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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조원이 들더라도… 제약업계 '바이오 벤처' 사재기

  • 최인준 기자

  • 입력 : 2017.09.29 03:01

    [미래 시장을 선점하라… 세계 제약업계 M&A 바람 거세]

    기존 합성의약품 시장 포화상태, 합성 신약 특허도 4~5년후 만료… 성장하는 바이오치료제에 주목

    국내 제약사도 인수·합병 잇따라
    몸집 키우고 해외 시장 공략 나서… 기업 인수 위한 별도 팀 두기도

    미국 제약기업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는 지난 4일 13억달러(약 1조4900억원)에 바이오 기업 IFM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올 하반기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었다. BMS가 2015년 설립된 신생기업 인수에 이례적으로 거액을 투자한 것은 급성장하는 면역항암제(면역력을 높여 암과 싸우는 힘을 키워주는 바이오 치료제)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세계 제약업계에 '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6월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제약 시장의 M&A 규모는 2012년 1850억달러(약 212조원)에서 지난해 4750억달러(약 544조원)로 두 배 넘게 성장했다. 특히 바이오 기업 인수가 크게 늘고 있다. 화학 합성의약품에서 강세를 보였던 다국적 기업들이 기존과 다른 분야인 바이오테크 기업을 사들이며 새 영역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 바이오 기업을 잇따라 사들이며 기업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국내 제약업계에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계 직면한 제약업계, 바이오 기업 인수로 돌파구

    세계적 제약 기업들이 최근 바이오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는 것은 기존 합성의약품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도 주요 원인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가 합성의약품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 데다 세계 각국에서 큰 수익을 안겨줬던 합성 신약의 특허도 대부분 4~5년 안에 만료된다. 글로벌 제약 기업들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셈이다.

    M&A로 덩치 키우는 제약기업
    미국 길리어드는 지난달 28일 바이오 기업 카이트파마를 119억달러(약 13조6400억원)에 인수했다. 카이트파마는 항암 면역 유전자 치료제인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T 치료제' 선두 기업이다. 길리어드는 C형 간염 치료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렸지만 최근 일부 국가에서 특허 만료가 다가오자 바이오 간암치료제로 눈을 돌린 것이다. 카이트파마의 CAR-T 치료제는 오는 11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 허가가 나올 전망이다. 이 치료제가 출시되면 길리어드에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사노피는 백신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7월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프로테인사이언스를 7억5000만달러에 사들였다. 일본 다케다제약은 올해 1월 백혈병 치료제 기술을 보유한 미국 제약 기업 아리아드파마슈티컬스를 52억달러(약 5조9500억원)에 인수했다. 비아그라로 유명한 세계 1위 제약사 화이자는 지난해에만 바이오테크 기업 인수에 19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국내서도 인수·합병 나서기 시작

    늘어나는 세계 제약업계 M&A 규모
    국내 제약 기업들도 최근 들어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특히 강력한 자금력을 지닌 대기업 계열사들이 적극적이다. SK바이오텍 은 지난 6월 BMS의 아일랜드 원료 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국내 업체가 다국적 제약사의 생산설비를 인수한 첫 사례였다. 인수가는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대웅제약은 2015년 인수한 벤처기업 한올바이오파마의 기술을 바탕으로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 치료제는 28일 미국에서 임상 2상 승인을 받았고, 지난 12일엔 중국 기업과 8100만달러(약 930억원)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은 외부 기술 발굴과 기업 인수를 위한 연구개발팀을 별도로 두고 국내외 인수 대상 기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중소 벤처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제약사가 벤처기업의 신기술을 사들인 뒤 신약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이다. 기업을 통째로 사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업계 1위인 유한양행은 지금까지 10여 곳의 바이오 벤처에 1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김현욱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에 관심을 갖는 대기업이 인수·합병에 돈을 쓰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기업 인수 활동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최근 의약품 수출 증가로 해외 현지 기업 인수를 검토하는 국내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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