숨겨둔 함정 문구를 제대로 색출하지도 못한다. 또 발견했다 하더라도 시간에 쫓겨 정밀하게 반박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리게 되었을 확률이 높다.

    특히, 이 농축산물 미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 정부와 한국 언론의 반응에 재미를 붙인 미국은 협상 막바지에 한 번 더 농축산물 수입개방 문제를 들고 우리 측을 강하게 압박했던 것을 기억한다.

    나. 협상 초기 기선제압

    ①“한국은 수혜자, 미국은 피해자” 프레임을 언론을 통해 강하게 어필한다. 한국 측 주장 및 협상논리를 전반적으로 반박 및 무력화 시킨다.

    [전문가 기고] 2007 한미FTA 협상과정에 나타난 미국 협상전략
    ② 한국 측으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세분화하여 조목조목 제안하며, 협상 불가의 최종 최선의 조건임을 천명한다.

    ③ 미국 측 주장의 당위성을 강하게 피력한다.

    다. 협상 중기 압박 전략

    ① 한국 측 제안 및 미국 측 제안 내용에 대해 한국 측이 어디까지 수용 가능하며, 어떠한 대안을 갖고 있는지, 집요한 질문공세와 압박을 통해 확인한다.

    ② 한국 측 논거, 증거 및 당위성에 대한 부인, 증거 불충분, 적용불가 및 사실확인 절차 등의 이유를 지속적으로 제시하여 협상의 정상적 진행을 방해하여, 한국 측 협상팀을 기진맥진하게 만든다.

    ③ FTA 협상 사안과 무관한 북핵, 군사동맹, 한∙중∙일 외교, 미국 내 정치 및 경제문제를 연계 적용하여 한국 측의 협상력을 약화시킨다.

    ④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한국 협상팀 멤버나 정부인사나 정치인을 개별적으로 회유∙압박한다.

    ⑤ 한국 협상팀의 비협조로 협상 결렬 상황이 올 수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압박한다.

    라. 협상 말기 압박 및 회유 전략

    ①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을 결렬하고 떠나겠다고 압박한다.
    ② 최종 조건 및 시한을 제시하며 최종 시한 압박을 시행한다.

    미국의 협상 DNA는 최소 2~3회의 협상 결렬이 발생할 때까지는 협상 카드를 아껴 두었다가 대략 4라운드에 접어들어서야 당초에 준비한 다양한 양보의 협상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에 반해 한국식 협상 DNA는 첫번째 결렬을 겪고 나면 쌍방이 대충 반반씩 양보하는 타협 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 측의 의도된 초기 협상 결렬 전략을 간파하지 못하고, 한국 측은 1라운드 협상결렬 압박 시점에 준비된 협상 카드를 다 소진하고 만다. 그 다음부터는 미국에게 먹히지 않는 읍소와 억지, 도와 달라고 사정하는 것 외에 달리 남은 협상 카드가 없게 된다.

    미국 측으로선 최종시한 압박과 협상 결렬이란 절묘한 궁합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와 같은 미국의 협상결렬전략은 2007년 한·미 FTA 협상 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수많은 국제 비즈니스 협상, 방위무기체계 수입 협상, 외교 협상 등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려 왔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미국 측은 미국 무역부가 설정한 기간 내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한국과의 FTA 협상은 무조건 무산될 것임을 협상 전부터 강조했다. 이것은 한·미 FTA 타결을 노무현 대통령 정권이 최대 치적거리로 내세우려고 작정한 우리 정부에게 압박 카드로 작용했다.

    또한 미국은 한국 내 FTA 반대 여론을 지적하며 언론을 통해 나타나는 한국 국민의 FTA 반대 정서와 국회 내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아시아 지역 내 최초의 FTA 협상은 한국이 아닌 제3국에 돌아갈 수도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밝히며 한·미 FTA 협상 자체 무산이라는 위협을 공공연히 내비쳐 우리 정부의 숨통을 강하게 조였다.

    ③한국 측은 미국의 최종 제안 조건이 마음에 안 든다 해도 거절하면 경제·외교·군사 위험과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2007년 당시, 미국은 행정부와 의회, 기업, 언론과의 밀접한 정보교류와 상호 간의 완벽한 공조 관계를 공고히 하여, 겉으로는 한국과의 FTA 협상에서 미국 정부의 협상안에 강한 불만을 피력하고 이를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 측을 압박하는 데 적절히 이용토록 하였다.

    미국 언론 역시 정부와의 치밀한 협상 시나리오 공유와 협조를 통해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언론의 정보 유출을 엄격히 차단하고 미국 측 협상단에 힘을 싣고 한국 측 협상단을 압박할 수 있는 기사 작성 및 언론 형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총체적 협상 전개는 한미FTA 협상 전반에 걸쳐 우리 쪽의 제안과 타당성을 무력화시키는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실무협상이 종결된 후 그나마 우리에게 성과로 비치는 자동차 부문 관세 문제와 농축산물 협정 유보 부문을 새롭게 부각하며 우리 정부를 또다시 압박했다.


    노무현 前 대통령이 2007년 ‘한·미 FTA와 한국 경제’워크숍 행사장에 입장하자 참석자들 일부가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DB
    노무현 前 대통령이 2007년 ‘한·미 FTA와 한국 경제’워크숍 행사장에 입장하자 참석자들 일부가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DB

    ④ 한국정부로선 포기할 수 없는 일부 주요협상사안에 대해서 약간의 양보 및 덤을 안겨주어 체면과 위신을 세워줄 수 있는 대외명분을 챙겨주며 마무리한다.

    ⑤ 마지막으로 협상 초기에 목표했던 수준에 미진한 협상 사안에 대해서는 부차적인 부분과 주고받기식 타협적 거래를 통해 최종 보완한다.

    ⑥ 협상 종료 후 면밀한 협상 결과 분석 그리고 한국 언론에 드러나는 한국정부의 협상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재협상 혹은 추가 협상 필요 여부 및 계획을 수립한다.

    2007년 한미FTA 협상에서 우리 정부 협상팀 최대의 공적으로 평가받는 자동차 등 주요 공산품에 대한 상호 수입 관세 철폐 합의는 미국으로선 오히려 득이 되는 합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 기업의 제품 및 기술경쟁력이 선진국들뿐 아니라 중국 등 신흥 공업 경쟁국들의 추격을 확실히 따돌리지 못하고 추월당할 시엔 국내 제조산업의 침체를 오히려 가속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도 강하게 내포하고 있음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기술집약적 미래 첨단 사업 분야 가령 의약품, 바이오산업, 에너지산업, 첨단기술 집적산업 등에서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명문화하여 미국 기업의 항구적인 기술우위 유지와 지속적 경제 이익의 독점을 확고히 마련하는 국제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간단히 정리한다면, 미국은 대한민국 최대의 관심이었던 자동차 및 전자제품의 미국수입 관세 철폐란 유도 의제와 농축산물 개방이란 미끼유도 의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들의 궁극적 목표였던 투자 및 특허 관련 내용을 손쉽게 맞바꾼 완벽한 교란책을 구사했다.

    아직도 자신들의 교란책을 한국 측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소고기를 비롯한 농축산물 개방 문제 논의 본격화 및 자동차 관세 철폐 합의 재협상을 들고나와 우리 협상팀과 정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협상 전략의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의 교란책의 완벽한 한판승이었다.

    한미 FTA 재협상의 실제 시행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2007년 한미 FTA 협상을 진행했던 당시 우리 측 협상 인사들의 재등장이다. 한국 FTA 협상팀을 새로 꾸리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협상팀으로선 또 한 번의 땅 짚고 헤엄치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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