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신분당선, 강남~용산까지 개통해야 비용 대비 편익 높아"
적자노선 탄생 3대 요인…데이터 부실·급격한 경제변화·선거공약
지난 2011년 개통한 신분당선의 사업자 네오트랜스는 최근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도 요금을 받게 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 신분당선 일반인 요금은 2150원(교통카드 기준)으로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 1250원보다 72% 비싸다. 그런데도 작년 말 기준 누적 손실이 3732억원에 달한다. 자본금이 바닥나 이르면 올해 말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분당선은 평일 이용객이 21만~23만명으로 예측 수요인 37만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무임승차자를 고려한 실제 운임 수입이 예상 수입의 40%에 불과하다. 실제 운임 수입이 예상 수입의 50%를 넘어야 재정 지원을 받기로 정부와 협약 했기 때문에 현재 적자를 사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예측 수요가 이토록 부풀려진 건 분석을 담당한 국책연구기관의 책임도 있다. 하지만 예측 모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철도 건설의 타당성을 따질 때 당시 정부와 지자체, 사업자가 제출한 ▲인구 ▲도시개발 ▲요금수준 ▲통행시간 ▲경쟁수단 등을 고려하는데 100% 예측은 불가능하다.
더 큰 책임은 정부와 국회, 지자체, 민간 사업자에게 있다. 지자체와 민간 사업자는 지역 인구나 통행객 수 전망치를 최대한 늘리고 확정되지 않은 교통망 확충, 택지개발 계획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예측 수요를 부풀리고 일부 비용을 누락해 사업성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재정을 아껴야 하는 정부는 잘못된 예측 수요를 감시하고 바로 잡는 역할을 방기 했고, 표를 얻어야 하는 국회는 오히려 사업 추진을 부추겼다.
◆ 신분당선부터 경전철까지…연계 교통·택지개발 끼워넣어 수요 부풀려
신분당선은 애초 계획 때 강남~정자 구간에 이어 용산~강남 구간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었고 이를 토대로 수요 예측이 이뤄졌다. 2001년 KDI가 작성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보고서를 보면 강남~정자 구간만 개통할 때 보다 강남~정자, 용산~강남 구간이 함께 개통할 때 비용 대비 편익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 됐다.
KDI는 용산~강남 구간의 대안으로 서울역~강남 구간도 함께 고려했는데, 서울역~강남 구간의 이용객 수가 더 많고 경제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 됐다. 하지만 정부는 건설비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을 고려해 용산~강남 구간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용산개발사업이 무산되며 강남~용산 구간의 사업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감사원도 이를 지적하면서 사업이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철도(공항철도)가 애물단지가 된 것 역시 잘못된 수요예측에서 비롯됐다. 1999년에 작성된 공항철도 수요예측 보고서를 보면 주변 해변이 개발돼 한해 60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을 것임을 전제로 했다. 인천광역시의 '인천 해안종합관광구역 기본계획'을 참고했다. 청라지구 등 인근 지역의 개발계획도 수요예측에 대거 포함됐다. 공항철도 이용객 수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예측 수요엔 못 미치고 있어서,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공항철도 이용객을 늘리기 위한 연계 교통망 확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민자로 추진된 부산·김해, 용인경전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용인경전철은 작년 기준 이용객 수가 실시협약 대비 14.4%에 그쳤다. 2013~2016년에 적자 보전에 1086억원이 들어갔다. 부산김해 경전철은 21.6%에 불과해 2011~2016년 2124억원이 투입됐다.
정부가 국가재정 투입을 줄이고 사업을 더 빨리 추진하기 위해 철도 사업에 민간자본을 유치 하려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세금은 세금대로 들어갈 뿐더러 공사기간도 재정사업에 비해 크게 단축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사 중간에 수익성 우려로 금융기관이나 시행사가 정부에 재구조화를 요구해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 적자노선 탄생케 하는 3대 요인… “정치적 요인이 가장 심각”
전문가들은 적자노선이 탄생하는 배경으로 크게 3가지를 꼽는다. ▲기초 입력데이터 부실(기술적 요인) ▲고령화나 인구감소 등 예상치 못한 사회·경제적인 변화(사회·경제적 요인)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의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되는 경우(정치적 요인)다.
국책연구기관은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권역별 통행량, 통행시간 등을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는데, 이 데이터 자체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분석 결과에도 영향을 준다. 기초자료가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 방식으로 수집되는데다 매년 조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수요를 추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령화나 인구의 급격한 감소의 경우 추세가 워낙 빨라 최신 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100% 예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심각한 문제가 되는 건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의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경우다. 실제로 적자 보전을 위해 정부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대부분의 철도, 도로 등 SOC 사업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의 선거공약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013년 발표한 '공공투자사업의 정치경제학' 보고서를 보면 17~18대 국회의원 선거와 4~5회 지방선거 때 현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의 도로·철도 사업 유치금액이 클수록 재선 확율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의 추진여부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서만 결정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의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