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청와대갤러리]② 미술품 미스터리, 기자회견장 천장 방패연은 왜 만들었나?

  • 박정엽 기자
  • 입력 : 2017.10.01 11:00

    美백악관, 미술품 목록 적극 공개해 대통령의 메시지 수단으로 활용
    청와대, 보유 미술품 파악 못해 별도 조사하는 '탐정' 직원 두기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기에 백악관내 서재격인 트리티룸(Treaty Room)에 조지 캐틀린이라는 19세기 미국 화가의 작품 12점을 걸었다. 캐틀린은 서부개척 시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초상화를 집중적으로 그렸다. 그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야만적이거나 왜소한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긍지있고 존엄한 모습으로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그림 선정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미국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분명히 내세운 정치적 메시지였던 셈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한 직후인 지난 1월 24일 앤드류 잭슨 제7대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 내걸었다. 잭슨 대통령은 취임 전까지 워싱턴 정치와 거리를 뒀고, 서부 개척기에 아메리카 원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잭슨을 롤모델로 삼겠다고 대외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1월 25일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처럼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백악관 경내 미술품을 통해 또다른 대외 메시지 수단으로 활용해 정치 연설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내용들을 전달하고 있다. 백악관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스미소니언미술관, 허시혼미술관 등 국공립미술관에서 임대한 미술품을 전시하면서 그 목록을 상세하게,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 천정의 방패연 / 사진=박정엽 기자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 천정의 방패연 / 사진=박정엽 기자
    ◆ 본관 별자리 그림 이름, 부르는 사람마다 달라

    하지만, 우리 청와대는 미술품 목록의 공개는 커녕 관리조차 부실한 상황이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소장 작품들의 작가 및 제작년도, 보유 배경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아 이를 조사하는 직원들까지 따로 둘 정도다.

    청와대가 수십년간 미술품 목록의 대외 노출을 극도로 꺼린 결과다. 현직 대통령이 누구냐와 관계없이 청와대는 미술품 목록 공개 요구를 받을 때마다 늘 "청와대 미술품 현황 중 작품명, 작가이름, 금액 등 상세정보를 공개할 경우 미술품의 가치, 작가의 인지도 등에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춘추관의 경우, 2층 대브리핑룸 천정 설치 미술품의 작가와 설치 시기가 미상이다. 이 작품은 아이보리색의 천으로 만들어진 13개의 대형 방패연(防牌鳶)들이다. 작품의 작가와 설치 시기를 알 수 없으니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다. 오가는 기자들이 '역사상 전시에 연이 통신수단으로 쓰인 점을 기린 것', '정부 정책을 연에 실어 전국에 전하고자 한 것', '바람에 의지해 나는 연(鳶)으로 보이지 않는 바람의 방향과 힘을 가늠하듯 권력자가 언론인을 볼 때마다 민심을 생각하라는 의미'라는 등의 해석을 붙여보지만 정설은 없다.

    청와대 본관 천정을 장식하고 있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한 별자리 그림도 작가·명칭 미상이다. 현재 청와대에서는 이 작품을 '천정궁도'라고 부르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를 취재하던 사진기자 백승렬 씨는 자신의 저서 '우리시대의 궁궐 청와대'에서 이 작품의 사진을 소개하면서 '천문도'라고 불렀다. 백 씨는 이 작품은 전통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본따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역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미스터리는 늘어나

    이처럼 청와대에는 작가 및 제작연도, 보유 배경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 미술품'이 많다. 드라마틱한 현대정치사를 거쳐오는 동안 미술품에 얽힌 사연을 아는 사람들이 최고권력자들의 부침과 함께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민국 최고권력기관이라는 특성상 청와대 보유 미술품도 대부분 최고수준의 작가들의 손을 거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청와대는 총무비서관실 소속 직원 두 명에게 보유 미술품의 정체를 조사하는 '탐정' 역할을 맡겼다. 이들은 대통령비서실이 보유한 총 600여점의 미술품의 작가 및 제작년도 등을 추적하고 있다. 청와대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미술품을 도록화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이 직원들이 미술품에 대한 조사만 전담하는 것이 아니어서 미술품 정리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미술품의 작가 및 제작년도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미술품 보유 배경에 얽힌 사연을 확인하는 것은 또다른 난제다. 예를 들어, 전원이 꺼진 상태로 춘추관 내부 계단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미디어아트 '비디오 산조(VIDEO 散調)'의 경우 삼성전자의 후원을 받아 고 백남준 작가가 기증한 작품이라는 기록은 남아있지만, 이 작품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연을 거쳐 1990년 신설된 춘추관 실내 벽면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게 됐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청와대 본관 천정궁도(천문도) / 사진= <우리시대의 궁궐 청와대(백승렬 저)>
    청와대 본관 천정궁도(천문도) / 사진= <우리시대의 궁궐 청와대(백승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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