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기록 떼느라 생고생?" 메디블록, "블록체인으로 '나(환자)' 중심의 의료 정보 시대 준비"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17.10.11 06:00

    “병원 중심으로 돌아가는 폐쇄적인 의료정보 시스템의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 메디블록은 가상화폐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해 세상에 없었던 의료 정보 회사를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의 치과의사 고우균(33)씨와 영상의학과 전문의이자 의료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은솔(33)씨가 올해 공동 창업했다. 서울과학고 동창이기도 한 두 대표는 각자 의대에 진학한 후 병원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과 한계들을 IT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의기투합했다.

    이은솔, 고우균 메디블록 공동 대표(왼쪽부터) / 메디블록 제공
    의료정보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사례는 세계 최초다. 메디블록 플랫폼은 현재 데모 앱이 개발된 상태이며 오는 2018년 10월 정식 출시된다.

    고우균 메디블록 대표는 10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헬스케어 산업 규모는 전자제품 산업 규모보다 크지만, 의료 정보시스템은 너무 낙후돼 있다”면서 “메디블록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병원과 기관 중심의 의료정보 관리에서 벗어나 환자 본인이 의료정보의 주체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각종 검사와 진단,진료, 처방 등에서 의료정보가 발생한다”며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생산하는 의료정보의 양은 제법 많은데, 문제는 현재 의료정보 시스템에서는 각각의 의료정보를 개인이 모아서 보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환자와 의료기관, 의료인 모두 의료정보 관리 때문에 많은 비용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한 환자가 A병원에서 혈액 검사나 엑스레이 검사 등을 받고 다시 B병원으로 옮겨 똑같은 검사를 받는 경우, 불필요한 중복 검사일 때도 많다. 또 수년 전 진료 기록을 구하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찾아가 돈을 내고 진단서 등 개인 의료 기록을 재발급받는 일도 많다. 즉, 폐쇄적인 의료정보 시스템에서 환자가 이중으로 비용을 부담한다.

    환자가 잘못된 병력이나 부정확한 처방 이력을 말하는 바람에 의사들이 정확한 진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구자들은 개인정보 보호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의료기록 데이터를 제한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

    메디블록은 블록체인 기술(blockchain security technology)을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삼았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핵심기술이기도 한 ‘블록체인’은 디지털 정보를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기존 금융 회사의 경우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는 반면,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며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방식을 사용해 가상화폐로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고, 정보 내역을 모든 참여자에게 공개하는 방법으로 정보의 무결성과 신뢰성을 확보한다.

    고 대표는 “블록체인의 신뢰성, 투명성, 보안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가상화폐를 통해 검증됐다”며 “메디블록은 블록체인의 장점들을 활용한 차세대 의료 정보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가령,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채굴자처럼 메디블록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의료 정보를 함께 기록한다. 메디블록은 가상화폐 ‘메디토큰((Medi Token·MED)’을 도입해 참여자의 보상을 높일 계획이다.

    의사가 환자의 의료정보를 기록 생성할 때마다 ‘메디토큰’으로 보상받을 수 있으며 연구자는 원하는 의료정보를 환자에게 직접 구입할 수 있다. 외부 거래소를 통해 다른 가상화폐나 신용화폐로도 교환할 수 있다.

    고 대표는 “의료인은 환자의 승인을 받아야만 메디블록 시스템에서 의료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데 이때 메디토큰을 획득하게 된다”며 “특정 질병 혹은 환경에 대한 의료정보를 원하는 개인, 기관 혹은 기업들은 환자에게 메디토큰을 지급하고 정보를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메디블록은 가상화폐 ‘메디토큰’을 개발 도입할 계획이다. / 메디블록 제공

    메디블록은 한국과 중국 시장을 우선으로 사업한 뒤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갈 계획이다. 그동안 법무법인 세움과 파트너십을 맺고 법률적 자문을 받아 개발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중국 블록체인 기업 퀀텀과 긴밀하게 교류, 협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 의료기관들과 투자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고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의료정보 패러다임을 바꾸고, 잘 활용해야 한다는 데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깔려있다”며 “다만 의료보험 시스템이 각 나라별로 다르고 복잡하기 때문에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먼저 타깃으로 정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대표는 “메디블록이 기존의 틀을 바꾸는 발상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꿈꾸기에는 큰 그림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디블록이 헬스케어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자 한다”면서 “우리의 플랫폼을 통해 환자와 의사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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