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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톡톡] '봉파라치' 다시 뜰라...유통업계 "현실 모른다" 볼멘소리

  • 박정현 기자

  • 입력 : 2017.09.28 10:30

    지난 26일 서울시 강동구의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금까지는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드렸지만 이젠 어렵게 됐다”며 “한 장에 20원씩인데 이거 안 내려고 싸우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편의점 운영 경력이 1년 6개월인 A씨는 “최근 회사(가맹본사)에서 비닐봉지와 관련해서 지침이 내려왔다”며 “다른 (편의점) 사장님들 얘기 들어보니까 ‘봉파라치’도 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1회용 비닐봉지를 줄이기 위해 대형마트, 중소형 슈퍼마켓, 대형 편의점, 재래시장 등을 대상으로 단속을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유통업계에선 ‘봉파라치’ 경계령이 떨어졌다. 봉파라치란 ‘봉지’와 ‘파파라치’의 합성어로,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판매자를 행정기관에 신고해 포상금을 받으려는 사람들을 뜻한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전경/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전경/사진=연합뉴스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영업장을 신고하면 건당 1만원에서 15만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999년 1회 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안된다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된 후 수년간 빵집, 슈퍼마켓, 대형마트, 약국 등을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신고하는 봉파라치들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은 최근 전국 점주들에게 비닐봉지 가격 20원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전달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원래 관계법상 비닐봉지는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고 반드시 20원을 받아야 한다고 평상시에도 (점주들에게) 알려왔다”며 “이번에도 늘 하던대로 가이드라인을 강조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편의점 업계에선 봉파라치의 단속이 판매자와 소비자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법’에 따르면 비닐봉지를 제공할 때는 반드시 20원을 받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봉지값을 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하는 소비자가 많아 대다수 편의점, 재래시장 등에선 무상으로 비닐봉지를 주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편의점, 재래시장 같이 소품목을 판매하는 점포를 무조건적으로 단속하는 것보다, 소비자의 비닐봉지 사용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점주들도 법규에 대해 알고 있고, 1회용 봉지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그걸 다 지키는 게 쉽지 않다”며 “봉지 몇십원 값을 내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의 반발이 크고 기분 나빠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관계자는 “편의점주만 단속하지 말고 봉지값을 내지 않으려는 소비자들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점주들은 몇십원 못 받았다가 단속에 걸리면 30만원정도 벌금을 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극도의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과격한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한 편의점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아르바이트생이 20원짜리 비닐봉지값을 지불하는 문제로 손님과 시비가 붙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재래시장에서도 주로 소액 거래를 하는 상황에서 종량제 봉투를 따로 판매하거나 비닐봉지를 유상으로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호동 재래시장에서 야채를 판매하는 김모씨는 “우리 같은 작은 곳까지 봉지 단속을 하면 안된다”며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500원, 1000원짜리 팔고 봉지값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달 중순부터 1회용 봉투 무상 제공이 금지된 대규모 점포, 규모가 33㎡(약 9평)를 초과하는 도소매 업소에 대해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1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잦은 약국, 편의점, 제과점, 전통시장 등을 대상으로 시민단체와 합동 점검을 실시해 위반 사업장에는 최소 5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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