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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톡톡] 광고 속 숨겨진 ‘이스터 에그’를 아시나요

  • 윤민혁 기자
  • 입력 : 2017.10.08 14:00

    G마켓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내놓은 ‘골든위크 G마켓이 하드캐리’ 광고에는 무표정한 얼굴의 ‘복제’ 김희철 10여명이 설현을 중심으로 서 똑같은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이 광고에는 심각한 표정의 김희철 틈에 한 명의 ‘까불이’ 김희철이 숨어있다. 그는 구석에서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한번 봐선 알기 힘들지만, 알아챈 후엔 늘 까불이 김희철이 눈에 들어온다.

    G마켓 광고의 한 장면. 오른쪽에 익살스러운 표정의 김희철이 보인다. /제일기획 제공
    G마켓 광고의 한 장면. 오른쪽에 익살스러운 표정의 김희철이 보인다. /제일기획 제공
    최근 ‘이스터 에그(Easter Egg)’가 숨겨진 광고가 늘고 있다. 이스터 에그는 부활절 달걀이란 뜻이지만, 삶은 계란 사이에 장난삼아 날계란을 놓는 것처럼 ‘몰래 장난으로 숨겨놓은 것’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프로그램, 게임 등에 몰래 숨겨놓은 메시지 등을 칭하는 용어로 널리 쓰이기 시작해 지금은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 전반에서 사용되고 있다.

    광고업계에서 이스터 에그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인 목적으로 쓰인다. 이스터 에그를 한 번 찾아낸 소비자들은 광고를 다시 접할 때 주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재미를 느낀 소비자들은 스스로 SNS나 주변에 이를 알리며 광고를 널리 퍼뜨리기도 한다.

    ◆ 비틀스에 모스부호까지… 광고 속 숨겨진 의미들

    최근 광고 속 이스터에그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업체로는 버거킹이 꼽힌다. 배우 이정재는 ‘통새우와퍼’ 광고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 횡단보도를 줄줄이 건너는 거대한 새우 4마리를 보고 운전 기사에게 다급하게 ‘새우(세우)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새우 4마리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은 비틀스의 전설적인 명반 ‘애비 로드’ 앨범 표지를 패러디한 것이다. 일본어로 새우가 ‘에비’이고, 제품에 통째로 들어가는 새우의 숫자가 비틀스 멤버와 같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외에 버거킹 ‘치즈퐁듀와퍼’의 배경 음악으로 흐르는 샹송의 가사는 얼핏 들으면 프랑스어 같지만 실은 ‘퐁듀찍어먹어봐’라는 한국어의 발음을 굴린 것이다. ‘할라피뇨와퍼’ 광고에선 모델 이정재가 햄버거를 먹는 사이 뒤편에서 색색깔 폭죽이 터진다. 불꽃 같지만 썰어 놓은 할라피뇨가 폭죽처럼 터지고 있다.

    기아차(000270)는 2010년 K5를 출시하면서 검은 바탕에 알 수 없는 기호와 중독성 강한 ‘띠~~띠~띠~~띠띠띠띠띠’ 기계음을 반복하는 티저 광고를 냈다. 이 소리는 ‘K5’라는 단어를 모스부호로 표현한 것이다.

    이 광고를 제작한 이노션은 K5 TV 및 라디오 후속 광고에서 이 기계음을 배경에 흐르게 했다.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튜브에서 K5를 검색하면 ‘K5 모스부호’가 추천 검색어로 뜬다. 이노션 관계자는 “당시 K5 오너와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광고에 쓰인 기계음을 벨소리로 제작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 추억의 광고 되살리거나, 제작자의 흔적 남기기도

    14년만에 빙그레 닥터캡슐 광고 모델로 돌아온 배우 차태현. /빙그레 제공
    14년만에 빙그레 닥터캡슐 광고 모델로 돌아온 배우 차태현. /빙그레 제공
    오랜 역사를 지닌 제품의 광고에선 최초 출시 당시의 모델과 음악을 써 추억을 자극하기도 한다. 빙그레는 1997년 출시한 ‘닥터캡슐’을 19년만에 ‘닥터캡슐 프로텍트’로 리뉴얼하면서 과거 광고 모델로 활동했던 배우 차태현을 다시 모델로 기용했다. 또 당시 인기를 끌던 광고 CM송을 새롭게 편곡해 사용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차태현이 2003년 닥터캡슐 모델로 활동하며 부른 CM송이 닥터캡슐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다”며 “방영 한 달 후 닥터캡슐 매출이 전월 대비 2배 이상,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이스터에그의 원뜻에 맞게 제작자들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이 즐길 수 있는 장치다. 한국GM의 ‘쉐보레 더 뉴 트랙스’ 광고에 나오는 반려견의 이름 ‘마리’는 광고주 한국GM 측 광고 담당자의 반려견에게서 따왔다. 2015년 인기를 끌었던 KT의 ‘기가LTE 배터리편’에서 독촉 문자를 보내는 팀장의 이름(이채훈)은 이 광고를 만든 제일기획 팀장의 이름이다.

    G마켓 광고를 제작한 이채훈 제일기획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이스터 에그를 심어 놓으면 광고 보는 재미를 더할 뿐 아니라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낸 사람들이 광고를 다시 찾아보거나 주변에 알리면서 브랜드와 광고를 더욱 잘 인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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