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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700m 양양서 찾는 노벨상의 꿈

  • 양양=이영완 과학전문기자

  • 입력 : 2017.10.02 03:11 | 수정 : 2017.11.30 11:04

    [오늘의 세상]

    오늘부터 2017 노벨상 발표… 추석 잊은채 한국서 우주탄생의 비밀 좇는 사람들

    -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연구"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 실험실, 우주서 오는 수많은 입자 연구해… 수상 0순위 꼽히는 암흑물질 탐색
    붉은색 비상등 잠깐 켜 현장 공개 "2년 뒤엔 세계 최고 연구소 완공"

    해마다 10월이면 전 세계가 노벨상 발표로 들썩인다. 올해도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가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과학자들은 연휴도 잊은 채 전 세계가 '노벨상 0순위감'이라고 하는 암흑물질(dark matter)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일본 과학자들이 2015년 지하 실험실에서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중성미자'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았듯이 이들도 10년 넘게 지하 700m 실험실에 머물며 한우물을 파고 있다.

    지난 28일 강원도 양양군 점봉산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양양양수발전소. 산 아래 저수지에서 끌어올린 물을 다시 아래로 떨어뜨려 전기를 만드는 시설이다. 발전소 입구에서 지하로 뚫린 터널을 따라 차를 타고 2㎞ 달려가자 지하 700m 지점에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작은 연구실이 나타났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은 이곳에서 찾기만 하면 노벨상감이라는 암흑물질을 추적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 700m에 있는 실험실에서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이현수 부단장(서 있는 사람)과 하창현 박사가 암흑물질 검출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 700m에 있는 실험실에서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이현수 부단장(서 있는 사람)과 하창현 박사가 암흑물질 검출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검은색 금속 물체가 암흑물질 검출 장치이다. 백색광이 검출 장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붉은색 조명을 켠다. /양양=주완중 기자
    우주는 138억년 전 빅뱅(big bang·대폭발)을 통해 탄생했다. 그런데 현대 물리학은 스스로 빛을 내는 수많은 별을 다 합쳐도 우주 전체의 5%밖에 안 된다고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중력이 있지만 빛을 내지 않는 존재, 즉 암흑물질이 우주의 27%를 차지한다고 본다. 나머지는 중력 대신 밀어내는 척력을 가진 암흑에너지로 추정된다.

    이현수 지하실험연구단 부연구단장은 "미국과 유럽 등이 30여년 전부터 연구를 시작했지만 아직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다"며 "우리의 연구 역사는 그 절반에 지나지 않지만 현재 선진국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에서 온몸을 감싸는 방진복에 마스크, 장갑까지 착용하자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이중문으로 차폐된 실험실로 들어서자 붉은색 조명 아래 길이 3m, 높이 2.7m인 검은색 금속 캐비닛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암흑물질을 검출하는 장치이다. 이현수 부단장은 "백색광은 검출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붉은 등만 작업 시 비상용으로 켠다"며 "평소엔 완전한 암흑 속에서 작동한다"고 말했다.

    암흑물질 검출 지하연구실

    암흑물질의 정체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현재 암흑물질의 1순위로 꼽히는 존재는 '윔프(WIMP·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기본 입자)'이다.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을 하지 않으면서 중력을 가질 만큼 무거운 입자라는 말이다. 핵심은 이 윔프 입자를 검출해내는 것이다.

    윔프 입자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잡음이 되는 수많은 우주 입자를 먼저 걸러내야 한다. 1차 방어막은 점봉산 자체이다. 우주 입자들을 700m 아래까지 오면서 산을 이루는 입자들과 반응해 대부분 사라진다. 그다음은 납이 나선다. 검출 장치 전체 무게는 80t에 이르는데 납이 56t을 차지한다. 실험실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도 특수 여과 장치로 방사성 입자를 지상의 1만분의 1로 줄인다.

    검출 장치 맨 안쪽에는 벽돌 두 개 크기의 요오드화나트륨 결정 덩어리가 8개 들어 있다. 이처럼 이중삼중의 보호막을 그대로 지나쳐온 암흑물질이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을 이루는 원자핵과 정면으로 충돌하면 존재가 드러날 수 있다.

    양양 지하 실험실은 발전소 터널 작업 도중 발파 작업 실수로 생긴 공간에 2003년 마련됐다. 작년에는 트럭을 돌리기 위해 만든 또 다른 터널에 신형 장비가 들어간 2차 실험실이 들어섰다. 이곳에는 연중무휴로 연구원 10여명이 체류하며 연구를 하고 있다. 갓 결혼한 한 연구원은 아예 신혼집을 인근 속초에 마련했다.

    선진국들은 우주 입자 차폐 효과가 뛰어난 지하 1000m 이하 폐광에 암흑물질 검출 실험실을 두고 있다. 일본은 기후현의 지하 1000m 아연 폐광에 '수퍼-가미오칸데' 실험 장치를 두고 있는데 2015년 노벨물리학상도 이곳에서 한 실험에 돌아갔다.

    우리도 2년 뒤 1000m급 지하 실험실을 보유하게 된다. IBS는 지난 8월 강원도 정선군, 한덕철광과 협약을 맺고 지하 1100m에 새로운 암흑물질 연구 시설을 짓기로 했다. 김영덕 IBS 지하실험연구단장은 "2019년 한덕철광의 연구 시설이 완공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환경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암흑물질(dark matter)

    우주의 27%를 차지하고 있는 미지의 물질. 빛을 내지 않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관측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에너지를 내는 질량(절대적인 물체의 양)을 갖고 있다. 암흑공간인 은하 가장자리가 중심부와 같이 회전하는 것도 에너지를 가졌다는 방증이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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